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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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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고, 사랑하고, 용서하라 (복음의 핵심)

 

길 위에서 발생하는 복음은 작음으로 걷고 사랑으로 머물며 관계 안에 선의 흐름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따르고,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복음의 핵심 말씀은 일상의 먼지 묻은 길 위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복음으로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세 줄기 강물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걸으셨던 '작음''가난'의 길을 따라, 우리 삶의 관계라는 텃밭에 뿌려진 따름과 사랑과 용서의 신비를 묵상해 봅니다.

 

따름은 나를 비워 그분이 머물 자리를 내어주는 여정입니다.

그분을 따른다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계신 '작은 형제'의 발치에 무릎을 굽히는 일입니다. 내 안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타인의 신음이 들리지 않을 때, 우리는 '작음'이라는 겸손의 옷을 입습니다. 내 계획과 아집을 내려놓는 '가난한 마음'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앞서 가신 그분의 뒷모습을 발견합니다. 관계의 현장에서 상대를 가르치려 들기보다 그저 곁에서 묵묵히 보조를 맞추는 것, 그것이 바로 일상에서 피어나는 가장 거룩한 '따름'입니다.

 

사랑은 소유하지 않는 가난함으로 서로를 안아주는 온기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내 마음대로 바꾸려 하지 않는 '형제성'의 다른 이름입니다. 움켜쥐려는 손을 펴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놓아주는 것, 그것이 프란치스칸이 말하는 '가난한 사랑'입니다. 상대를 내 욕망의 도구로 삼지 않고, 존재 자체를 하느님의 선물로 우러러볼 때 우리의 관계는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나누고, 슬픈 이의 어깨를 가만히 짚어주는 그 소박한 몸짓 안에 우주의 모든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주인이 아니라, 서로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야 합니다.

 

용서는 겸손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화해의 샘물입니다.

용서는 내가 너보다 나아서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나 역시 부서지기 쉬운 질그릇임을 고백하는 '겸손'의 극치입니다. 내 마음의 담장을 허물고 상대를 형제로 받아들이는 일은, 내가 먼저 하느님의 자비 없이는 살 수 없는 가난한 존재임을 깨달을 때 시작됩니다. 누군가의 허물을 덮어주는 것은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이의 끊어진 '형제성'을 다시 잇기 위함입니다. 어제의 상처를 오늘로 가져오지 않는 그 비워냄의 미학이, 메마른 일상의 관계를 다시 숨 쉬게 하는 생명의 호흡이 됩니다.

 

오직 비워진 손만이 누군가의 손을 온전히 잡을 수 있고, 낮아진 마음만이 타인의 가슴에 가닿을 수 있습니다. 작음과 가난함으로 빚어낸 따름과 사랑과 용서, 그것이 오늘 우리가 살아낼 가장 아름다운 복음의 노래입니다.

 

비움으로 채우는 비대칭의 노래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은 소리가 없으나

세상의 모든 목마른 뿌리를 적시듯,

나의 '작음'이 당신의 '높음'을 우러러보는 그 지점에서

복음은 비로소 일상의 살과 피가 됩니다.

 

따름은 나를 지우는 고요한 발자국입니다.

내 안의 광야에서 아집의 가시를 뽑아내고

텅 빈 가난한 마음으로 당신의 뒷모습을 쫓는 일,

그것은 화려한 제단 위가 아니라

설거지통의 뿌연 물속과 고단한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내 곁의 형제를 상전으로 모시는 거룩한 '작음'의 순례입니다.

 

사랑은 소유하지 않는 가난한 손길입니다.

움켜쥐면 부서질까, 가두면 시들까 염려하며

상대를 내 마음의 감옥에 가두지 않는 자유입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작은 형제'가 된다는 것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빈손으로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일,

내 몫의 빵을 떼어 줄 때 생기는 그 빈자리에

비로소 하느님의 미소가 깃드는 신비입니다.

 

용서는 겸손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눈물 어린 생수입니다.

나 역시 흙으로 빚어진 허물 많은 존재임을 고백하며

상대의 흉터를 내 몸의 무늬처럼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옳고 그름의 잣대를 꺾어 땔감으로 태워버리고

그 재 위에서 다시 화해의 싹을 틔우는 것,

자신을 낮추어 바닥이 된 사람만이

세상의 모든 발을 씻겨줄 수 있는 '겸손'의 완성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작아서 눈부시고, 가난해서 넉넉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하느님의 얼굴이 되는

끝나지 않는 복음의 산문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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