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8일 부활 2주일
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제자들에게 건네는 평화의 메시지와 함께 성령과 믿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의 증언을 듣고도 제자들은 무서워서 어떤 집에 모여 문을 모두 닫아 걸고 있었습니다. 유다인들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을 방안에 가두어 버린 것입니다. 이 두려움은 예수님이 주시는 평화로 극복됩니다. 이 평화는 주님께서 돌아가시기 전부터 약속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의 불신과 의혹은 평화의 인사만으로 아직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 평화를 건네는 분이 정말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그리스도인지 의심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십자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손과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옆구리를 보여주십니다. 이 순간 제자들은 기쁨에 차서 불신에서 불완전한 믿음을 거쳐 완전한 믿음에 도달하게 됩니다.
기뻐하는 제자들에게 주님은 숨을 내쉬며 성령을 부어 주십니다. 성령은 예수님이 이미 십자가에서 마지막 숨을 넘겨주고 또 심장에서 물을 흘려 보내실 때 온 세상에 주어졌지만, 부활하신 후 주님께서는 구체적으로 당신의 숨을 통하여 직접 제자들에게 성령을 불어 넣어 주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성령을 통하여 주님께서는 제자들과 그 뒤를 잇는 교회 공동체를 거룩하게 정화시키십니다. 이 구절은 가톨릭 교회에서 고백성사의 근거가 됩니다.
기쁨과 평화, 성령으로 충만한 제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주님의 부활을 목격하지 못한 토마는 불신과 의혹의 어둠에 갇혀 있게 됩니다. 그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메시지도 듣지 못했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뵙지도 못하였던 것입니다. 동료 제자들은 마리아의 고백을 반복하며 “우리는 주님을 뵈었다”고 말하며 부활 신앙을 그에게 전해 주려 합니다.
그러나 토마는 조건이 붙은 불완전한 믿음을 드러냅니다. 토마는 부활의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예수님의 시신에 집착했던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의 부활한 몸을 체험하고자 합니다. 여드레 뒤에 예수님이 또다시 잠긴 문을 통과하여 토마와 다른 제자들이 함께 있는 방안에 나타나십니다. 놀랍게도 그분은 토마가 바라는 조건을 충족시켜 주십니다. 토마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주님의 옆구리에 넣어 본 순간 다음과 같은 참된 신앙 고백을 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토마 사도의 이 대답은 그의 완전한 믿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리스도에 관한 요한복음서의 가르침 전체를 요약 합니다. 로고스와 하느님 사이의 관계,“나다”(에고 에이미)의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의미, 당신과 아버지가 하나라는 말씀 등을 모두 수렴하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토마의 이 같은 완전한 고백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야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분을 만나 뵙지 않고 믿는 사람이 더 큰 믿음을 가진 사람이고 더 복된 사람입니다. 그러한 믿음은 성서 말씀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고 도미니코 ofm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두 손과 옆구리 상처를 제자들에게
왜, 보여주셨을까...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분이 바로 이분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동시에 이 세상에서의 삶의 모습이 사후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또 당신이 실패한 인생으로 끝나지 않고 그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어 주신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제자들에게 확인시켜주신 것이 아닐까요...
육으로 행한 모든 것이 죽음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그대로 드러나고 세상의 성공이나 실패가 사후에 얼마든지 뒤집어 질 수
있다는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토마의 의심과 회의라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이
인간적으로 어려울 수 있음을 헤아리셨다고 봅니다. 그래서 당신의 상처를
직접 토마에게 보여주시고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이 말씀은 당신께서 얼마 있으면
하느님께 올라가실 당신의 부재 이후를 미리 내다보시고 하신 말씀이 아닐까...
즉,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목격한 제자들의 증언을 통해 부활신앙이 세상에
전해져야 하니, 제자들에게는 성령의 힘을 주시어 믿음의 확고함을 더해주셨고,
제자들의 증언을 통해 믿음으로 나아가야 하는 믿음의 어려움을 헤아리시고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씀과 함께 “평화가 너희와 함께!”
라는 축복을 남기신 것이 아닐까..
맏이에게 어린 동생들을 맡기고 먼 길을 떠나는 부모의 심정처럼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뒷받침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살아가는 것이 신앙인의 태도임에도 눈에 보이는
것에 몰두하고 집착하게 되는 제 자신을 위해 다음과 같이 기도합니다.
주님, 저와 제가 사는 세상이 당신을 거부할지라도 머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