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믿음의 기초를 이루는 세가지 확신에 대한 묵상 1

 

사랑의 자리, 그 눈부신 떨림에 대하여 찬란히 떠 오르는 햇살아래 묵상의 날개를 폅니다. 겨울 아침의 성에조차 햇살을 품으면 보석이 되듯, 우리의 삶이 비루하고 거칠게 느껴질 때조차 결코 사라지지 않는 세 가지 숨결이 우리 영혼의 가장 깊은 기초로 남아 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라 베르나의 찬바람 속에서 살을 에는 고독을 통과하며 발견했던 그 뜨거운 온기를 빌려, 오늘 우리의 아주 평범한 관계들 안에 이미 깃들어 있는 믿음의 확신을 조심스레 노래합니다.

 

이 글은 갈등 한가운데 서 있는 보편적 신앙인을 위한 묵상입니다.  갈등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 속에서도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같은 믿음을 고백하면서도 서로 다른 상처를 지니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옳고자 애쓰며 그 과정에서 자주 부딪힙니다. 이 글은 갈등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갈등이 사랑으로 다시 방향을 틀 수 있는 아주 작은 내면의 움직임을 돕기 위한 묵상입니다.

 

1.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내가 믿는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시고 사랑의 하느님은 삼위일체 하느님이십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혼자서 할 수 없고 대상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내어주시는 사랑이 전부입니다. 위격적 관계에서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의 본질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내어주는 사랑 안에서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의 활동입니다. 우리는 내어주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배웁니다. 육화의 신비로 우리와 함께 계신 예수님은 우리의 스승이시며 모범이시고, 어머니시고 형제이시며 연인이십니다.

 

만물 속에 스며든 다정한 시선, 하느님은 저 멀리 구름 위에서 심판의 장부를 적으시는 분이 아니라, 오늘 아침 베란다 틈새로 스며든 햇살 속에, 말없이 피었다가 말없이 지는 이름 없는 풀꽃의 숨결 속에 계십니다. 그분은 사랑이라는 설명 가능한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하루를 향해 끊임없이 다가오시는 뜨겁고도 겸손한 동사이십니다. 태양을 형제로, 달을 누이로 불렀던 그 고백은 시적인 감상이 아니라 온 우주가 이미 사랑 안에 놓여 있다는 깊은 인식의 열매였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마주하는 까칠한 이웃의 얼굴 뒤에도, 서툰 말이 오가다 상처가 남는 대화의 틈새에도, 만물을 존재하게 하시는 그분의 선하심은 배경처럼, 숨결처럼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나를 방어하던 마음이 느슨해지는 순간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고백은 새로운 정보를 아는 일이 아니라, 늘 긴장하며 세상을 해석하던 내 시선이 조금 풀어지는 경험입니다. 그래서 이 고백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누군가의 말에 즉각 반응하려던 혀를 잠시 멈추는 것, “왜 저럴까?”라는 판단 대신 저 사람도 지금은 버거운가 보다라고 마음속에서 말을 바꿔보는 것, 오늘 하루, 단 한 번이라도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는 시간,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믿음은 세상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대신, 모든 상황을 사랑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로 다시 배치합니다. 그 순간 내가 세상을 통제하려던 손이 풀리고, 하느님께서 이미 일하고 계셨음을 늦게나마 알아차립니다.

 

상대를 문제로 규정하려는 마음을 멈추는 자리, 갈등이 생기면 우리 안에서는 아주 빠른 판단이 일어납니다. “저 사람은 신앙이 부족해.” “왜 저렇게 이기적이지?” “저 태도는 틀렸어.” 이때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믿음은 상대를 변호해 주는 교리가 아니라, 내가 너무 빨리 재판장이 되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하는 멈춤입니다. 실천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지금 이 갈등에서 누가 옳은지를 따지기 전에 누가 더 아픈지를 먼저 떠올려 보기, 상대의 말 전체를 반박하려 하기보다 단 한 문장만이라도 , 저 말 안에는 두려움이 있구나하고 마음속으로 다시 번역해 보기, 하느님께 묻기 전에 제가 옳습니까?”가 아니라 제가 너무 단단해진 건 아닙니까?”라고 질문을 바꿔보기, 하느님은 갈등의 한 편에 서 계시기보다, 그 갈등을 견디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먼저 서 계십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는 순간, 내 언어의 날이 조금 무뎌집니다.

 

나는 이미 사랑 안에 놓인 존재입니다. 창조에서 시작되어 관계로 완성되는 응답의 길은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사실을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창조는 이미 사랑의 방식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창조는 나를 필요한 존재로 부르신 선택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말은, 무언가 부족해서 채우셨다는 뜻이 아닙니다. 창조는 결핍의 결과가 아니라, 사랑이 스스로를 밖으로 내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은 우연한 생물학적 결과이기 전에, “이 존재가 없으면 이 사랑은 온전하지 않다라는 하느님의 기꺼운 선택이었습니다. 하느님은 필요 없는 것을 만들지 않으십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성격, 기질, 약함, 느림, 심지어 반복되는 실수까지도 그분의 사랑이 통과하기로 선택한 자리입니다. 창조 안에 새겨진 사랑은 쓸모를 따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여기에 있어도 된다. 아니, 여기에 있어야 한다.” 이 인식이 신앙의 첫 번째 바닥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 자만심이 만든 병 (2026,1,17. 복음묵상) 자만심이 만든 병 (2026,1,17. 복음묵상)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 이마르첼리노M 2026.01.17 109
14 변화보다 차라리 죽음을 변화보다 차라리 죽음을   썩기를 두려워하는 밀알처럼 인간의 에고는 추락하거나 바뀌거나 죽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무엇이 되기를 택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 이마르첼리노M 2026.01.17 97
13 예수님을 알아보는 표지 예수님을 알아보는 표지   나는 보았습니다. 그러나 눈으로만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둘기처럼 내려오시는 성령은 번개처럼 소란하지 않았고 폭풍처럼 세상을 ... 이마르첼리노M 2026.01.18 107
12 새 포도주를 담을 자리 새 포도주를 담을 자리   아침 설거지통에 남아 있는 어젯밤의 찌든 기름기처럼 내 마음에도 오래된 방식들이 남아 있습니다. 옳다고 믿어왔던 말투, 상처를 입... 이마르첼리노M 2026.01.19 120
11 안식일의 얼굴 안식일의 얼굴   안식일은 하늘의 규정표가 아니라 지친 인간의 숨결에서 태어났습니다. 돌판에 먼저 새겨진 것이 아니라 굳은 손마디와 굽은 허리, 기다림에 마... 이마르첼리노M 2026.01.19 119
10 오그라든 손, 오그라든 마음 오그라든 손, 오그라든 마음   아침 식탁에서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눈을 오래 바라보지 않습니다. 김이 오르는 국그릇 위로 말 대신 피로가 먼저 올라오고, ... 이마르첼리노M 2026.01.20 117
9 오그라든 인생길에 펼쳐진 인생길을 가려면 1 오그라든 인생길에 펼쳐진 인생길을 가려면 1   1. 오그라든 손에 대한 통찰   오그라든 인생길에서 활짝 펼쳐진 인생길로 나아가는 것은, 단순히 환경이 바뀌는... 이마르첼리노M 2026.01.21 129
8 오그라든 인생길에 펼쳐진 인생길을 가려면 2 오그라든 인생길에 펼쳐진 인생길을 가려면 2   상처를 길의 안내자로 받아들이기 인생길이 곧게 펴진다는 것이 고통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펼쳐진 길로 ... 1 이마르첼리노M 2026.01.21 144
7 프란치스칸 작음의 영성이 이 시대에 주는 희망의 메시지 프란치스칸 작음의 영성이 이 시대에 주는 희망의 메시지   더 높이 오르라는 시대에, 아래로 내려가는 자유 오늘의 세계는 끊임없이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강... 이마르첼리노M 2026.01.22 121
6 온유한 마음에 성령의 불이 닿으면 온유한 마음에 성령의 불이 닿으면   이른 새벽, 아직 말이 깨어나기 전의 시간에 나는 노트북을 켜고 하루를 엽니다. 화면이 켜지는 동안 그 짧은 공백 속에서... 이마르첼리노M 2026.01.24 110
5 성프란치스코의 여섯가지 덕행에 대한 묵상 성프란치스코의 여섯가지 덕행에 대한 묵상   성 프란치스코가 모든 덕행에 드린 찬미의 노래인 '덕행들에게 바치는 인사’는 가난과 겸손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 이마르첼리노M 2026.01.25 105
4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2026,1,26 .독서와 복음 묵상)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2026,1,26. 독서와 복음 묵상)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루가 10,5) 이 말씀은 관계... 이마르첼리노M 2026.01.26 56
3 믿음의 기초를 이루는 세가지 확신에 대한 묵상 3 믿음의 기초를 이루는 세가지 확신에 대한 묵상 3   3. 나의 자유는 사랑 받고 있음에 응답하기 위한 것이다. 나의 자유는 사랑에 응답하기 위해 있다는 사실은 ... new 이마르첼리노M 2026.01.27 5
2 믿음의 기초를 이루는 세가지 확신에 대한 묵상 2 믿음의 기초를 이루는 세가지 확신에 대한 묵상 2   2. 나는 그분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가난한 마음으로 누리는 축복입니다. 우리 믿... new 이마르첼리노M 2026.01.27 6
» 믿음의 기초를 이루는 세가지 확신에 대한 묵상 1 믿음의 기초를 이루는 세가지 확신에 대한 묵상 1   사랑의 자리, 그 눈부신 떨림에 대하여 찬란히 떠 오르는 햇살아래 묵상의 날개를 폅니다. 겨울 아침의 성에... new 이마르첼리노M 2026.01.27 10
Board Pagination ‹ Prev 1 ...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Next ›
/ 116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