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당쇠 2009.01.26 05:59

설 명절

조회 수 1310 추천 수 0 댓글 3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어제는 늘 하듯 본당에 가서 주일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그랬기도 했겠지만 분위기가 쫙 가라앉은 것이
명절증후군 현상이 분명했습니다.
성체를 모시러 나오는 자매님들의 몸에서 음식 냄새가 났습니다.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입고 나오셨을 텐데도 냄새가 나는 것을 보면
며칠 계속 음식을 하여 그 냄새가 몸에 배어있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명절이 되었다고 좋아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연세 드신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모두 모여서 명절이 기쁠 것이고
아이들도 세뱃돈 받고 맛있는 음식 먹고 친척을 만나 기쁠 것입니다.
나머지에게 명절은
집안청소하고
음식준비하고
손님 접대 하는 것 때문에
피곤하고 번거로운 행사치례일 뿐이고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는 명절기분을 내기는커녕
돈이 없어 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곱씹게 되는
속 쓰린 시간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저는 명절에서 한 발짝 빗겨 서있는 사람으로서
요즘 명절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어렸을 때의 명절과 비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뭘 모르는 어렸을 때였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옛날 명절은 지금보다 더 살기 힘들고
지금보다 더 오랜 기간 명절을 치렀는데도
정말 모두 기뻐하고 즐거워했던 것 같습니다.
반대로 지금 명절은 옛날보다 더 잘 사는데도 초라하고
더 짧은 데도 더 힘겨워만 할 뿐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첫째는 너무 배부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음식을 다른 때는 못 먹고 명절 때만 먹을 수 있다면
명절이 매우 기다려지고 기쁘고 풍요롭겠지요.
얼마 전
남미 원시부족의 축제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1년에 한 차례 축제일에만 돼지를 잡아먹는데
이 돼지 바비큐를 마을 사람 모두 모여 같이 먹으면서 축제를 즐깁니다.
그러고 보니 제 어렸을 때 명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명절이 되면 다른 때는 먹을 수 없는 소를 잡아 같이 나눠먹는데
며칠 전서부터 누구네 소인지, 얼마나 큰 소인지
집집마다 또는 모이기만 하면 그 얘기하면서 마음이 들뜹니다.
그 소고기를 1년에 한 번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명절은 충분히 기쁘고
그 기쁨 때문에 모든 힘든 것을 기꺼이 감수하게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요즘은 원하기만 하면 소고기를 아무 때나 먹을 수 있고
너무 많이 먹어서 걱정이던지 광우병 때문에 걱정하고 있습니다.
늘 배부르니 축제가 기다려지지 않고
기다리지 않으니 기쁨도 풍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명절을 기쁘게 하는 것이 명절 음식만이 아닙니다.
같이 명절을 준비하고 같이 먹고 같이 명절을 즐기는 것입니다.
준비도 누림도 같이 하는 것, 여기에 기쁨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일컬어 大同이라고 합니다.
작년 우리는 달걀을 같이 만듦으로써
부활 축제가 더 기뻤던 경험이 있고
그제는 눈을 같이 치움으로써 눈치는 일이 즐거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대동을 하면 하는 일이 사랑과 보람, 심지어 즐거움이 되는데
혼자 하면 괴롭고 힘들고 지치게 하는 일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명절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만남입니다.
너무도 보고 싶지만 평소에는 만날 수 없었던 사람을
명절에는 만날 수 있기에 명절이 기쁩니다.
명절이 되어도
아무 만날 사람이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만날 사람, 찾아와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람은
명절이 기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슬픕니다.
그래서 어제는
제가 아는 탈북자들에게 전화로라도 새해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새 해의 복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이들이 받아야 할 새 해의 복은 북에 남은 가족을 데려오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이 명절은 사랑하는 가족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날이고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새기는 날이며
다른 한 편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만족의 대상이 되어주기를 바람으로써
불만하고 미워했던 지난 한 해를 반성하며
새롭게 사랑하기로 다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원미혜 2009.01.28 00:29:32
    지난 해를 거울 삼아 더욱 사랑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겠습니다! 새해에 더욱 행복 하셔요!
  • ?
    홈페이지 수선화 2009.01.28 00:29:32
    신부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저는 어제 시댁에 가서 시댁 식구들과 기쁜 만남을 갖고 이제 돌아왔습니다.
    올해에는 지난 해 보다 더욱 사랑하는 한해가 되는 은총 간구해 봅니다.
  • ?
    홈페이지 당쇠 2009.01.28 00:29:32
    새 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올 해는 지난 해를 거울 삼아 더욱 사랑하는 한 해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14Mar

    사순2주토요일-잃었다가 다시찾은 기쁨

    오늘 복음말씀을 들으면서 한가지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설 명절, 화곡동 작은예수회 분원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한가로운 시간을 이용하여 홀로 인천공항지하철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맛보는 혼자만의 여유로운 여행... 공항까지의 지하철 창문밖...
    Date2009.03.14 By서바오로 Reply1 Views1055
    Read More
  2. No Image 14Mar

    사순제3주일-성전정화

    요한복음 2,13-25 오늘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정화 하십니다. 성전은 글 그대로 거룩한 전당입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교회를 지칭한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으로 보면 오늘날의 교회는 단순히 거룩한 건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우...
    Date2009.03.14 By박 미카엘 Reply3 Views1284
    Read More
  3. No Image 14Mar

    사순제3주일- 정성어린 제물

    사순 제3주일(나해) 어느 성당이나 가장 먼저 성전에 들어서면 우리를 맞이하는 건 제대 위에 십자가에 메달리신 예수그리스도(예수님)입니다. 그분은 그곳에서 두 팔을 벌려 우리를 환영해 주십니다. 하느님의 집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Date2009.03.14 By이대건 Reply2 Views1188
    Read More
  4. No Image 14Mar

    사순 2주 토요일-세상과 아버지 집 사이에서

    오늘 복음에 대해 얘기할 때나 특히 강론을 할 때 저는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 얘기 자체로 너무도 완벽한 가르침을 주고 있고 그 메시지가 너무도 선명할 뿐 아니라 너무도 감동적이기에 이 얘기에 무엇을 더 얹어 얘기하는 것은 오히려 군더더...
    Date2009.03.14 By당쇠 Reply1 Views1079
    Read More
  5. No Image 13Mar

    성전정화

    사순 제3주일 (성전정화 사건) ‘성전정화’ 사건은 우리의 마음을 바라보게 합니다. 예수님의 몸이 성전이라면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인 우리네 몸도 성전인 것이다. 사순시기도 벌써 3주일의 초입에 들어섰다. 사순시기뿐만 아니라 많은 순간 유혹에 빠지거...
    Date2009.03.13 By김 알로이시오 Reply2 Views1580
    Read More
  6. No Image 13Mar

    사순2주금요일-음모

    오늘의 말씀에서 두개의 음모이야기를 만납니다. 창세기에서 요셉의 형들의 음모와 예수님의 비유에서의 소작인들의 음모가 그것입니다. 요셉의 형들은 "저기 꿈쟁이가 오는구나. 자, 이제 저 녀석을 죽여서 아무 구덩이나 던져 넣고, 사나운 짐승이 잡아먹었...
    Date2009.03.13 By서바오로 Reply2 Views981
    Read More
  7. No Image 13Mar

    사순 2주 금요일-제대로 된 자식이라면!

    아버지의 재산은 어떻게 차지할 수 있고 하느님의 나라는 어떻게 차지할 수 있을까? 간단하게 단순화하여 얘기하면 아버지의 재산은 아들만 차지할 수 있고 하느님의 나라는 하느님의 자녀만 차지할 수 있다. 그러니 약탈해 가지려고 해서는 안 되고 아들을 죽...
    Date2009.03.13 By당쇠 Reply2 Views99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210 1211 1212 1213 1214 1215 1216 1217 1218 1219 ... 1317 Next ›
/ 131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