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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4 17:54

성탄 밤미사 묵상

조회 수 240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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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밤미사 묵상

 

대림의 시간이 조용히 저물고

성탄의 밤이 우리 앞에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위를 올려다보지만 하느님은 언제나

아래로, 더 아래로우리에게 오십니다.

 

말구유보다 더 허름한 내 처소에 오신 분.

머물 자격을 따질 필요도 없는 곳,

준비되지 않은 가난한 마음에

기꺼이 들어오신 분.

오늘은 하늘과 땅이 만난 날,

인간과 하느님이

서로의 가난을 피하지 않고

마주한 날입니다.

 

겹겹이 껴입은 상고대의 흰옷처럼

이 밤은 소복을 입은 여인처럼

조용한 그리움을 안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사랑했던

그 작고 낮은 자리에서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아기처럼 내어놓으십니다.

 

오늘 밤, 과거를 붙잡지 말고

내일을 앞당기지 맙시다.

프란치스칸의 길처럼 지금 이 한 걸음,

지금 이 숨결 안에 영원이 깃들어 있습니다.

지금이 영원입니다. 소리 없는 소리로,

말 없는 말로 진실만을 갈망할 때

아버지의 손길은 이미 우리의 어깨 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성과를 내놓지 않아도

하느님은 우리의 가난을 신뢰하십니다.

 

아기 예수님은 권능이 아니라

연약함으로 오셨고, 높아짐이 아니라

낮아짐으로 세상에 들어오셨습니다.

이 가난은 결핍이 아니라 사랑이 선택한 자리입니다.

 

프란치스코가 말구유 앞에서

눈물로 기뻐했듯,

우리도 오늘 밤 이 작음 앞에서 기뻐합시다.

 

이제 이 밤을 밝히는 촛불이 되어 불탈 때까지

우리의 촛심을 태웁시다.

자기를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빛을 건네기 위해서,

형제의 얼굴을 밝히기 위해 조용히 자신을 내어주는

작은 불꽃이 됩시다.

 

때의 지혜를 배우고 땀의 찬미를 내어놓읍시다.

눈에 띄지 않는 충실함, 이름 없는 봉사,

말없이 견딘 하루하루 위에,

오늘 밤 하느님께서

사람의 몸으로 누우십니다.

성탄은 하늘의 영광이 아니라

땅의 가난을 선택하신 하느님의 기쁨입니다.

 

이 밤, 작고 가난한 마음으로

그분께 자리를 내어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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