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3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황혼의 저녁나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쓰는 편지

 

어둠을 딛고 걸어오는 빛에게

느티나무 가로수 연초록 새순들에게

열정을 불태우는 철쭉들에게

안개 낀 보리밭 사이로 막 피어난 유채꽃에게

봄의 함성을 지르는 온갖 새들에게

청순한 젊음을 지닌 수천만의 생명들을

하나씩 호명하며 편지를 씁니다.

 

작고 초라해 보이는 나이든 이들

잊혀 진 추억들을 꺼내어 보고

내면의 해일을 겪어내는 그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창의와 개성을 가꾸면서

의미와 가치

긴 안목의 공익에 참여하면서

높고 귀하고 변하지 않는

주님의 영의 현존아래 머물고 싶은 간망을

오랫동안 지니고 살아온 이들에게 쓰는 편지는

내 인생의 오후를 들여다보게 합니다.

 

헐겁고 편안하게

이해받고 포근하게 있고 싶은 그들과 나는

이제 친구가 되었습니다.

오랜 염원을 지니고 살아온 그들에게

갓 태어난 음악처럼 청순한 우정을 담아

쾌적한 봄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단비와 햇살이 여러 차래 노크하면

바위조차 부풀어 오르는 봄의 새벽에

내면의 충일과 공허가 공존하는 심연에서

연기처럼 소진한 시간을 돌아보며

영의 현존아래 머물러 있습니다.

 

겉은 번쩍 거리듯 하면서

속은 괴로운 소용돌이로 넘쳐있는 사람

명예는 지녔지만 사랑에 굶주린 사람

재물은 많지만 친구가 없는 사람

여러 사람과 있을 때는 용감하나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일에는 겁을 먹는 사람

 

나약하고 무력하게 짊어진 삶의 무게를

나 또한 지고 갑니다.

 

우리는 마침내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진실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도록 허용하는

겸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그리스도를 발견해야

내가 지고 가는 짐이 가벼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밤의 끄트머리에서 쓰는 편지는

황혼의 저녁나절을 보내는 이들에게서 끝을 맺습니다.

 

주님의 아들딸로서

이렇게 존재함이

그리고 그분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다시 태어나는 새 하루를 봉헌합니다.



2017. 4.19 새벽에

이기남 마르첼리노 마리아 형제 ofm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25 흐르는 물 물이 고여있으면 반듯이 썩게 마련이다. 물은 반듯이 다른곳으로 흘러가야 살수가 있고 그 자체로서 생명이 되어 다른 존재에게 생명이 되어 줄수 있게 된다. 그... 일어나는불꽃 2018.01.10 1447
1424 휴가 휴가   수월봉 아래 저녁 바닷가 모처럼 만난 동생 수녀와 해변을 걸었다. 붉게 물든 하늘을 품에 안고 바람에 몸을 맡긴 바다가 수녀의 눈동자에 물결치... 이마르첼리노M 2020.10.13 529
1423 후리지아 입술에 핀 미소 후리지아 입술에 핀 미소   얼어붙은 땅 얼어붙은 마음   부풀어 오르는 꽃봉오리 얼굴과 입 눈가에 핀 내면의 꽃   받은 생명 지닌 생... file 이마르첼리노M 2021.01.08 578
1422 후라이팬 후라이 팬   팬들이 모여 진짜 왕을 뽑기로 했다   지방에서 도시에서 외국에서 유명한 팬클럽의 대표들이 모였다   열혈팬 왕팬 극성팬 ... 이마르첼리노M 2017.08.12 1141
1421 회칠한 무덤 회칠한 무덤   예수의 몸을 땅에 묻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인간의 몸을 하늘에 묻는 이 땅에서 부활의 꽃을 피우지 못하고 연결과 참여가 없는 회칠한 무... 이마르첼리노M 2021.08.25 374
1420 회상의 언덕에서 - 이기남 마르첼리노 마리아 형제 이 글은 현재 진주 하대동 공동체에서 소임하고 있는 이기남 마르첼리노 형제가 은경축날에 지난 날을 회상하며 지은 글이라고 합니다. 내가 하늘로 갈 수 없어 ... 1 관리형제 2009.01.20 11494
1419 회상과 더불어 찾아온 삶의 무게 회상과 더불어 찾아온 삶의 무게 슬픈 식욕처럼 정신의 공복감 인색한 저울로 사람을 달아 따지는 몰이해의 사나운 돌팔매들이 남긴 상처가 잠을 깨웠습니다. ... 이마르첼리노M 2014.03.21 4265
1418 회개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회개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하느님의 주요 관심사는 사랑이다. 믿느냐? 가 아니라 사랑하느냐? 이고 바치느냐? 가 아니고 사랑하느냐? 이며 지키느... 이마르첼리노M 2020.03.01 566
1417 회개(회심)의 성찰 3 회개(회심)의 성찰 3 나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로부터 빛을 받는 것이다. 거울이 되고 깨달음을 주는 빛 그 빛으로 두려움 없이 아버지의 넉넉한 자... 이마르첼리노M 2020.02.24 461
1416 회개(회심)의 성찰 2 회개(회심)의 성찰 2 바꾸는 것의 중심에는 마음이 있다. 마음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나를 통치하는 것은 마음이다. 우리 눈에서 비늘이 상징하는 것은 자... 이마르첼리노M 2020.02.24 445
1415 회개(회심)의 성찰 1 회개(회심)의 성찰 1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마르1,16)   사순절을 눈앞에 두고 회개한다는 것이 무... 이마르첼리노M 2020.02.24 419
1414 회개 - 변화의 내적 움직임 회개 - 변화의 내적 움직임   내가 변하면 하느님이 나를 사랑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면 내가 변하게 됩니다.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시기에 ... 이마르첼리노M 2023.11.09 105
1413 회개 - 준비하고 깨어있는 자들이 누리는 현재의 행복 회개 - 준비하고 깨어있는 자들이 누리는 현재의 행복   11월에 자주 듣는 말씀은 종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미래에 있을 종말을 염두에 두고 사는 이들에게는 ... 이마르첼리노M 2023.11.02 235
1412 회개 (속죄양을 만들기를 멈추는 것) 회개 (속죄양을 만들기를 멈추는 것)   떠넘기려는 마음이 만든 속죄양 인간의 역사는 속죄양을 만드는 역사였다. 자신의 죄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해서 ... 이마르첼리노M 2021.02.21 438
1411 황홀경의 신비 (잃어버린 낙원의 기쁨) 황홀경의 신비 (잃어버린 낙원의 기쁨)     빵과 포도주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은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구체적 현존이며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관계성 안에 ... 이마르첼리노M 2023.07.07 271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99 Next ›
/ 9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