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26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갈망이 멈추는 곳에서 부르는 노래

 

내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존재하고 있고 어떤 희망을 두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회상하는 삶은 회상을 통하여 현재를 더 아름답게 살고, 더 나은 미래를 내다보려는 데 있습니다. 나는 초가 다 녹으면 촛불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려 했지만 그런 걸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 생애가 끝나갈 무렵의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나는 평범한 상태로 흘러가는 삶은 너무 지루하고 어리석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경쟁과 비교의 현장에서 널 위해 애를 쓰기엔 내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도움이 간절히 필요했던 나는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청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홀로된 자의식 속에선 하느님의 부재와 자만심으로 가득 찬 현재만 있었기에 손을 내미는 건 수치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난 내가 누구인지 잘 몰랐습니다. 어제의 내가 아니라면 다음 문제는 난 도대체 누구라는 말인가? 하고 수없이 물었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지지로 명분을 얻어 항복을 받아내려고 했습니다. 나는 달리고 싶을 때 달리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추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쉽사리 흥분하는 건 안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는 다시 울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외롭고 울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마음을 둘 곳이 없어 깊은 심연에서 나의 갈망을 바라보았습니다. 내 눈물에 내가 빠지는 벌을 받으면서 앎이 시작되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인간성 안에서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 때문에 상당히 겁을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기뻤습니다.

 

내 주변의 관계들과 이 모든 상황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찾아낸 건 결국 하느님이었습니다. 아니 하느님이 나를 찾고 계셨다고 말하는 게 더 쉬울 것 같습니다. 내가 만난 이들 가운데는 좋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다 기억나지 않아도 그들은 장점이 많은 이들이었습니다. 나는 사람들 가운데서 일하시는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창조의 손길로 내가 존재하게 되었을 때 나는 낙원에 있었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이 베푸시는 혼인 잔치에 선택받고, 초대받고, 사랑받는 경험을 안겨 주었습니다. 유혹과 황홀함, 추락과 상승의 반복, 받아들여짐과 무조건적인 용서, 끝없는 그리움과 갈수록 깊어지는 친밀함이 성스러움의 신비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지옥과 형벌로 겁을 주는 종교가 아니라 내어주는 사랑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옥과 형벌은 낙원에서 추방된 이들이 만든 종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이 인간을 붙잡아주셔서 안전함을 느끼는 것이 사람들을 같은 방식으로 대하게 하는가? 아니면 인간의 다정함과 온유함이 하느님도 그런 분으로 상상하게 하는가? 진짜로 중요한 건 하느님이 인간 영혼과 친밀해지기를 바라시고 추구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감추어두셨던 비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갈망과 하느님의 갈망이 만나는 곳에 주님 영의 현존이 있고 영의 현존은 친밀함을 경험 뒤에 일어나는 관계의 현실들이었습니다. 신비로움과 놀라움, 친절함과 단순함, 수치에 대한 벌거벗음, 모험과 황홀함, 그리움과 고통까지, 그리고 사랑하면 연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말하게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이 사랑이라는 사실이 상호 간에 내어주는 사랑이며 모든 관계의 표본이자 모델이라는 사실이 사랑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의 중심 내용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고 사람은 사랑이 되셨습니다. 그 사랑이 바로 너로 존재하는 당신입니다. 당신과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났습니다. 하느님 없는 내가 의미가 없듯이 너 없는 나는 의미가 없습니다. 아울러 피조물 없는 나 또한 상상할 수 없습니다. 육화의 현장에는 언제나 관계에서 태어나는 아기가 있습니다. 서로의 관심을 다 뺏어가는 아기가 있습니다. 사랑스럽고 귀엽고 활짝 웃은 아이의 웃음은 서로의 관심을 다른 데에 돌릴 수 없게 만듭니다.

 

웃음으로 표현하는 내적 기쁨은 살아 숨 쉬는 이들이 드리는 최상의 기도이며 하느님께는 영광이 됩니다. 자신의 명랑한 현존으로 인간에게 친절하고 사랑이신 하느님을 찬미하기 때문입니다. 갈망과 갈망이 만나면 비밀의 방이 보입니다. 하느님의 갈망과 나의 갈망, 너의 갈망과 나의 갈망, 피조물의 갈망과 나의 갈망이 만납니다. 갈망이 멈추는 그 비밀의 방에서 나는 이렇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맑은 햇살 가득한 하늘에 떠가는

하얀 구름 한 조각을 네 가슴에 품어보아라.

 

너 자신을 잊어버리고

한 줌의 구름이 인도하는 대로

너의 노래가 흐르도록 해보아라.

 

특정한 목적이나 목표 없이

마음대로 흐르게 하다 보면

하늘 아래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을 것이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46 가만히 들어보세요. 가만히 들어보세요.   가만히 들으면 들려요 9월이 오는 소리 가을이 오는 소리   태양은 질펀하고 흥건하게 열을 뿜어냈어도 가을은 소리 없이 다가와 벌써 내 ... 이마르첼리노M 2025.08.21 46
1645 자만심이라는 우상을 아시나요? 자만심이라는 우상을 아시나요?   자만심이 불러온 종교심은 철저하게 인과 응보적입니다. 우상의 실재를 경험하게 하는 세속적 가치들은 모든 가치의 중심에 나... 이마르첼리노M 2025.08.20 98
1644 사랑이 커지면 사랑이 커지면   사랑과 고통은 하나의 길 사랑이 머물던 자리에 고통이 둥지를 튼다.   피하지 못하는 아픔이 나의 맨몸을 파고들 때 비로소 깨닫는다. 사랑과 ... 이마르첼리노M 2025.08.18 74
1643 흔들리지 않는 신앙으로 나아가려는 모든 이에게 … 흔들리지 않는 신앙으로 나아가려는  모든 이에게 …   프란치스칸 신학자 리처드 로어의 신학적 통찰   리처드 로어가 영적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이단적 신학은 ... 이마르첼리노M 2025.08.17 51
1642 모든 문제를 기도로 해결하려는 이들의 태도에 대하여 모든 문제를 기도로 해결하려는 이들의 태도에 대하여   나는 모든 문제를 기도로 해결하려는 이들의 태도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기도해 줄께”라... 이마르첼리노M 2025.08.16 82
1641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 3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 3   III. 완전주의와 프란치스칸 신학 기독교 완전주의의 개념 및 웨슬리안 전통 기독교 완전주의는 성화의 교리에서 파생된 ... 이마르첼리노M 2025.08.16 60
1640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 2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 2   II. 얀센주의와 프란치스칸 신학 얀센주의의 주요 교리 얀센주의는 17세기 벨기에 이퍼르의 주교 코르넬리우스 얀센의 저... 이마르첼리노M 2025.08.14 32
1639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 1 프란치스칸 정체성의 뿌리를 찾아 1   프란치스칸 신학의 펠라기우스주의, 얀센주의, 완전주의에 대한 입장    “성경과 많은 영성 생활을 잘못 읽게 하는 세 가... 이마르첼리노M 2025.08.14 71
1638 꽃들이 기도하는 새벽에 꽃들이 기도하는 새벽에   새벽을 여는 수탉의 기상 꽃들이 기도하는 새벽 밤새 맺힌 그리움의 이슬 풀잎에 가득 고인 눈물   태양이 눈을 뜨자 자기 옷으로 갈... 이마르첼리노M 2025.08.11 74
1637 구원이 무엇인가요? 구원이 무엇인가요?   1. 너를 품는 마음   내려가기 오만했던 발걸음 멈추고 웅크린 마음의 가장자리로 내려갑니다. 네 고독의 숲에 드리워진 가느다란 이슬 한... 이마르첼리노M 2025.08.10 46
1636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는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는   변화의 길에서는 아래에 보물이 있네 길은 위로 뻗지 않고 아래로 향하는 겸손의 길. 자신을 비우는 가난의 길, 그곳에만 진정한 변... 이마르첼리노M 2025.08.09 49
1635 더 담을 수 없는 슬픔을 아시나요? 더 담을 수 없는 슬픔을 아시나요?   ‘아름다운 세상, 눈물 나게 하는 슬픔’ ‘눈물 나는 세상 아름답게 하는 슬픔’   ‘아름다운 세상, 눈물 나게 하는 슬픔’ 세... 이마르첼리노M 2025.08.09 83
1634 빛의 함성을 들어보세요?   빛의 함성을 들어보세요?   나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나그네   만약 당신이 나와 함께 있지 않다면 태양이 없는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아요... 이마르첼리노M 2025.08.08 83
1633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질문은 우리 존재의 근원에 대한 가장 깊은 질문입니다. 누구든지 존재의 뿌리를 잃어... 1 이마르첼리노M 2025.08.07 78
1632 또 다른 낙원을 찾아서 또 다른 낙원을 찾아서   모두가 죄를 지어 잃어버린 빛 잃어버린 영광 하늘의 그 모습   죄의 그림자 짙게 드리워 닿을 수 없는 곳에 머무는 하느님의 사랑   ... 이마르첼리노M 2025.08.06 55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1 Next ›
/ 11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