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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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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타는 영혼의 노래

 

우리는 본능적으로 매끈하고 안락한 길만을 탐합니다. 아픔은 흉터가 될까 두려워 피하고, 실패는 부끄러움이라 여겨 가리며, 나약함은 들키지 않아야 할 치부로 숨겨둡니다. 그러나 우리가 고통을 피해 도망치는 그 비겁한 안락 속에서, 우리의 영혼은 소리 없이 방부 처리되고 있었습니다. 감각은 마비되고, 존재의 깊이는 한없이 얇아져, 결국 우리는 거대한 우주 앞에 초라하고 왜소한 인형으로 남게 됩니다.

 

생각의 그물만으로는 결코 낚아 올릴 수 없는 생의 진실, 그 뜨거운 앎은 오직 고통이라는 용광로를 통과한 자에게만 허락되는 은총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신 포도주'를 권합니다. 고통을 잊게 해줄 마취제, 슬픔을 지워줄 일시적인 환희, 나약함을 가려줄 천박한 화려함을 내밀며 우리를 유혹합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십자가 위의 그분은 신 포도주를 거절하셨습니다.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는 육신의 비참함과, 아버지마저 침묵하는 듯한 존재론적 딜레마를 마취 없이 받아내셨습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정면으로 응시하겠다는 거룩한 선언이었습니다.

 

우리가 삶의 벼랑 끝에서 울부짖을 일이 없다면, 또 이를 악물고 견뎌야 할 밤이 없다면, 우리는 얼마나 터무니없이 기고만장하겠습니까. 고통은 우리를 겸손의 낮은 땅으로 끌어내립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무의식 속에 숨겨둔 그림자 자아를 만납니다. 빛 뒤에 숨겨두었던 나의 추함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한계를 직면할 때, 비로소 우리는 부풀려진 허상이 아닌 실존의 민낯으로 하느님 앞에 섭니다.

 

나의 아픔이 비명이 되어 터져 나올 때, 그 소리는 비로소 지구별 너머의 거대한 신음과 공명하기 시작합니다. 나의 고통이 개인의 방을 넘어설 때, 우리는 더 이상 소외된 섬이 아닙니다. 이웃의 눈물에서 나의 슬픔을 보고, 타인의 상처에서 나의 흉터를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우주적 그리스도의 몸에 속한 신비로운 지체가 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은 더 이상 하늘 위 멀리 계신 관념이 아닙니다. 그분은 우리 밖에서 명령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가 겪어낸 고통의 상처 틈새로 흘러들어와 우리 안에서 함께 신음하시는 분입니다. 안에서부터 차오르는 그 뜨거운 사랑을 알게 될 때, 고통은 더 이상 저주가 아니라 영원을 향해 열린 유일한 문이 됩니다. 우리는 이제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깊은 골짜기를 지나 생명의 정점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인동(忍冬)의 노래

 

겨울을 건너는 마음,

새벽달 아래 홀로 깨어있는 시간,

세상은 가시 돋친 서리를 내르며 온기를 거두어갑니다.

시린 손을 부여잡고 견뎌야 하는 이 계절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사람이 타는 추위일 뿐이겠지요.

하지만 그 모진 바람 끝에 인동초(忍冬草)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겨울을 참아내는 풀'.

모두가 잠든 차가운 땅 위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마중 나가는 겨울에 피는 꽃입니다.

"가장 시린 곳에서 피어난 꽃이 가장 향기롭습니다.

 

푸르스름한 새벽달이 낮게 내려앉은 들판

세상은 온통 가시 돋친 서리로

날 선 경계를 세우고 있습니다

호 불어도 여전히 시린 손 살을 파고드는 사람의 추위는

잠시 쉬어갈 틈조차 허락지 않지만

그 모진 바람의 틈바구니에 기어이 고개를 드는 생명이 있습니다

얼어붙은 대지 위로 붉은 숨결 내뿜으며

홀로 겨울에 피는 꽃

그대는 잎을 떨구지 않는 인동초

가장 추운 곳에서 가장 먼저 봄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감각마저 무뎌진 시린 손 끝에 남은 건

차마 말로 다 못할 사람이 타는 추위.

우리는 그 사무치는 한기를 외면하는 대신

정갈하게 닦아 신의 젯상 위에 올립니다.

얼어붙은 몸이 제물이 되고

떨리는 숨결이 향이 되는 순간,

가장 낮은 곳에서 버텨온 인동초는

비로소 겨울에 피는 꽃이 되어

신의 침묵을 깨우는 향기를 피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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