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한 고독 속에서 길어 올린 사랑의 편지 2
사랑하는 당신께, 창밖으로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밤과 낮의 경계가 아직 흐릿하게 남아 있는 이른 아침, 세상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고, 빗방울은 마치 오래전부터 당신과 나를 알고 있었다는 듯 낯설지 않은 얼굴로 유리창을 두드립니다. 이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문득, 이 편지가 단지 나의 말이 아니라 당신을 향해 이미 오래전부터 흘러오던 보이지 않는 사랑의 흐름을 조금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작은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이 글을 시작합니다.
당신은 알고 계신가요? 비는 언제나 낮은 곳으로 먼저 내려간다는 사실을. 높은 가지 끝에 잠시 머물던 빗방울도 결국은 뿌리를 향해 흘러갑니다. 마른 흙의 갈라진 틈을 찾아 들어가고,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둡고 깊은 자리에서 조용히 생명을 깨웁니다. 사랑도 이와 같습니다. 당신이 가장 강할 때보다 오히려 가장 약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아무것도 내세울 수 없다고 생각되는 자리에서 그 사랑은 더 깊고 더 진실하게 당신 안으로 스며듭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당신이 혹시라도 자신의 연약함 때문에 스스로를 작게 여기고 있었다면 그 마음을 잠시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부족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미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 봄비가 대신 전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는 당신에게 고독에 대하여 말하고 싶습니다. 고독은 외로움과 닮아 있지만 결코 같은 것이 아닙니다. 외로움이 채워지지 않은 결핍이라면, 순결한 고독은 누구의 시선도 필요하지 않은 자리에서 오직 한 존재로 서는 거룩한 시간입니다. 그곳에서는 당신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도,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도,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이 당신으로 존재하는 그 자체로 충분한 자리입니다. 아마 그곳에서 당신은 자주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입니다. “나는 정말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 그 질문은 나약함이 아니라 진실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서 당신은 언젠가 이렇게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이미 사랑받고 있었다.” 그 순간, 당신의 고독은 더 이상 비어 있지 않고 가장 깊은 방식으로 채워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당신이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합니다. 말하지 못했던 슬픔들, 설명할 수 없었던 아픔들, 그리고 아무도 몰랐던 당신의 긴 밤들. 흐느끼며 베겟닛을 적시던 무수한 밤들, 그 모든 것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당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영혼을 더 깊고 넓게 열어 주기 위해 조용히 당신 곁에 머물렀던 것입니다. 봄비에 젖은 흙이 더 깊은 향기를 내듯이, 고독을 통과한 당신의 삶은 이제 말없이도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은 알지 못할지라도 당신의 존재만으로 이미 누군가에게는 쉼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당신 자신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부족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랑은 완성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여전히 길 위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건네지는 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손은 지금도 당신을 향해 내밀어져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이들과 내가 사랑한 이들이여! 비는 멈추지 않고 흐릅니다. 한 방울, 한 방울은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모여서 시내가 되고, 시내가 모여 강이 되고, 결국 세상을 적시는 큰 흐름이 됩니다. 당신 안에 스며든 사랑도 그와 같습니다. 그 사랑을 붙잡아 두지 마십시오. 흘려보내십시오. 당신이 받은 위로를 누군가의 하루에 건네고, 당신이 경험한 용서를 다른 이의 부족함 위에 내려놓고, 당신이 견뎌낸 고독을 다른 이의 침묵을 이해하는 부드러운 눈길로 바꾸어 주십시오. 그때, 당신의 삶은 더 이상 자신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는 하나의 흐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당신은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사랑은 받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고 흐르게 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오늘 이 아침, 나는 이 편지를 당신에게 보내며 조용히 기도합니다.
당신의 고독이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가장 깊은 만남의 자리가 되기를, 당신의 눈물이 더 이상 상처가 아니라 사랑을 알아보는 맑은 샘이 되기를, 당신의 하루가 더 이상 버텨야 할 시간이 아니라 이미 축복 안에 머물고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창을 적시는 빗방울 하나하나가 당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처럼, 당신의 삶 또한 우연이 아니라 사랑 속에 놓여 있음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깊이, 아주 깊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 사실이 당신의 하루를 조용히 밝히는 빛이 되기를 바라며, 이 봄비 내리는 아침에 당신을 향한 사랑을 담아 이 편지를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