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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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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생명은 관계로 들어가는 앎입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요한 17,3)

 

영원한 생명은 관계로 들어가는 앎입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먼 훗날 죽음 뒤에서야 시작되는 보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홀로 참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 가는 살아 있는 관계의 신비입니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에 대하여 설명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성경이 말하는 앎은 사랑 안에서 서로에게 머물고, 신뢰 안에서 자신을 맡기며, 삶 전체로 그분의 마음을 닮아 가는 인격적 친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를 세상에 드러내신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안다는 것은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 가는 것이고, 예수님의 사랑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버지의 생명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아버지,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이 기도는 세상의 성공을 구하는 기도가 아닙니다. 십자가를 피하게 해 달라는 기도도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이 끝까지 자신을 내어 줄 때, 그 내어줌 안에서 하느님의 참된 영광이 드러나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그리스도의 영광은 높은 자리에 앉는 데 있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는 데 있습니다. 아버지의 영광은 아들의 순명과 사랑 안에서 드러나고, 아들의 영광은 아버지의 뜻을 끝까지 이루는 데서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영원한 생명은 하느님을 이용하여 내가 커지는 삶이 아니라, 하느님을 알아 갈수록 내가 사랑의 도구가 되어 가는 삶입니다. 아버지를 알고 예수 그리스도를 안다는 것은 마침내 이렇게 고백하는 것입니다. 주님, 저를 살게 하는 생명은 제가 붙잡는 힘이 아니라 당신께서 저를 사랑하신다는 진실입니다. 그 사랑 안에 머물게 하소서. 그 사랑을 알게 하소서. 그 사랑으로 오늘의 관계를 살게 하소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에게서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는 질문을 받으시고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루가 17 20-21)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묵시 21,3)

 

우리는 자주 하느님 나라를 죽은 다음에야 들어가는 먼 세계처럼 생각합니다. 구름 위 어딘가에 존재하는 초월의 공간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그 나라는 먼 훗날에만 열리는 나라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이 흐르기 시작할 때 이미 시작되는 생명의 질서입니다.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 이해하려 할 때, 상처 입은 이를 밀어내지 않고 품어 줄 때, 자기중심적 욕망을 내려놓고 관계를 살리는 선택을 할 때, 하느님 나라는 조용히 우리 가운데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느님 나라는 거대한 권력으로 세상을 압도하는 방식으로 오지 않습니다. 씨앗처럼, 누룩처럼, 들리지 않는 숨결처럼 우리 삶 깊은 곳에서 자라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나라는 어떤 장소 이전에 관계의 방식이며 장소적 개념이 아니라 상태적 개념입니다.

 

서로를 이용하지 않고 존중하며, 소유하려 하지 않고 자유롭게 하며, 지배하려 하지 않고 섬기려 하는 곳,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느님의 통치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성경은 더 놀라운 선언을 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 있다.” 하느님께서는 돌로 만든 성전 안에만 머무시는 분이 아닙니다. 당신 자신을 사랑 안에 내어 주는 사람 안에 머무십니다. 눈물 흘리는 이의 곁을 지켜 주는 마음 안에,용서하기 위해 아파하는 영혼 안에, 작은 선의를 포기하지 않는 일상의 관계 안에 하느님은 당신의 거처를 마련하십니다. 그러므로 신앙은 하느님을 멀리서 숭배하는 행위만이 아닙니다. 내 삶과 관계 안에 그분이 머무르실 자리를 내어 드리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칸의 가난의 영성도 바로 여기에 닿아 있습니다. 자신을 비우는 이유는 허무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이 머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마음이 자기 욕심으로 가득 차 있으면 누구도 머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워진 마음은 생명을 품는 집이 됩니다. 결국 하느님 나라는 멀리 있는 이상향이 아니라, 사랑이 허용되는 자리이며, 하느님의 거처는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오늘도 하느님은 누군가의 마음 안에 작은 거처 하나를 얻고 싶어 하십니다.

 

하느님을 안다는 것은 그분 안에 머물고 그분의 사랑이 내 안에 흐르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은 죽음 이후에만 시작되는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의 생명 안으로 들어가는 현재의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하느님 나라는 멀리 있는 어떤 공간이 아닙니다. 우리 삶의 관계 안에서 사랑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할 때 이미 우리 가운데 도착한 하느님의 현존입니다.

 

누군가의 아픔 앞에 머물러 주는 순간, 상처 입은 이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마음, 자신의 이익보다 관계의 생명을 먼저 선택하는 태도, 용서하기 위해 눈물 흘리는 시간들 안에서 하느님 나라는 조용히 자라납니다. 그 나라는 세상의 힘과 지배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장소 이전에 관계의 방식입니다. 서로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존중하는 자리, 이용하지 않고 섬기는 자리, 지배하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자리, 바로 그곳에서 하느님의 통치가 시작됩니다. 사람에게 자유를 주고 사랑을 허용하는 마음 안에 머무르기를 원하십니다. 당신 자신을 내어 주며 살아가는 사람, 눈물 흘리는 이의 곁을 지켜 주는 사람, 작은 선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 안에 하느님은 당신의 집을 지으십니다.

.

예수님께서 기도하신 아버지,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라는 말씀도 바로 이 사랑의 신비 안에서 이해됩니다. 그 영광은 세상의 성공이나 권력이 아닙니다.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십자가를 통하여 드러나는 것입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드러내고, 아버지는 아들을 통하여 사랑의 깊이를 드러내십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그 사랑의 흐름 안으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결국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의 흐름 안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성부께서 성자에게 자신을 내어주시고, 성자께서 아버지께 온전히 응답하시며, 성령께서 그 사랑을 우리 안에 흐르게 하시는 끝없는 선의 순환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칸의 내적 가난도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냅니다. 자신을 비운다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기 위한 고행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이 머무를 공간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욕심과 자만심으로 가득 찬 마음은 결국 자기 자신밖에 품지 못합니다. 그러나 비워진 마음은 생명을 머물게 하는 집이 됩니다. 그러므로 영원한 생명은 내가 하느님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 안에 머무르시도록 허용하는 삶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그렇게 시작됩니다. 멀리 있는 천국의 문으로가 아니라,오늘 내 곁의 사람을 조금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하느님의 거처는 바로 그런 사람의 마음 안에 조용히 세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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