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의 얼굴
안식일은 하늘의 규정표가 아니라
지친 인간의 숨결에서 태어났습니다.
돌판에 먼저 새겨진 것이 아니라
굳은 손마디와 굽은 허리,
기다림에 마른 눈동자 위에
먼저 내려앉은 자비의 그늘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늘을 집으로 착각했고,
집을 성벽으로 바꾸었습니다.
안식일을 지키느라 형제의 신음을 지나쳤고,
율법을 붙들느라 사람의 손을 놓쳤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율법을 부수지 않으시고
그 얼굴을 돌려 보여 주십니다.
“보아라, 안식일의 중심에는 규칙이 아니라 사람이 있다.”
안식일은 멈춤의 명령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입니다.
함께 숨 쉬지 못하게 만드는 쉼은 참된 쉼이 아니고,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게 만드는 거룩함은
하느님의 것이 아닙니다.
프란치스칸의 눈으로 보면 안식일은
형제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일하지 않는 날이 아니라 서로를 이용하지 않는 날,
성과를 내려놓고 존재를 환대하는 날입니다.
배고픈 형제가 앞에 있는데
규정을 먼저 펼치는 손보다, 빵을 나누는 손이
이미 복음을 살고 있습니다.
율법은 사랑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사랑을 가두기 시작할 때 이미 자기 목적을 잃습니다.
자비는 율법을 무시하지 않고 그 깊이를 완성합니다.
예수님이 안식일에 고치신 것은
몸만이 아니라 관계였습니다.
그분은 사람을 다시 공동체로,
고립을 형제성으로 되돌려 놓으셨습니다.
안식일의 참된 기적은 병이 낫는 사건보다
서로를 다시 “형제”라 부를 수 있게 되는 그 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안식일을 지키는 사람들이 아니라
안식일이 쉬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규칙이 아니라 자비가 먼저 말을 걸고,
판단보다 함께 앉아 침묵할 줄 아는 사람.
안식일은 하느님께 드리는 공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관계의 선물입니다.
오늘, 내가 지키고 있는 것이
율법인지 형제인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프란치스칸의 길 위에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제가 안식일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안식일처럼 누군가의 쉼이 되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