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미리 뽑으신 이들을
당신의 아드님과 같은 모상이 되도록 미리 정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 아드님께서 많은 형제 가운데 맏이가 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미리 정하신 이들을 또한 부르셨고, 부르신 이들을 또한
의롭게 하셨으며, 의롭게 하신 이들을 또한 영광스럽게 해 주셨습니다.”
오늘 서간의 말씀은 오늘 축일에 딱 맞는 얘깁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미리 뽑으셨는데
당신 아드님의 어머니가 되도록 미리 정하시고 부르셨으며
부르신 마리아를 또한 의롭게 하시고 영광스럽게 하셨습니다.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아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도록 미리 정해지고,
미리 뽑힌 딱 한 분이 바로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어머니가 되어야 할 분은
어머니가 되실 수 있도록 또한 하느님께서 의롭게 하시고
또 그렇게 하심으로 영광스럽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요셉이나 세례자 요한과 같은 분들도
하느님의 구원 계획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양부와 선구자가 되도록 미리 정해지고 뽑힌 분들이며
하느님께서는 그들도 의롭게 하시고 영광스럽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이렇게 창조된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 밖의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우리 같은 사람은 그러면 어떻게 된 것입니까?
미리 정해진 것도 없고 그래서 미리 뽑힌 사람도 아니며 그러기에
하느님께서 의롭게도 영광스럽게도 하시지 않은 떨거지들입니까?
이에 대해 오늘의 서간은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곧 우리도 미리 뽑히고 정해진 사람들인데 그렇지만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어머니나 아버지나 선구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하느님의 모상들이 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들이 되도록 창조된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모나 선구자처럼
특별히 뽑히고 정해진 사람들이 아니라는 얘기이고,
우리가 하느님의 모상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라는 것도
마치 본에 따라 기계가 수많은 모조품을 찍어내는 것처럼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라는 본에 따라 창조된 거라는 얘깁니까?
우리 자신을 그렇게 비하하면 그것도 어쩔 수 없겠습니다만
오늘 바오로 서간의 뜻과 오늘 축일의 뜻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 모습과 비슷하게 창조하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로 창조하셨지만 각기 고유하게 창조하셨습니다.
기계로 똑같이 막 찍어낸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고유하게 창조하셨고,
각기 개성과 고유성을 가진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들이 되게 하셨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모상과 형제가 되도록 창조되고 정해졌지만
개성과 고유성을 주심으로써 자유를 주셨고
자유로이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가 되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하느님의 모상이 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가 되도록 창조되었지만
개성과 고유성을 주심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다울 수도 있고
자기다울 수도 있는 자유를 주셨다는 얘기입니다.
같지만 똑같지는 않는 개성과 고유성의 존재,
자유로 정말 개성을 개같이 살 수도 있지만
자유로 하느님의 모상이요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로 살 수 있는 존재,
부르심을 받았지만 자유롭게 응할 수도 응하지 않을 수도 있는 존재,
그뿐 아니라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성모 마리아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될 수도 있는 존재가 우리임을 고마워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