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다.
세상의 소금은 첫째 맛을 내는 역할과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맛을 내는 역할은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소금이 없으면 싱겁습니다. 세상에 기쁨과 활력, 그리고 ‘살맛'을 더하는 존재가 되라는 의미입니다. 둘째, 부패를 막는 역할입니다. 소금은 음식을 상하지 않게 지키는 방부제 역할을 합니다. 세상이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선한 영향력을 뜻합니다.
세상의 빛은 어둠을 밝히는 역할과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둠 속에서는 아주 작은 불빛도 밝게 빛납니다. 절망이나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를 뜻합니다. 또한 빛은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두운 밤길의 등대처럼, 사람들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행실로 본을 보이라는 의미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이 말씀은 단순히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라기보다, "너희는 이미 세상에 꼭 필요한 소중한 존재다"**라는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격려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무엇이 되어라”가 아니라 “너희는 이미 그렇다”는 선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라고 명령하시기보다, 먼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하고 불러 주십니다. 이것은 성취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이미 심어 두신 정체성입니다. 소금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맛을 살립니다. 빛은 자신을 위해 빛나지 않고 누군가의 길을 밝힙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삶은 관계 안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지켜 주고, 지친 이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주며, 어둠 속에서 작은 희망 하나를 켜는 삶입니다.
프란치스칸적으로 말하면, 소금과 빛은 작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리는 존재입니다. 드러나지 않아도 깊이 스며들고, 높아지지 않아도 따뜻하게 비추며, 자기 영광이 아니라 하늘 아버지의 영광이 드러나게 하는 삶입니다. 결국 이 말씀은 이렇게 들립니다. “너는 세상에 없어도 되는 사람이 아니다. 너는 누군가의 삶에 맛을 더하고, 누군가의 어둠에 빛을 건네는 하느님의 소중한 현존을 드러내는 도구적 존재이다.”
소금과 빛의 현장에서 발견하는 관계의 구체적 진실
소금과 빛은 소금은 식탁 위의 화려한 음식 뒤에 숨어 있고, 빛은 어둠이 있을 때 비로소 존재를 드러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소금과 빛의 삶은 특별한 업적보다도 우리가 매일 만나는 관계의 자리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소금의 삶은 누군가를 변화시키려 하기보다 먼저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는 데서 시작됩니다. 공동체 안에서 의견이 다를 때 자기 생각을 관철시키는 대신 상대의 상처와 두려움을 이해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 때문에 관계가 썩지 않습니다. 소금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가정에서는 늦은 밤 지친 얼굴로 돌아오는 가족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가 소금이 됩니다. "수고했어."라는 짧은 말 한마디가 하루 동안 쌓인 피로와 외로움을 녹여 줍니다. 누군가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작은 관심이 관계를 보존하는 소금의 힘입니다. 공동체 안에서는 험담이 시작될 때 침묵으로 화제를 돌리고,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눈에 띄지 않지만 공동체를 지켜 냅니다. 음식 속 소금이 보이지 않듯이, 참된 소금은 자신의 공로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빛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빛은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길을 찾는 사람입니다. 누군가 실패했을 때 "내가 그랬잖아."라고 말하지 않고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라고 말해 주는 사람입니다. 절망 속에 있는 이에게 미래를 보여 주는 사람이 빛입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이를 찾아가 조용히 손을 잡아 주는 일, 홀로 식사하는 사람 곁에 앉아 주는 일, 외로운 이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일, 슬픔 속에 있는 이와 함께 울어 주는 일, 이것은 모두 빛의 행위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운동보다 한 사람의 어둠을 밝혀 주는 작은 등불이 더 큰 기적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프란치스칸의 관점에서 소금과 빛은 "영향력"이 아니라 "관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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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음식 안으로 사라집니다. 빛은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힙니다. 둘 다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금과 빛의 영성은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타인의 생명과 기쁨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삶입니다. 형제의 기쁨을 자신의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것, 형제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것, 상대를 판단하기 전에 이해하려는 것, 용서를 청하고 용서하는 것, 자리를 양보하는 것, 공로를 독차지하지 않는 것, 침묵 속에서 기다려 주는 것, 이것이 소금과 빛의 가장 현실적인 모습입니다.
결국 소금과 빛의 진실은 성공에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내 곁에 머문 뒤 조금 더 따뜻해졌는가. 누군가가 나를 만나고 난 뒤 조금 더 용기를 얻었는가. 누군가가 내 존재 때문에 하느님의 선하심을 조금이라도 느꼈는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소금과 빛은 바로 그 자리에서 드러납니다.
한 사람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마음,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먼저 이해하려는 마음, 드러나지 않아도 끝까지 사랑하려는 마음. 바로 그곳에서 하느님 나라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서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만나는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순간 이미 소금이고 이미 빛인지도 모릅니다. 그 사랑이 세상에 맛을 더하고, 그 사랑이 세상의 어둠을 밝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