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6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멈추는 일과 쉼 속에서 만나는 하느님

너희는 멈추고 하느님 나를 알라

 

휴가 1 바라봄

초원의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을 전령사들이 연주하던 교향곡도 마지막 악장을 향하고, 기상을 알리는 새벽닭의 힘찬 나팔 소리도 희미해지고, 밤바다를 밝히던 갈치잡이 어선들도 귀항을 시작했습니다. 아침이슬에 젖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가축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젊음과 윤택함을 싱그럽게 뽑아 올리던 나무들이 나이 먹은 얼굴로 나를 바라봅니다.

 

휴가 첫날

내 마음은 통풍이 잘되고 가슴은 촉촉하게 젖어있습니다. 흐르는 시간의 물이랑에 싱그런 잎새를 띄우고 집을 떠나 존재의 밑뿌리를 살펴보았습니다. 보이는 현상에만 머물러 보이지 않는 본질을 잃어버린 삶은 그 근원에서부터 어둡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어둡고 내 영혼도 어둠에 길들어져 있음을 보았습니다.

 

감정의 단편들이 생명을 노래합니다. 푸른 초원에 이슬이 내리듯, 뜨거운 태양이 가을 청과에 단맛을 내듯, 견디는 일과 기다리는 일, 먹이고 품어내는 일,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그 흐름 속에서 생명이 살아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길을 떠나온 사람들, 길을 가야 할 사람, 무지의 구름에 가려 캄캄하던 앞길에 빛을 비추고 동반의 길에서 부축의 팔로 서로를 지탱하도록 만남을 통해 먹이시고 돌보아 주는 영의 손길을 보았습니다.

 

사람끼리 만나고, 피조물끼리 만나는 거기, 황송한 안배로 창조의 영역을 확장하시는 하느님께서 두 손에 선물을 들고 계심을 보았습니다.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간하도록무지의 구름 속에서 시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빛을 비추고 계심을 보았습니다.

 

진실하면 즐거움을 줍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유쾌함을 주는 사람과 기쁨과 자유를 주는 사람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됩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통하여 선을 이루고자 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나의 자유를 내어 드리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나를 내어줄 일들이 보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을 공유하는 기쁨이 거기에 있기에 공유된 선으로 행하는 선은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비천하고 나약한 나를 당신 선의 도구로 쓰신다는 사실 자체가 가슴 벅찬 일이며 비교할 수 없는 행복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휴가 2 흔적을 바라보는 마음

 

오랜만에 만나, 긴 세월 저마다의 삶의 흔적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나눠지지 못한 고독을 거느리고 살아왔음을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형식과 체면의 겉껍질을 감추고 살아온 흔적, 여름날 한낮의 더위에 진초록의 머리를 풀어 헤치고 오밤중에도 간간이 생명의 전율에 몸을 떨었는지 모릅니다. 그 흔적들은 놓아둔 채, 평범한 일상처럼 단순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은총이란 결국 특별한 만남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장 귀중한 지식은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서로의 깊은 신뢰에 기반을 둔 관계에서 나옵니다.

서로의 관계를 통하여 삶의 가장 깊은 진실을 배우는 것입니다.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인과 더불어 공감하는 행복이야말로 우리가 찾는 것입니다. 무슨 일에서라도 미리 그것을 마련한 손길이 있었음을 믿습니다. 사는 건 진실로 고요한 경탄입니다. 위로부터 오는 지혜로 깨달음을 얻어 영으로 새로이 태어나는 그 감탄하올 축복을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만남 안에 깃들이는 은총을 충실히 묵상하면서 또 다른 하루를 맞았습니다. 오늘은 어떤 얼굴들과 만나게 될까? 모든 피조물 안에 깃든 아름다움이 나를 반겨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52 말씀이 사람이 되신 육화의 신비 (성탄절 묵상)   말씀이 사람이 되신 육화의 신비 (성탄절 묵상)   성탄은 볼 수 없었던 하느님을 볼 수 있는 하느님으로 경험하게 하신 육화의 신비입니다. 그리스도의 신비 ... 이마르첼리노M 2024.12.24 540
1551 비상계엄의 결과 비상계엄의 결과   위임받은 권한을 자기 것으로 남용한 결과 무지와 무책임과 무능에서 나온 결과 자아도취의 심각한 중독의 결과 이기심과 과도한 탐욕의 결과... 이마르첼리노M 2024.12.05 307
1550 잔을 닦는 죽음 잔을 닦는 죽음   “먼저 잔의 속을 깨끗이 닦아라.” (마태 23,25-26) 미숙한 영성은 자기방어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도덕적 우위를 점령한 사람들은 우리... 이마르첼리노M 2024.11.28 293
1549 새로운 관계를 창조하는 성찬례 새로운 관계를 창조하는 성찬례   성찬례는 말씀 선포에 따른 실천적 행위로써 행동하는 자비가 관계 안에 자리를 잡도록 하시기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주는 ... 이마르첼리노M 2024.11.27 266
1548 평화의 혁명가 성 프란치스코 평화의 혁명가 성 프란치스코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진리는 그것을 보는 사람의 눈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곁에는 과거의 안경을 벗어버리고 새롭게 보는 사람... 이마르첼리노M 2024.11.25 357
1547 열 다섯째날: 다른 이에 대한 진정한 관심 열 다섯째 날: 다른 이에 대한 진정한 관심 나에게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당신이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그가 불친절할 때 자기를 보도록 말하면 분노... 김상욱요셉 2024.11.24 264
1546 하느님 손에 들려있는 나의 자유 하느님 손에 들려있는 나의 자유   선악과를 먹은 것이 죄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높은 자리에 앉는 순간 악을 저지... 이마르첼리노M 2024.11.16 330
1545 도구로써 존재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도구로써 존재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루가 17, 21)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 이마르첼리노M 2024.11.14 182
1544 성 프란치스코의 갈망에 비춰본 나의 갈망 성 프란치스코의 갈망에 비춰본 나의 갈망   성 보나벤투라는 대 전기에서 이렇게 프란치스코의 갈망을 보여 주었습니다. &quot;프란치스꼬는 최고의 스승으로부터 위... 이마르첼리노M 2024.11.07 511
1543 열 넷째 날: 과거 슬픔에 담긴 보석들 열 넷째 날: 과거 슬픔에 담긴 보석들 과거에 잠시 지나가듯 예상하지 않았던 슬픈 체험들이 당신 자신을 그리고 당신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도왔던 일화들... 김상욱요셉 2024.11.05 258
1542 연결 연결   우리가 성서를 읽을 때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의 위선을 질책하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들이 찾는 것은 도덕적 성취가 곧 구원이라는 가르침이었습니... 이마르첼리노M 2024.10.25 216
1541 하느님께서 그려놓은 큰 그림 하느님께서 그려놓은 큰 그림   하느님의 작은 부분을 체험한 사람들의 특징은 그들이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진짜로 아는 사람은 성급하게 말하지 않... 이마르첼리노M 2024.10.24 321
1540 자연 안에서 꽃피는 하느님의 무상성과 보편적 선 자연 안에서 꽃피는 하느님의 무상성과 보편적 선   자연은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냅니다. 평온한 자연은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하는 하느님의 부드러운... 이마르첼리노M 2024.10.22 183
1539 가을 밤에 쓰는 달빛 소야곡 제2부 2/2 제2부 시작 6 사랑하는 건 부끄러운 감정이 아닙니다. 속으로만 삭이던 말을 밖으로 내 보내도 괜찮습니다. 슬픈 여인들의 얘기가 어디 한두 가지에 그치겠습니까... 이마르첼리노M 2024.10.21 208
1538 가을밤에 쓰는 달빛 소야곡 제 1부 1/2 가을밤에 쓰는 달빛 소야곡   1 찬 바람이 부는 어느 가을날 지나온 세월의 굴곡을 보는 듯 거칠어진 아버지의 손으로 억새들의 하얀 머릿결을 쓰다듬는 손길을 ... 이마르첼리노M 2024.10.21 215
Board Pagination ‹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12 Next ›
/ 11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