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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나약한 하느님 1

 

무한을 향한 인간의 갈망과 좌절

우리는 모든 것이 스러져가는 유한한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육신은 쇠약해지며, 화려했던 권력과 힘도 결국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벽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힘겨운 과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외'를 찾습니다. 죽지 않는 것, 늙지 않는 것, 변하지 않는 것, 그리고 모든 결핍을 채워줄 '무한한 권능'을 갈구합니다. 인류 역사 속에서 종교는 그 무한함의 실체를 '하느님'이라 불러왔고, 우리는 그 완전한 힘에 기댐으로써 우리의 유한성을 극복하려 했습니다.

 

하느님의 반전, "나도 아프다"

그러나 성경이 증언하고,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와 클라라가 만난 하느님은 우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십니다. 구름 위에서 번개를 휘두르는 전능자가 아니라, 인간의 비천함 한복판으로 내려오신 분입니다. "나도 고통당한다. 나도 이 세상의 유한함에 동참하고 있다." 이것은 놀라운 선언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로 올라가 그분의 강함에 닿으려 할 때, 하느님은 오히려 인간의 낮은 곳으로 내려와 우리의 약함에 손을 얹으십니다.

 

프란치스코와 클라라가 본 '가난한 그리스도'

프란치스코와 클라라의 영성에서 하느님은 결코 군림하는 분이 아닙니다. 그들은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의 본질을 읽어냈습니다. 비천함은 창조주께서 피조물의 태 속으로 들어오신 사건이며 가난은 아무런 권리도, 방어할 수단도 갖지 않은 무력함이고 고통은 인간의 시련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겪어내시는 사랑입니다. 예수님이 육신으로 겪으신 고통은 하느님이 인간의 시련에서 동떨어진 관찰자가 아님을 웅변합니다. 하느님은 고통을 '해결'해주러 오신 분이기 이전에, 고통을 '함께 겪으시는' 분입니다.

 

나약함이 곧 구원이 되는 신비

성경과 프란치스코의 핵심적 세계관은 바로 이 '나약함의 신비'에 있습니다. 우리가 완벽하고 강해야만 하느님께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가장 나약하고 비천해질 때 그곳에 이미 와 계신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는 역설입니다. 세상의 유한함은 이제 더 이상 저주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그 유한함 속에 머무심으로써, 우리의 모든 눈물과 상처는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성사(聖事)가 되었습니다. “감히 하늘을 우러러 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라고 기도했던 세리에게 하느님은 멀리 계신 전능자가 아니라, 지금 내 곁에서 함께 울고 계신 '가난한 연인'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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