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7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사람

 

부르심은 언제나 이름으로 오십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천둥처럼 모든 이를 한꺼번에 흔들지 않습니다. 그분은 언제나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그리고 그 이름이 불린 순간, 그의 세계는 조용히 방향을 바꿉니다.

 

구약에서는 먼저, 아브라함에게, 그 부르심은 지도를 주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네가 살던 땅을 떠나라.” 하느님은 목적지를 설명하지 않으셨고 안전장치도 주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약속 하나, “내가 너와 함께하겠다.” 부르심은 무언가를 더 갖게 하는 명령이 아니라 붙들고 있던 확실함을 하나씩 내려놓으라는 초대였습니다. 아브라함은 알지 못한 채 떠났고 그 떠남 자체가 이미 믿음이 되었습니다.

 

모세에게 부르심은 타오르되 사라지지 않는 가시덤불 속에서 들려왔습니다. 그는 말이 느렸고 과거는 무거웠으며 자신을 부르실 이유를 찾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유능함이 아니라 고통을 알아보는 마음을 보셨습니다. “내 백성의 신음소리를 내가 들었다.” 부르심은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으로 그를 끌어당기는 음성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모세는 더 이상 자기 인생만 사는 사람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예언자들에게 부르심은 언제나 불편한 진실의 무게로 왔습니다. 그들은 보고도 침묵할 수 없었고 알고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부르심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길이 아니라 하느님의 마음에 사로잡히는 길이었습니다. 예언자는 미래를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견디는 사람이었습니다.

 

신약에서 부르심은 갈릴래아의 일상 한가운데서 걸려 넘어지듯 시작됩니다. 그물 손질하던 손을 그대로 둔 채, 세리의 계산대 앞에서, 평범한 길 위에서 그분은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라.” 제자들은 모든 것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이상하게도 그 음성 앞에서만큼은 자기 삶이 작아 보였기 때문에 일어섰습니다. 부르심은 완성된 사람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함께 빚어 갈 사람을 부르는 일이었습니다.

 

오늘의 교회에서도 부르심은 계속됩니다. 성직자에게 그 부르심은 자기 뜻을 내려놓고 말씀과 성사의 통로가 되라는 요청입니다. 그는 중심에 서 있지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서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수도자에게 부르심은 세상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 소유, 경쟁, 포장, 자랑, 비교, 자기 증명의 언어 그 바깥으로 걸어 나오라는 초대입니다. 그들의 삶은 하느님만으로 충분하다는 침묵의 증언입니다. 그러나 부르심은 성직자와 수도자에게서 멈추지 않습니다. 평신도에게 부르심은 도망칠 수 없는 일상 속에서 더 선명해집니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관계의 피로 한가운데서 복음을 살아내라는 부르심이며 그 부르심은 무대 위가 아니라 부엌과 회의실, 병실과 골목길에서 가장 진실해집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역할을 나누기 위한 구분이 아니라 사랑을 퍼뜨리기 위한 다양한 길입니다. 누구도 대신 응답해 줄 수 없고 아무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부르심은 언제나 단수이며, 관계이며,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들려옵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부른다.” 그 음성에 완벽한 준비로 응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응답한 사람은 모두 자기 삶이 하느님의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부르심은 특별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하느님과 함께 살게 하는 은총입니다. 오늘도 하느님은 사람을 개별적으로 부르십니다. 그 부르심은 이미 당신의 이름을 알고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를 향해 오고 있습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3 오그라든 인생길에 펼쳐진 인생길을 가려면 2 오그라든 인생길에 펼쳐진 인생길을 가려면 2   상처를 길의 안내자로 받아들이기 인생길이 곧게 펴진다는 것이 고통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펼쳐진 길로 ... 1 이마르첼리노M 2026.01.21 30
1732 오그라든 인생길에 펼쳐진 인생길을 가려면 1 오그라든 인생길에 펼쳐진 인생길을 가려면 1   1. 오그라든 손에 대한 통찰   오그라든 인생길에서 활짝 펼쳐진 인생길로 나아가는 것은, 단순히 환경이 바뀌는... 이마르첼리노M 2026.01.21 30
1731 오그라든 손, 오그라든 마음 오그라든 손, 오그라든 마음   아침 식탁에서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눈을 오래 바라보지 않습니다. 김이 오르는 국그릇 위로 말 대신 피로가 먼저 올라오고, ... 이마르첼리노M 2026.01.20 31
1730 안식일의 얼굴 안식일의 얼굴   안식일은 하늘의 규정표가 아니라 지친 인간의 숨결에서 태어났습니다. 돌판에 먼저 새겨진 것이 아니라 굳은 손마디와 굽은 허리, 기다림에 마... 이마르첼리노M 2026.01.19 49
1729 새 포도주를 담을 자리 새 포도주를 담을 자리   아침 설거지통에 남아 있는 어젯밤의 찌든 기름기처럼 내 마음에도 오래된 방식들이 남아 있습니다. 옳다고 믿어왔던 말투, 상처를 입... 이마르첼리노M 2026.01.19 69
1728 예수님을 알아보는 표지 예수님을 알아보는 표지   나는 보았습니다. 그러나 눈으로만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둘기처럼 내려오시는 성령은 번개처럼 소란하지 않았고 폭풍처럼 세상을 ... 이마르첼리노M 2026.01.18 62
1727 변화보다 차라리 죽음을 변화보다 차라리 죽음을   썩기를 두려워하는 밀알처럼 인간의 에고는 추락하거나 바뀌거나 죽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무엇이 되기를 택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 이마르첼리노M 2026.01.17 59
1726 자만심이 만든 병 (2026,1,17. 복음묵상) 자만심이 만든 병 (2026,1,17. 복음묵상)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 이마르첼리노M 2026.01.17 70
1725 꼴찌들이 받아들인 관계의 무게 꼴찌들이 받아들인 관계의 무게   첫째들의 천국에서 꼴찌들의 지옥이라는 현대판 시나리오는 복음 앞에서 길을 잃어버립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꼴찌로 길을 ... 이마르첼리노M 2026.01.17 65
1724 중풍병자와 네 명의 친구들 중풍병자와 네 명의 친구들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치유하시는 예수님, 집 안은 숨이 막힐 만큼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말씀을 들으려는 이들의 열망이 문을 막았... 이마르첼리노M 2026.01.16 88
»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사람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사람   부르심은 언제나 이름으로 오십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천둥처럼 모든 이를 한꺼번에 흔들지 않습니다. 그분은 언제나 한 ... 이마르첼리노M 2026.01.16 75
1722 계약궤와 성체 사이에서 드러나는 오래된 유혹 (2026,1,15 독서와 복음 묵상) 계약궤와 성체 사이에서 드러나는 오래된 유혹 (2026,1,15 독서와 복음묵상)   하느님을 들고 가려는 손, 사람은 언제나 하느님을 믿기보다 하느님을 쥐고 싶어... 이마르첼리노M 2026.01.15 70
1721 이미 와 있는 하느님 나라의 한 가운데서 (마르 1,29-34) 이미 와 있는 하느님 나라의 한 가운데서 (마르 1,29-34)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다.(마르코 1,34) ... 이마르첼리노M 2026.01.14 85
1720 예수님의 권위에 대한 묵상 예수님의 권위에 대한 묵상   예수님의 권위는 지배하거나 강요하는 힘이 아니라, 사랑으로 사람을 살려내는 힘이었으며 자신을 비움으로써 타인을 일으키는 권... 이마르첼리노M 2026.01.13 80
1719 성프란치스코의 파스카 800년의 울림, (옹이진 나무가 숲을 이루듯) 성프란치스코의 파스카 800년의 울림, (옹이진 나무가 숲을 이루듯)   성프란치스코의 파스카 80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삶 속에서 발견한 몇가지 사건들을 묵상... 이마르첼리노M 2026.01.12 107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6 Next ›
/ 116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