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와 관련한 얘기로서
흔히 우리 교회 안의 두 가지 역할과 생활 양식을 얘기할 때 얘기됩니다.
그러므로 오늘 주님께서 마르타를 나무라시는 것이라고 오해할 필요가 없고,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라는 말씀과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했다.”라는
말씀을 우리 교회에 관상 생활만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거나
마르타는 나쁜 몫을 택했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이해해서는 안 되겠지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마리아가 좋은 몫을 택했다고 한 것은 나쁜 몫을 택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고,
그러므로 이 말씀을 하신 뜻은 나쁘게 보는 것이 많이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습니다.
신앙 공동체 안에서도 종종 관상의 몫을 택한 사람들을
기도만 하고 교회가 필요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일은 안 하고 상을 차려놓으면 먹기만 한다는,
그래서 관상을 교회 안의 좋은 몫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선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늘 주님의 말씀입니다.
당연하지요.
기도가 없으면 하느님 없는 일을 하게 되고,
그래서 나도 공동체도 무너지게 됩니다.
그러기에 내가 아무리 일을 통해 보람을 많이 느끼는 형일지라도
지치지 않고 일하고 보람되고 창조적인 일을 지속하려면
기도에서 힘을 얻어 일하고 기도에서 비롯된 일을 해야 합니다.
사실 일은 헌신이고 기도는 사랑 안에 머묾입니다.
프란치스코는 기도와 헌신의 영을 끄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모든 형제에게 한 얘기이지만 그중에서도 일과 학문을 하는 형제들에게 했지요.
“주님께서 일하는 은총을 주신 형제들은 충실하고 헌신적으로 일할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거룩한 기도와 헌신의 영을 끄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현세의 다른 모든 것들은 이 영에 이바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개인 안에서도 기도와 헌신이 분리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공동체 안에서도 그래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기도와 관상 생활을 더 많이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공동체 안팎의 복음적인 활동을 더 많이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며,
교회 안에서도 활동 수도회와 관상 수도회가 조화로워야 합니다.
조화롭지 못하고 하나밖에 없는 것은
외 수레바퀴로 가는 수레와 같습니다.
불안정하고 서 있기도 힘들 것이며,
복음적인 삶과 활동을 지속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주님께서는 너무 활동에 치우치기 쉬운 우리에게
조화로운 삶과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라는 뜻으로 따끔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일 중독자처럼 일하지 말고,
불평하며 일하지 말고,
시기 질투하며 일하지 말라고 따끔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