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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물로써 얻는 하느님 나라

 

진정한 평화의 도구가 된다는 것은, 나를 지우고 타인의 풍경이 되어주는 일입니다. 상대의 고요한 마음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지 않도록, 나의 목소리를 낮추고 발걸음을 줄이는 배려입니다. 그것은 요란한 친절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그 눈빛의 갈라진 틈을 미리 헤아려, 아무런 생색 없이 그 빈곳을 가만히 메워주는 정성스러운 손길입니다

아래로 내려가 위로 오르는 이 거꾸로 된 원리를 우리는 불완전함의 영성이라 부릅니다. 프란치스칸의 내적 가난의 삶은 무언가를 성취하여 얻는 가치가 아니라 내려가고, 내려놓고, 비워냄으로써 얻는 부산물로써의 가치들입니다. 내가 누군가의 위에 머무는 한, 그 메시지가 진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설명할 수는 있어도 믿게 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몸소 아래로 내려갔다가 완전히 다른 쪽으로, 더 큰 모양을 하고 다시 나와 보기 전에는 이것이 진실이라는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내려갈 수 없습니다. 반드시 하느님에 의해 거꾸러져야 합니다. 내 안에 있는 그 어떤 것도 이 길을 믿고 싶어 하지 않고, 이 통로를 통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설명으로 아는 진리가 아니라 끌려 다녀 본 후에야 알게 되는 영혼의 비밀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허용한 사람만이 압니다. 그리고 그마저도 그 일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압니다.

 

도구적 존재의 삶은 무언가를 말하는 입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결을 불필요하게 흔들지 않는 마음입니다. 설득하지 않아도 되고 이기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저 그가 지금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을 존중하는 침묵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필요를 말없이 채우는 마음, 도움을 주었다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배려, 내 선함이 드러나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나는 사랑입니다.

 

행복은 가난의 부산물입니다. 덜 가지려 할 때 이미 충분함을 알아보는 눈, 비워진 손바닥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 평온한 안정입니다. 평화는 정의의 부산물입니다. 감정의 균형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에서 오는 안정, 침묵 속에서도 누구도 짓밟히지 않는 질서입니다. 자유와 기쁨은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에 사랑으로 응답하면서 얻는 부산물입니다. 그러므로 행복, 평화, 자유와 기쁨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찾으면 찾을 수 없고 복음적 가치를 삶으로 옮겨 놓는 과정에서 얻는 하느님 나라의 가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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