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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알고, 앎으로 살아가는 영원한 생명

 

하느님의 일은 믿음으로 열리는 길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이 말씀은 요한복음 629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선언입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 질문 속에는 늘 인간이 가진 오래된 습관이 숨어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가, 얼마나 해야 충분한가, 어떤 업적으로 구원에 이를 수 있는가 하는 계산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질문의 방향 자체를 바꾸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인간의 업적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먼저 하느님께서 오시고, 먼저 사랑하시고, 먼저 보내십니다. 인간은 그 사랑 앞에서 믿음으로 응답하는 존재입니다.

 

믿음은 단순히 머리로 동의하는 생각이 아닙니다. 믿음은 내 중심의 왕좌에서 내려와, 하느님께 자리를 내어드리는 일입니다. 내가 세상의 기준으로 쌓아 올린 성과와 자랑을 내려놓고, 그분께서 보내신 분 안에 길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겸손입니다. 믿음은 손을 펴는 일입니다. 쥐고 있던 불안, 통제욕, 자기 의로움을 놓아버리고 빈손으로 그리스도를 붙드는 일입니다. 믿음은 눈을 여는 일입니다. 세상이 성공이라 부르는 것이 참생명이 아닐 수 있음을 보고, 작음과 가난과 섬김 속에 숨어 계신 하느님의 영광을 알아보는 일입니다. 믿음은 발을 내딛는 일입니다. 모든 것을 이해한 뒤 걷는 것이 아니라, 말씀 때문에 먼저 한 걸음을 떼는 용기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일은 거창한 업적 이전에 예수 그리스도를 신뢰하는 일입니다. 그 믿음에서 사랑이 태어나고, 그 믿음에서 용서가 흘러나오며, 그 믿음에서 형제애가 자라납니다.

 

행위는 믿음의 뿌리에서 열린 열매입니다. 오늘 우리도 자주 묻습니다. “무엇을 더 해야 합니까?” 그러나 주님은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먼저 나를 믿어라. 네가 세운 탑보다 내가 너를 위해 놓은 길을 신뢰하여라.” 믿는다는 것은 자기 힘의 한계를 인정하고 더 큰 사랑에 자신을 맡기는 승리입니다. 믿는다는 것은 무기력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생명이 내 안에서 일하도록 문을 여는 가장 능동적인 순종입니다. 오늘도 하느님의 일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말씀 앞에 마음을 열고, 그리스도를 신뢰하며, 내 삶의 자리에서 사랑을 선택하는 그 순간마다 하느님의 일은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믿음과 앎으로 얻는 영원한 생명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를 알고 그분이 보내신 분을 아는 것이 영원한 생명이다.” 이 두 말씀은 서로 다른 문장이 아니라 하나의 강물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길의 시작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길의 완성을 말합니다. 하나는 문을 여는 열쇠이고, 다른 하나는 그 문 안에서 누리는 집입니다. 하나는 씨앗이고, 다른 하나는 열매입니다. 믿음으로 시작하여 앎으로 깊어지고, 앎으로 깊어진 사랑은 다시 더 큰 믿음으로 흘러갑니다. 그렇게 인간의 영혼은 하느님 안에서 자라납니다.

 

우리는 자주 묻습니다. 무엇을 해야 합니까? 얼마나 선해야 합니까? 얼마나 기도해야 합니까? 얼마나 성취해야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있습니까? 그러나 주님께서는 인간의 오래된 계산법을 조용히 뒤집으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점수로 들어가는 곳이 아니며, 업적으로 얻어내는 상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일은 먼저 믿는 것입니다.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신뢰하는 것입니다. 내 손으로 탑을 쌓기보다 이미 내려오신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구원하려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나보다 먼저 나를 사랑하신 분께 삶을 맡기는 것입니다.

 

믿음은 단순히 어떤 교리를 인정하는 머리의 동의가 아닙니다. 믿음은 내 마음의 중심을 옮기는 일입니다. 내가 왕좌에 앉아 모든 것을 통제하려던 자리에서 내려와, 하느님께 그 자리를 내어드리는 거룩한 이동입니다. 믿음은 불안의 손아귀를 펴는 일이며, 자기 의로움의 갑옷을 벗는 일이며, 보이지 않아도 사랑을 따라 한 걸음 내딛는 용기입니다. 그렇게 믿기 시작한 사람은 점차 알게 됩니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정보를 많이 가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느님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닙니다. 성경이 말하는 앎은 사랑 안에서 서로를 알아보는 친교입니다. 함께 머물러 본 사람만 아는 깊이, 눈물과 침묵을 나누어 본 사람만 아는 진실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 아버지를 안다는 것은 우주의 원리를 파악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품고 계신 사랑의 품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분이 보내신 이를 안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보는 일입니다. 높아지려는 권력이 아니라 낮아지시는 사랑, 심판으로 군림하는 힘이 아니라 상처 입은 이를 만져 주는 자비, 지배하려는 강함이 아니라 발을 씻기는 섬김이 하느님의 참모습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세상은 성공한 사람을 크다고 말하지만, 그리스도는 작은 이들 곁에 서 계십니다. 세상은 더 많이 움켜쥔 사람을 강하다고 말하지만, 그리스도는 자신을 내어주시는 사랑으로 세상을 이기셨습니다. 세상은 경쟁으로 올라가라 말하지만, 하느님 나라는 함께 내려가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나라입니다. 믿음은 이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앎은 그 질서 안에서 살아 보며 체득하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죽은 뒤에야 시작되는 먼 시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서 시작되는 하느님의 방식의 삶입니다. 누군가를 용서할 때 영원은 열립니다. 억울함 속에서도 미움을 키우지 않을 때 영원은 숨 쉽니다. 외로운 이의 곁에 조용히 앉아 줄 때 하늘나라는 이미 우리 안에 와 있습니다. 가진 것을 나누고, 약한 이를 먼저 생각하고, 눈물 흘리는 이와 함께 울 줄 아는 사람 안에서 영원한 생명은 자라납니다. 영원한 생명의 반대는 단순히 육체의 죽음이 아닙니다. 사랑하지 못하는 삶, 누구도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 자기 안에 갇혀 흐르지 못하는 영혼이 참된 죽음입니다. 반대로 상처 속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실패 속에서도 선을 믿는 사람, 어둠 속에서도 빛을 기다리는 사람은 이미 영원을 살고 있습니다.

 

믿음은 문을 열고, 앎은 그 집 안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믿음은 씨를 뿌리고, 앎은 꽃을 피웁니다. 믿음은 주님께 손을 내미는 것이고, 앎은 그 손의 온기를 오래 기억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당신을 신뢰합니다라고 말하는 첫 고백이고, 앎은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사랑의 성숙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일과 영원한 생명은 둘이 아닙니다. 믿는 일이 곧 살아나는 일이며, 하느님을 아는 일이 곧 영원을 사는 일입니다. 믿음은 생명의 시작이고, 생명은 믿음의 열매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우리에게 거창한 업적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먼저 믿으라 하십니다. 그리고 그 믿음 안에서 당신을 알아 가라 하십니다. 사랑 안에서, 관계 안에서, 일상의 작은 선택들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라 하십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믿음으로 한 걸음 내딛으십시오. 그리고 사랑으로 살아 보십시오. 그 길 위에서 어느새 당신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미 영원한 생명 안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기쁨으로 알아들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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