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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5 20:11

자작나무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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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에서

 

나목의 겨울 숲

잎을 모두 내려놓은 채

하얀 순결의 미소로
씽긋
,

아무 말 없이 나를 맞는다

 

비워낸 몸마다

빛이 머물 자리를 남기고

자작나무들은

서로의 침묵을

따뜻하게 건네고 있다

 

산꼭대기는 이미

한 해를 먼저 건너간

할아버지의 머릿결

눈과 바람과 시간의 주름이

겹겹이 내려앉아

모든 것을 이해한 얼굴

 

구름 사이

잠시 열린 하늘에서

은총의 빛이

소리 없이 내려온다

기도하지 않아도

이미 기도 안에 와 있는 듯

 

그리운 님들은

지금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먼 길을 떠난 이들

아직 곁에 있는 이들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리움까지

 

자작나무 숲으로

모여라

서로의 빈자리를

탓하지 말고

한 해 동안 잘 견뎌온

서로의 등을

조용히 어루만지며

말보다 숨으로

설명되는 시간

 

남은 것과 떠나간 것이

함께 자리를 잡는

송년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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