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20.07.14 13:21

인류의 고통 앞에서

조회 수 52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인류의 고통 앞에서

 

인류 앞에 대재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염병

가뭄과 대홍수, 지진, 태풍,

그리고 도처에서 발생하는 살인과 방화와 침략전쟁,

무고한 사람들의 투옥과 인신매매,

엄청난 악이 자행되는 세상에서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비참한 현상 앞에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

정의롭고 자비하고 선하신 하느님께서 존재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왜 방관하고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재해를 일으키시는 하느님

여러 가지 인간사에 뛰어들어 잘못을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하는 하느님

급할 때마다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하느님

인간의 무지와 악으로 빚어지는 온갖 공백을 메워주시는 하느님

과연 그런 하느님이 계신가?

그리고 그런 분을 믿는가?

 

못하는 일이 없이 만병통치처럼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앞에

온갖 제물과 재능과 시간을 바쳐 거기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분이 지키라고 했던 많은 율법과 규정들을 잘 지키면

그 보답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신다고 믿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러한 질문들 앞에 딜레마에 빠져

어리둥절하고 실망스러운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만사를 당신 뜻대로 하는 전능하신 하느님과

자비롭고 선하신 하느님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해 동안 고심한 끝에 하나의 통찰을 얻었다.

하느님께서 당신이 창조하신 피조물들을 어떻게 사랑하고 지탱하도록 하시는가?

하느님께서 당신이 만드신 세계와 온전히 결속되어 고통받는 것들과 함께하신다면

그리고 그 고통을 당신도 몸소 겪으시면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면

이 세계의 고통을 새롭게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피조물들이 오늘날까지 다 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로마 8,22)

 

고통의 신비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스스로 아픈 현실에 동참하고

인간의 고통에 우주적 목적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를 그토록 힘든 상황에 내던지는 것처럼 보이는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고통이 하느님의 고통이라면 우리는 어떠한 결함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과 하나가 되고 하느님이 우리와 하나가 되는 줄을 안다면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통하여 나아가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나는 십자가를 진 사람들과 함께 걸으시는 하느님

인간의 고통을 멀리서 바라만 보시는 분이 아니라 어떻게든 우리를 위하여 우리와 함께

우리의 고통을 나누시는 분이시라는 확고한 믿음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분께서는 나와 함께 나를 통하여 그 일을 하고자 하신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하느님의 파트너가 되었다.

나에겐 하느님이 전지전능하신 분이 아니라

나의 협력이 필요한 조금 모자란 하느님이 더 좋게 다가왔다.


고통받는 하느님과 고통받는 영혼의 만남,

고통받는 사람이 고통받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통받는 하느님만이 고통받는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

이 깊은 구렁을 통과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참된 자비는 즐거움보다 고통을 함께 나눔으로써 드러나는 신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탐욕이 만든 인류의 대재앙 앞에

하느님은 인류의 고통과 함께하시는 분이시며

우리보다 먼저 십자가를 지고 가신 그 길을 따라

우리도 십자가를 지는 법을 배우도록 초대하신다.

그러므로 고통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돌보는 법을 배우는 교과서이다.

자신의 무능과 실패와 좌절, 그로부터 나오는 수치를 함께 나누어 가지는

십자가의 예수님 앞에 굴복하고 그와 하나 됨을 경험하면서

묶여있는 모든 것들에게서 풀려나는 해방을 배우기 때문이다.

 

험한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은 견딤과 의미, 사람에 대한 깊은 존중,

측은한 마음으로 더 큰 세상, 더 큰 관계로 나아간다.

 

하느님의 사랑과 인간의 눈물이 범벅된 여기에

너무나 슬프고 아픈 아름다움이 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67 죽음과 부활 (관계성의 신비) 죽음과 부활 (관계성의 신비)   내어주는 죽음이 내어주는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죽음이 받아들이는 기쁨으로   내려가는 죽음이 내려가는 기쁨으로 내려놓는 죽... 이마르첼리노M 2023.04.09 307
1366 부활의 신비는 내어주는 몸과 받아들임의 신비 (성삼일의 묵상) 부활의 신비는 내어주는 몸과 받아들임의 신비 (성삼일의 묵상)   최후 만찬과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기까지 예수께서 보여주신 행동하는 자비는 계시의 완성이... 이마르첼리노M 2023.04.05 712
1365 성주간 (계시의 완성을 보는 때) 성주간 (계시의 완성을 보는 때)   자비를 깊이 바라보다가 자비가 되어 자비가 흐르도록 길을 떠나는 때   자비의 열매는 나의 필요성을 없앤다. 스스로 높일 ... 이마르첼리노M 2023.03.29 278
1364 꽃피는 계절에 꽃피는 계절에   꽃피는 계절에 향기로 다가와 볼을 비비는 이여!   벌들에게 꿀을 내어주면서도 순수한 꽃으로 남아계신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생명이 만... 이마르첼리노M 2023.03.20 237
1363 인식의 차이 인식의 차이 대해서 아는 것과 아는 것    대해서 아는 것은 객관화된 지식이지만 아는 것은 경험된 지식입니다.   경험된 지식은 왜? 어떻게? 에서 나오는 것이... 이마르첼리노M 2023.03.19 204
1362 하느님의 무상성(빚의 탕감) 하느님의 무상성(빚의 탕감)     &quot;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라.&quot; (마태 18,22) 일만 달란트나 되는 돈을 빚진 사람이 왕 앞에 끌려왔다... 이마르첼리노M 2023.03.15 242
1361 의로움의 차이를 극복하는 믿음 의로움의 차이를 극복하는 믿음   사도 바오로는 바리사이의 의로움을 쓰레기로 버렸다. “여드레 만에 할례를 받은 나는 이스라엘 민족으로 벤야민 지파 출신이... 이마르첼리노M 2023.03.03 455
1360 용서가 있는 곳에는 힘을 사용하라는 내면의 유혹이 있다. 용서가 있는 곳에는 힘을 사용하라는 내면의 유혹이 있다.   우리는 선을 행할 때마다 측은한 마음으로 돌보시는 하느님의 자기 비움의 고통에 참여한다. 너를 ... 이마르첼리노M 2023.02.22 573
1359 무엇을 구원이라고 믿는가? 무엇을 구원이라고 믿는가?   내 믿음의 토대는 인류 구원에 대한 속죄 이론이 예수 그리스도의 형벌적 대속론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에 참여하는 참여... 이마르첼리노M 2023.02.14 288
1358 욕구 충족의 노예에서 욕구 충족의 통제에 이르기까지 욕구 충족의 노예에서 욕구 충족의 통제에 이르기까지   욕구 충족의 노예에서 욕구 충족의 통제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갈등과 넘어짐을 반복하면서 하느님... 이마르첼리노M 2023.02.10 484
1357 난 너의 좋은 데를 안단다. 난 너의 좋은 데를 안단다.   세상은 온통 작은 기쁨들로 가득 차 있다. 다만 이 기쁨을 알아보는 능력이 없을 뿐이다.   하느님께서 새날로 주신 아침에 형제들... 이마르첼리노M 2023.01.30 434
1356 알맞게 창조된 나의 실재 알맞게 창조된 나의 실재   창조된 모든 피조물은 육화된 하느님 현존의 실재다. 우리가 경험하는 하느님은 진리이시며 선하시고 최상의 아름다운 분이시라는 ... 이마르첼리노M 2023.01.28 234
1355 힘의 원천을 성찰하기 힘의 원천을 성찰하기   나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 믿음의 근본을 이루는 힘의 원천을 성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위일체 하느님으로부터 시작된 신적인 ... 이마르첼리노M 2023.01.26 241
1354 받아들여진 존재와 받아들인 존재는 하나의 몸이다. 받아들여진 존재와 받아들인 존재는 하나의 몸이다.   내가 하느님께 받아들여진 존재가 되는 것과 하느님께서 나에게 받아들여진 존재가 되는 것을 허용할 수 ... 이마르첼리노M 2023.01.25 241
1353 신적 생명이 흘러가는 유역에서 살아가는 기쁨 신적 생명이 흘러가는 유역에서 살아가는 기쁨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은총과 사랑과 자비와 용서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 삼위일체 안에... 이마르첼리노M 2023.01.21 343
Board Pagination ‹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