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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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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게 하시는 분을 보내주겠다.

 

박해의 시대를 건너는 이들에게 보내는 진리의 영,

사람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때 가장 중요한 말을 남깁니다. 오래 함께 웃었던 이야기보다, 수많은 기적의 기억보다,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가장 깊은 진실 하나를 남겨 두고 떠납니다. 예수님도 그러하셨습니다. 그분은 제자들에게 곧 다가올 어둠을 숨기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길 위에 꽃길만 놓여 있다고 말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회당에서 쫓겨날 것이고, 세상은 너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며, 심지어 어떤 이들은 너희를 죽이는 일이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믿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얼마나 슬픈 예언입니까. 사람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람을 상처 입히는 일. 사랑의 이름으로 미움을 정당화하는 일. 진리를 지킨다 하면서 정작 진리이신 분을 십자가에 못 박는 일. 역사는 끊임없이 그 비극을 반복해 왔습니다. 칼을 든 사람들만이 아니라 차가운 말로 사람을 밀어내는 이들도, 자신의 의로움에 취해 타인의 눈물을 보지 못하는 이도, 언제나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아버지도 나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하느님을 안다면 사람은 결코 잔인해질 수 없습니다. 참으로 사랑을 만난 사람은 타인을 함부로 심판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을 안다는 것은 더 많이 지배하는 능력이 아니라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보호자라는 이름의 따뜻한 숨결

예수님께서는 떠나시면서 제자들을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보호자를 보내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진리의 영. 위로자. 곁에 서 계시는 분. 넘어질 때 일으키시는 분. 잊어버린 사랑을 다시 기억하게 하시는 분. 성령은 우리 삶의 소음을 단번에 없애는 마술 같은 능력이 아니라, 혼란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만드는 내면의 빛입니다. 사람들이 등을 돌릴 때에도 너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속삭여 주시는 숨결입니다. 세상이 실패라고 말하는 자리에서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조용히 등을 어루만져 주시는 현존입니다. 성령은 거대한 천둥보다 작은 떨림에 가까운 분입니다. 양심의 가장 깊은 곳에서, 눈물 고인 침묵 속에서, 무너져 내린 밤의 기도 안에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기억하여라.” 처음 사랑을. 처음 부르심을. 처음 눈물 흘리던 순간을. 처음 용서받았던 그 따뜻한 떨림을. 사람은 기억을 잃을 때 방향도 잃어버립니다. 왜 사랑해야 하는지를 잊어버리고, 왜 견뎌야 하는지 잊고,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성령은 우리 안에서 기억의 불씨를 지키시는 분입니다.

 

기억은 신앙의 마지막 등불입니다.

고난이 시작되면 사람은 쉽게 흔들립니다. 기도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억울한 침묵 속에서, 사람들의 오해와 외면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묻게 됩니다. “정말 이 길이 맞는가.” 그러나 바로 그때 성령은 우리 안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떠올리게 하십니다. “내가 미리 말해 두었다.” 그 말씀 하나가 무너지는 마음을 다시 붙잡습니다. ! 주님은 모르셨던 것이 아니구나. 이 어둠도 이미 지나가셨구나. 내 눈물보다 먼저 그분의 눈물이 있었구나. 그 깨달음은 고통을 즉시 사라지게 하지는 않지만, 고통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만듭니다. 믿음은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버려지지 않았음을 아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왜 진리를 두려워하는가?

진리는 늘 불편합니다. 왜냐하면 진리는 우리의 가면을 벗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쌓아 올린 자기 의로움의 탑을 흔들고, 우리가 감추어 두었던 두려움과 욕망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로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합니다. 빛 앞에서는 숨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령은 우리를 정죄하기 위해 진리를 드러내시는 분이 아니라, 치유하기 위해 드러내시는 분입니다. 상처를 드러내야 치료가 시작되듯, 눈물을 인정해야 위로가 시작되듯, 우리 안의 가난과 두려움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은총은 흐르기 시작합니다. 프란치스칸의 가난도 바로 그런 신비입니다. 내가 강하다고 증명하는 삶이 아니라, 하느님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삶. 성령은 그 가난한 마음 안에 머무십니다. 비어 있는 마음, 자기를 주장하기보다 진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마음 안에서 성령은 조용히 숨 쉬십니다.

 

증언한다는 것은 살아낸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증언할 것이다.” 증언은 단지 말을 많이 하는 일이 아닙니다. 삶으로 살아내는 일입니다.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을 끝내 미워하지 않는 것. 상처 입고도 다시 사랑하는 것. 억울함 속에서도 선함을 포기하지 않는 것. 무너진 자리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깊은 증언입니다. 세상은 화려한 논리보다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더 크게 흔들립니다. 한 사람이 오래 참고, 한 사람이 끝내 품고, 한 사람이 다시 일어나 조용히 선의를 흘려보낼 때, 그 삶은 이미 복음이 됩니다. 성령은 바로 그렇게 우리의 삶을 통하여 예수님을 다시 세상 안으로 현존하게 하십니다.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빛

우리의 삶에도 어둠의 때가 옵니다. 기도가 메마르고, 사람들이 낯설어지고, 하느님마저 멀게 느껴지는 시간. 그러나 그때에도 성령은 우리 안에서 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처럼 남아 조용히 속삭이십니다. “기억하여라.” 네가 얼마나 사랑받아 왔는지. 얼마나 용서받아 왔는지. 얼마나 많은 순간 보이지 않는 손길이 너를 붙들어 주었는지. 그 기억은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은총입니다. 신앙은 거대한 확신 이전에 끝내 잊지 않는 사랑의 기억인지도 모릅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복음

우리는 혼자 견디는 존재가 아닙니다. 진리의 영께서 지금도 우리 안에서 숨 쉬고 계십니다. 눈물 흘리는 밤에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외로움 속에서도, 세상의 차가운 시선 앞에서도, 성령은 우리 안에서 예수님의 음성을 기억하게 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또한 알게 됩니다. 신앙은 세상을 이기는 힘이기 전에, 끝까지 사랑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성령은 오늘도 우리 안에서 그 사랑을 지켜 내시는 하느님의 가장 따뜻한 숨결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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