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3.10.07 12:18

참으로 감사합니다.

조회 수 55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평화와 선! (Pax et Bonum)

 

오늘은 성 프란치스코 성인의 축일 늦은 밤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쭉 살펴보며 마음에 스며드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느끼며 감사드립니다.

석요셉 형제, 고바오로 형제, 이요셉 형제, 고르넬리오 형제, 프란치스코 형제들 ...

생각나는 형제부터 일일이 부르며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묵주 기도 한 번씩이라도 모든 형제들을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작은 형제회 형제들을 기억하며 감사의 글을 적으려는데 콧등이 찡해지며 눈물이 나와 컴퓨터 자판에 떨어지는 걸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가난을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난하게 산다는 것이 인간의 의지로는 불가능하고 오직 하느님의 은총으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저를 압도합니다.

가난은 저를 하느님만 바라며 하느님께만 전적으로 매달려 살게 합니다. 하느님께 매달리며 사는 것이 내 의지적 선택의 삶이 아니라 그렇게 살지 않고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으로 나를 내몰기 때문입니다.

내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 때문에 절망하고 경제문제로 결혼 생활이 망가지고 때때로 온 가족이 자살을 선택하는 현실이 손이 잡힐 듯 가까운 삶의 현실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절박함도 느끼곤 했습니다.

저에게는 다행히도 하느님이 계시고 하느님께 울며 매달리는 성당이 있고 미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이며 행복인지 모릅니다.

 

새벽마다 미사에 참석하러 성당에 가는 일은 내게는 구원의 체험입니다. 그 시간이 없이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스쳐가는 횟수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제의 힘든 일과 때문에, 5시에 힘든 몸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저에게는 구원의 길을 향해 가는 깨어남의 시간이지요.

 

제가 형제회 홈페이지에 갑자기 무례하기 짝이 없는, 도움을 청하는 외람된 편지를 쓰게 된 것도 미사에서 하느님께 눈물로 기도하다가 용기를 냈던 것입니다. 아마 죽기를 각오하지 않았다면 그리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하느님께서 제게 베푸신 은혜로 그저 감사함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지요.

작은 형제회 형제의 사랑과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말뿐입니다. 하지만 평생을 형제들을 생각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살 것입니다. 하느님께 그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형제회를 나온 그 시각부터 가난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먹고 살아야 하는데 쉽지 않았지요. 결혼도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누군가에게 매달려야 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입니다. 그래도 교회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주변에서 일을 했지요. 하지만 현실을 차가웠습니다. 추웠습니다. 임금은 박했고 근무 연수가 늘어도 급여는 제자리 걸음이었습니다. 그래도 없이 살면 된다고 자위하며 살았지요. 사회 생활하는 데는 저는 철저히 낙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금년 봄에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저의 가난을 절감하며 울던 때였습니다. 가난했기에 아파하는 아버지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내 앞길 헤쳐가기도 힘든 사항인데 아버지를 돌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지요. 아버지의 관속에 제가 눈물과 때가 묻은 묵주를 넣어드리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라도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추스렸지요.

혈육의 형제들도 경제 문제 앞에서는 몸이 위축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힘든 삶을 살기에...

 

사람들이 돈 앞에서는 잔인해집니다. 누군가 경찰과 함께 집의 열쇠를 열고 집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법원의 집달리가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습니다. 아무거나 붉은 딱지를 붙이고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돈을 달라는 소리에 나는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돈 때문입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고 가족들이 살아야 하니까요.

사실 누구 탓도 할 수 없습니다. 다 제가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 무엇 하겠습니다. 제 죗값을 치르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하느님이 계시고 성당에서 미사에 참석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혈육보다 저를 생각하고 사랑해주는 작은 형제회 형제들이 있는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런 어려움도 언젠가는 지나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는 생활력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다만 돈 때문에 인간성을 팔거나 잔인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더욱 간절히 하느님께 기도하고 미사에 참석해야겠지요.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형제들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정순용 라자로 형제 드림

(chlazaro@nate.com)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0 공동체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 같이의 가치 가치의 같이 혼자서 여럿이서 이마르첼리노 2010.12.04 5491
259 공동체 피정 공동체 피정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초롱하다 공감의 강에서 만난 형제들 가난한 자각으로 돌아본 시간들 위로부터 받은 선물들을 풀어보았다 자비가 크면 선은 ... 이마르첼리노M 2016.12.28 906
258 공간의 사고 채호준 2009.03.11 7738
257 고틱건축의 멋과 프란치스칸 영성의 향기에로 초대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 14일 9월 2011년 추석이 지나고 새 일정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저는 수도원 생활이라 명절은 항상 명절이면 더 마음이 괴롭고 어려운 분들... file 이 종한 (요한 ) 2011.09.14 6830
256 고틱건축의 멋과 프란치스칸 영성의 향기에로 초대 프란치스코를 사랑하시는 형제 자매님들 추석 연휴에 이어 시작되는 일상 삶이 주님이 주시는 생기로 충만하길 빕니다. 본인은 간혹 이 계시판에 들어오면서 우리... file 이종한 (요한) 2011.09.15 6978
255 고통이 하는 일 고통이 하는 일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주어진다. 피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일으킨다. 보복과 앙갚음의 원인이다. 탓을 남에게 돌리게 하지만 헛수고... 이마르첼리노M 2020.03.19 428
254 고통의 찬미가 +그리스도의 평화       인간에게 있어서 고통이라고 하는것은   피할래야 피할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 인간의 고통에 대해서... 일어나는불꽃 2013.07.23 5036
253 고통은 곧 사랑이며 희망이다. + 평화와 선 어느덧 사순시기도 다 지나는 것 같네요.. 형제 자매님들께서는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지.. 저 역시 반성하면서, 아주 작은 고통을 경험했는데 써볼까... 1 정마리아 2006.03.28 5634
252 고통 앞에서 고통 앞에서 인류가 직면한 고통들 재난과 질병과 사고 신체적 정신적 물리적 고통 외로움과 고독과 영적 고통   죄를 뒤집어씌울 희생양을 찾는 사람들... 이마르첼리노M 2021.01.24 431
251 고요한 평화 고요한 평화   나는 나를 높이기 위해 너를 이용하지 않는다.   너와 사랑으로 깊숙이 연결되어있지만 나로 남아 있으며,   도움이 필요할 때 ... 이마르첼리노M 2020.03.05 451
250 고별사 박 프란치스코 형제 장례 미사 고별사 프란치스코 형제님, 6년 전 이맘때도 저는 저의 본명 축일에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안젤로 수사님을 주님께 보내드렸는데... 7 김 찬선 2008.11.28 7397
249 고독한 순례자 고독한 순례자   하느님은 나중에 일하시는 분이 아니시다. 바로 지금 이 땅에서 모든 관계 속에서 일하시는 분이시다.   낙원에서 행복의 깊이에 들... 이마르첼리노M 2021.09.10 431
248 고독한 밤에 고독한 밤에 모두가 잠이 든 시간 홀로 있기위해 일어났다. 고독한 시간이야말로 만사를 있는 그대로 보는 시간이다. 고독이란 외로움이 아니다. 외로움은 혼자 ... 이마르첼리노M 2013.10.10 4825
247 고독한 나그네 고독한 나그네   사람의 진실이 얼마나 고독한가!   결단하는 자는 고독하다 그러나 결단해야 한다.   책임지는 자는 고독하다 그러나 책임을 회피... 이마르첼리노M 2014.08.22 1824
246 고독이 사랑을 통과하면 현존을 느낀다. 고독이 사랑을 통과하면 현존을 느낀다.   막달라 마리아의 고독이 예수님의 사랑을 만나 변화의 길로 들어선 것처럼 우리의 고독이 사랑을 통과하면 부활하신 ... 1 이마르첼리노M 2022.04.17 336
Board Pagination ‹ Prev 1 ...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