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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가난 안에 흐르는 포도주와 말씀에 굴복하는 잔치의 기쁨

 

갈릴래아 가나의 잔치가 한창일 때 사람들은 웃고 있었고 음악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기쁨의 밑바닥에서 조용히 마른 소리가 들렸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잔치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기쁨의 근원은 이미 비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겉으로는 잘 돌아가는 우리의 삶과도 같습니다. 사람들 속에서 웃고 일을 하고, 기도를 하고, 말을 나누지만 어느 날 문득 내 안의 깊은 곳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소리. “포도주가 없다.” 사랑의 열정이 마르고, 관계의 온기가 식고, 기도의 샘이 메마르고, 믿음의 기쁨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 영혼은 돌 항아리처럼 무겁게 서 있습니다. 정결례를 위해 놓여 있던 그 여섯 개의 돌 항아리처럼 우리 마음도 율법과 의무와 습관으로 채워져 단단하게 굳어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 어머니의 눈이 먼저 알아봅니다. 사람들이 모르는 결핍을 하느님께 가져가는 눈. “포도주가 없구나.” 어머니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판단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결핍을 아드님의 마음 앞에 놓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합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이 말은 신앙의 가장 단순하고도 깊은 문장입니다. 이것은 이해의 길이 아니라 순종의 길입니다.

 

프란치스코가 그랬듯이 복음을 듣고 곧장 길을 나서는 가난한 발걸음입니다. 주님께서는 기적을 먼저 일으키지 않으십니다. 먼저 물을 채우라고 하십니다. 하인들은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일을 합니다. 돌 항아리 속에 물을 붓습니다. 한 동이 또 한 동이 끝까지, 가득 채울 때까지. 기적은 순종의 마지막 물동이 위에서 조용히 시작됩니다. 물이 포도주가 됩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칸의 눈으로 보면 이 사건의 가장 깊은 기적은 물이 포도주가 된 것이 아니라 돌 같은 인간이 은총의 흐름이 되는 순간입니다. 가난은 비어 있음이 아닙니다. 가난은 채워질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자기를 비운 마음만이 하느님의 기쁨을 담을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이 비밀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소유를 버린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내려놓았습니다.

 

내가 중심이 되는 자리, 내가 옳다는 자리, 내가 인정받고 싶은 자리, 그 단단한 돌 항아리를 하느님의 손에 내어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비어 있음 속에서 하늘의 포도주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내적 가난입니다. 내적 가난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하느님의 선으로 돌려드리는 자유입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사람입니다. 자존심을 지킬 필요도 없고 자기를 증명할 필요도 없고 자리를 차지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는 빈 항아리처럼 하느님의 기쁨을 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므로 가나의 기적은 잔치의 이야기이기 전에가난의 이야기입니다. 빈 자리에서 기쁨이 시작됩니다. 비어 있는 마음에서 은총이 흐릅니다.

 

복음은 두 번째 표징으로 우리를 더 깊은 가난으로 부릅니다. 왕실 관리가 아들을 살려 달라고 찾아왔을 때 예수님은 그 집으로 가지 않으셨습니다. 단지 말씀하셨습니다.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그 말 하나만을 가지고 그 사람은 길을 떠났습니다. 확인도 하지 않았고 증거도 없었습니다. 그는 말씀 하나에 의지한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믿음은 확실함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확실함 없이도 말씀을 붙드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칸 가난의 가장 깊은 자리도 바로 여기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하느님을 신뢰하는 마음. 내 손에 아무것도 없어도 하느님의 선이 흐르고 있음을 믿는 마음. 그때 기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는 세상을 향해 노래했습니다. “주님, 당신은 선, 모든 선, 지극히 높으신 선이십니다.” 하느님의 선은 높은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비어 있는 마음으로 흐르고, 가난한 영혼으로 흐르고 자기를 내려놓은 사람 안으로흐릅니다.

 

내적 가난을 사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입니다. 그는 하느님의 기쁨을 마시는 사람이며 하느님의 자비를 나르는 포도주 항아리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우리 삶의 잔치 한가운데서 주님은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물을 채워라. 너의 빈 마음을 나에게 맡겨라. 그러면 네 안의 평범한 물이 누군가의 삶을 살리는 하늘의 포도주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됩니다. 표징은 기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의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마음이 하느님의 기쁨을 세상에 흘려보내는 작은 항아리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작은 항아리의 이름이 바로 프란치스칸의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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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가온 48 분 전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아멘. 오늘의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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