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악인과 맞서지 말라고 하시는데
저는 주님의 어법을 빌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악인에게 맞서 마라.’는 주님의 말씀을 여러분은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악인에게 맞서라.’
아무리 주님의 말씀이라도 악과 악인을 용인하라는 말씀이라면
어찌 그 말을 옳은 말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악에 물들까봐 회피하라는 겁니까, 악인이 두려워 도피하라는 겁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악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것으로서의 악과 하느님께서 싫어하시는 것으로서의 악인데
내가 싫어하는 악은 프란치스코가 나환자를 싫어도 껴안은 것처럼
우리도 껴안음으로써 내게 악이었던 것이 선이 되게 해야 하고,
하느님께서 싫어하시는 악은 모르는 체 하고파도 맞서 싸워야 하고,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성령의 인도로 악령과 맞서 싸워 물리치셨고,
공생활 내내 악령과 더러운 영들을 물리치셨으며
세상의 죄와 악을 없애기 위해 맞서 싸우시다가 돌아가신 분이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대결할 힘이 없어서 맞서지 말거나
악인과는 아예 대결할 필요가 없으니 맞서지 말라는 겁니까?
분명 이런 뜻이 아니고 다른 뜻이 있을 텐데 그것이 뭘까요?
제 생각에 주님은 우리가 악인과 맞서되 악으로 맞서지 말라시는 거고,
악을 없애야 할 우리가 똑같이 악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악은 없애야 하는 것인데 악으로 맞대응하면
없애야 할 악에 우리가 하나의 악을 더 얹는 것입니다.
누가 악으로 가득차서 욕을 한다고
똑같이 욕을 하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잖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악과 악인을 물리치기 위해 맞서야 하는데
악으로 맞서서는 안 되고,
첫째 정의로 맞서고
둘째 사랑으로 맞서야 합니다.
정의로 맞서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누가 악을 행해도 나는 선을 행하는 것이고
적어도 같은 악을 똑같이 행하지 않는 것인데
예를 들어 모두가 빨간 불에 길을 건너도 같이 그러지 않는 겁니다.
사랑으로 맞서는 것은 누가 내게 악을 행했을 경우
그 악행 때문에 내가 분노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는 그런 뜻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흔히 얘기하듯 악은 미워해도 악인은 사랑하는 것이며
그래서 이것은 악인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무는 것이요
악에서 그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으로 악인을 악에서 구하는 것인데
그러나 이것은 보통의 사랑으로는 안 되는 것이고,
하느님 사랑의 압도적인 사랑으로만 가능한 것이며,
악인의 악에 물들지 않고 하느님 사랑에 물든 사람만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하느님 사랑에 물듦이 없이 감히 나서지는 말아야 할 것이며,
기도를 해도 다른 기도가 아니라
하느님 사랑에 물드는 기도를 많이 한 사람이 나서야 할 것입니다.
분노하던 그 자매는 형제회 입회한 자매여서 이럴때 프란치스코 성인은 어떻게 하셨을까를 나름 아는채 했습니다.
신부님께 가까이 있으면 점점 저도 그 향기에 물들 수 있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