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3주 화요일-2011
제가 부산 영도의 한 본당에서 사목을 할 때입니다.
아주 강한 태풍이 부산을 강타하였습니다.
저녁 미사와 모든 모임이 끝나 신자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저 혼자 성당에 남아 성당 문단속을 하는데
얼마나 비바람이 거센지 성당 창문들이 다 떨어져나갈 듯하였습니다.
순간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있다는 무서움이 엄습하였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문을 닫고 수도원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오늘 복음이 생각나면서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성당에 앉아 기도를 하는데,
먼저 저의 신앙 없음이 깊이 반성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없다고 저는 나 혼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님께서 지금 나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무신론자였습니다.
저는 비바람만 보고 주님은 보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우리의 두려움과 무서움은 악과 홀로 대면할 때 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옆에 어린아이라도 있으면 덜 무섭고 덜 두려운 것입니다.
그러니 여럿이 같이 있고, 힘센 사람과 같이 있으면
훨씬 덜 무섭고 두렵게 되겠지요.
그러나 무서움과 두려움은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근본적으로 하느님 없이 악과 대면할 때 오는 것입니다.
게다가 악과 악의 세력이 엄청나게 크면
아무리 힘 센 사람이 옆에 많이 있어도 무섭고 두렵습니다.
바로 이때가 하느님께 믿음을 둬야 할 때입니다.
우리에게는 엄청난 악일지라도 주님께는 “까짓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엄청난 파도 앞에서도 주무셨습니다.
엄청난 파도를 “까짓것”으로 여기며 꾸짖으실 수 있는 주님께서
함께 계시다고 믿는 사람은 그 어떤 악도 “까짓것”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평안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 없는 두려움이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평안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