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54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난의 사랑이 무엇인가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선택했을 때 견딤과 피 흘림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다만 사랑으로 하는 일에는 멍에가 가볍고 짐이 좀 편하고 수월하더라도 내면에서 겪는 고통은 견뎌내기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내어줌이 거부되기도 하고 분노를 일으키기도 하며, 도무지 협력할 기미도 없고 내어준 마음이 메아리처럼 다시 나에게 돌아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견뎌내는 사랑을 예수님으로부터 배우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습니다. 나에게는 그러한 에너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견디는 사랑은 오로지 주님의 영과 함께하는 일입니다. 예수께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과 더불어 머물러계셨고 그들에게 말을 건네고 음식을 나누셨습니다. 그분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의 실수를 눈감아주셨습니다. 그분은 견디고, 용서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허락하셨습니다. 무상으로 내어주는 사랑과 보편적 사랑이 있는 곳에는 그러한 현실과 더불어 고통당하는 내면의 현장이 있습니다. 이것이 수난의 가장 깊은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에 따라오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겪어낸다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견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프란치스코는 예수님의 그러한 사랑에 감탄하였습니다. 그리고 형제들을 위해 자신도 마음에 들지 않는 형제들을 견디면서 살았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부서진 모습을 견뎌내셔서 우리도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을 위해 그와 같은 삶을 살도록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실재가 되셨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보면 서로를 죽이고, 서로에게 모욕을 주고, 권력과 특권을 남용하여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다른 존재들과 우리 자신 안에 있는 하느님과 닮은 모상성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완벽한 무능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닮은 인간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의 무너진 관계들 안에 있는 현실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나를 견뎌내 주심으로 나는 부서진 마음들을 견뎌낼 희망을 얻게 되었습니다. 견뎌내는 사랑이 있는 곳에 주님의 현존이 있습니다. 견딤의 끝에는 수난과 죽음이 있고 그다음에는 부활의 기쁨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희망입니다.

 

인류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따 먹은 이후 저지른 무수한 악의 실재 안에서 나도 아낌없이 그 열매를 따 먹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내 마음은 분류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심판하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이며 누구에게 존경을 보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이미 너무나 정확한 인과응보의 잣대와 저울이 마음 안에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상성과 보편성으로 인류를 돌보시는 하느님을 예수 그리스도와 성프란치스코를 통해 알게 되면서부터 하느님께서는 나에게서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를 고르는 힘을 조금씩 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내 안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무상성과 보편성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다만 주님의 영과 그 영의 활동을 지니지 못한 사람만이 선과 악의 열매를 계속해서 따 먹고 있는 것입니다.

 

피 흘리고 견뎌내는 마음을 지닌 채 선의 흐름으로 들어가는 모든 이들은 낙원 한가운데로부터 제공되는 생명의 에너지를 받아 나로부터 해방된 자유와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다시 견뎌내는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일상의 관계로 이사 오신 그분을 거기서 만나기 때문입니다. 말로 해서도 안 되고 폭력을 쓸 수도 없는 관계 안에서는 견딜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견디는 힘은 견뎌내신 분으로부터 받아야 견딜 수 있습니다. 어떻게?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와서 배워라.” (마태11,2)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신 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 자신의 생명을 돌려드린 예수님의 삶에는 견뎌내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수난의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41 하느님께서 그려놓은 큰 그림 하느님께서 그려놓은 큰 그림   하느님의 작은 부분을 체험한 사람들의 특징은 그들이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진짜로 아는 사람은 성급하게 말하지 않... 이마르첼리노M 2024.10.24 318
1540 자연 안에서 꽃피는 하느님의 무상성과 보편적 선 자연 안에서 꽃피는 하느님의 무상성과 보편적 선   자연은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냅니다. 평온한 자연은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하는 하느님의 부드러운... 이마르첼리노M 2024.10.22 176
1539 가을 밤에 쓰는 달빛 소야곡 제2부 2/2 제2부 시작 6 사랑하는 건 부끄러운 감정이 아닙니다. 속으로만 삭이던 말을 밖으로 내 보내도 괜찮습니다. 슬픈 여인들의 얘기가 어디 한두 가지에 그치겠습니까... 이마르첼리노M 2024.10.21 204
1538 가을밤에 쓰는 달빛 소야곡 제 1부 1/2 가을밤에 쓰는 달빛 소야곡   1 찬 바람이 부는 어느 가을날 지나온 세월의 굴곡을 보는 듯 거칠어진 아버지의 손으로 억새들의 하얀 머릿결을 쓰다듬는 손길을 ... 이마르첼리노M 2024.10.21 212
1537 감정 (마음의 정서적 자유를 찾아서) 감정 (마음의 정서적 자유를 찾아서)   우리의 몸과 마음의 정서를 깊이 살펴보면 감성과 감정의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감정이 부상을 ... 이마르첼리노M 2024.10.16 332
1536 말씀의 통치를 받아들이려면 말씀의 통치를 받아들이려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으로 작은아들, 임신하지 못하는 여인, 창녀, 세리, 나병환자, 죄인, 여자, 흑인, 비종교인, 동성애자, ... 이마르첼리노M 2024.10.12 248
1535 매형을 떠나보내며 (회상의 편지) 매형을 떠나보내며  (회상의 편지)   가을이 깊어 가는 날 먼 길을 떠난 매형을 회상하며 매형의 영정 앞에 이 편지를 드립니다.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그리움, ... 이마르첼리노M 2024.10.10 234
1534 억새들의 수런거림 억새들의 수런거림   구월의 끝자락 바람이 불어오는 들판에 억새들이 수런거린다. 가을의 속삭임을 담아 은빛 물결이 춤을 춘다.   햇살에 반짝이는 그들의 몸짓... 이마르첼리노M 2024.09.30 272
1533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신비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신비   그리스도의 신비는 사랑의 신비이며 사랑의 신비는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내어주는 신비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물과 모든 ... 이마르첼리노M 2024.09.29 211
1532 폭염(暴炎)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가을 폭염(暴炎)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가을   폭염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가을   하루 사이에 대지를 숯덩이처럼 불태우던 더위가 사라지고 성큼 가을이 찾아왔... 이마르첼리노M 2024.09.25 318
1531 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소리가 나지 않는 사랑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랑 소리가 없는 사랑   문 닫는 소리 걷는 소리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   비어있기... 이마르첼리노M 2024.09.15 315
1530 악과 악마의 실체 악과 악마의 실체   나는 내 인생의 여러 변곡점에서 공존을 헤치고 자존감을 뺏고 평화를 짓밟는 악의 실체에 대해 생각해 왔습니다. 과거의 역사 안에서 인류... 1 이마르첼리노M 2024.09.13 300
1529 성 프란치스코 안에서 바라보는 선을 어둡게 하는 헛된 환상 성 프란치스코 안에서 바라보는 선을 어둡게 하는 헛된 환상   그릇된 환상은 어둠 속에서 피어나 선을 흐리게 하고 희망을 앗아갑니다.   빛을 가리는 그림자처... 이마르첼리노M 2024.09.12 277
1528 그리스도의 몸에 저항하는 사람들 그리스도의 몸에 저항하는 사람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1고린 3,23) 바오로 사도의 이 말은 그리스도인에게는 너무... 이마르첼리노M 2024.09.08 265
1527 혼자 떨어져 울게 하는 인간의 자만심     혼자 떨어져 울게 하는 인간의 자만심       예수께서 십자가에 당신을 기꺼이 바치신 것은 온갖 나약하고 모자라는 것들을 받아들이신 그분의 선택이었습니... 이마르첼리노M 2024.08.28 303
Board Pagination ‹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11 Next ›
/ 11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