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주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세리들과 죄인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이 투덜거리자
주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려주시는 내용입니다.
이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누가 더 죄인이고,
누가 더 불쌍한 죄인인가? 바로 그거였습니다.
세리와 바리사이 중에 누가 더 죄인일까요?
작은아들과 큰아들 중에 누가 더 불쌍할까요?
이 질문은 인간이란 모두 죄인이라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고,
모두 죄인이지만 죄 없다고 생각하는 바리사이와 세리 중에
누가 더 죄인이고 불쌍한 죄인이냐를 묻는 것인데
죄 없다고 하는 바리사이가 더 죄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거지요.
비유에서 큰아들은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았으니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동생보다 아버지께 잘해드렸다고 자부하고,
큰아들뿐 아니라 우리 인간은 보통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겉으로 보면 아버지를 떠나지 않았으니 잘못한 게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버지와 함께 산 것이 사랑 때문에 산 것이
아니라 억지로 산 것이고 그래서 종살이를 살았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잘못한 것이 없다고, 아버지께 잘해드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종처럼 살았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 마음이 얼마나 참담하겠습니까?
참담한 마음이 들게 하고서 아버지에게 잘해드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 첫 독서 요엘서에서 주님은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마음을 찢어라,"라고
말씀하시듯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사랑도 없고 그래서
억지로 당신 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꺼운 마음이겠지요.
이것은 하느님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옆에 누운 여자가 다른 남자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내게 딱지를 놓고 떠난 것보다 더 참을 수 없는 모욕이 될 것이고,
그래서 마음으로부터 돌아오지 않으면 아예 죽여버리고 싶을 겁니다.
이런 면에서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옆에 있는 큰아들이
마음 가는대로 아버지를 떠났다가 마음이 바뀌어 돌아온 동생보다
잘해드린 거라고 결코 말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옛날의 저는 사랑보다 죄 짓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꽂혀
하느님께서 왜 죄를 지을 수 있는 자유를 인간에게 주셨는지,
다른 피조물처럼 죄짓지 않게 만들지 않으셨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하느님께서 원하신 것은 사랑이고
자유를 주신 것도 사랑때문임을 오늘 복음을 통해서 깨달았습니다.
과격하게 표현하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죄를 짓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고 그래서 사랑 없이 억지로 당신 곁에 있는 것보다
한때 죄를 짓더라도 마음을 돌이켜 사랑으로 당신께 돌아오기를 바라십니다.
자유는 죄를 짓게도 하고 사랑을 하게도 하고,
하느님을 떠나게도 하고 하느님께 다가가게도 하지요.
당신을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우리에게 주시는 것이 하느님의 사랑이라면
하느님이 주신 자유로 하느님을 떠나는 죄를 지을 수 있지만
그 자유를 가지고 하느님께 돌아가는 것이 우리의 사랑입니다.
이것을 묵상하는 오늘 우리입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자비를 깨달아가는 인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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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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