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44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사도 바오로의 회심 축일에

 

나는 모난 돌이었으나

부딪고 깨어지고 깎이다 보니

반짝이는 조약돌처럼 되어 가고 있다.

 

나는 내가 살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

칭찬받는 사람들에 속하기를 원했으나

번쩍이는 빛에 눈이 멀어 말에서 떨어진 바오로처럼

부정적이고 불리한 것들과 캄캄한 어둠을 받아들여

보이지 않는 손길에 나를 내어 드리게 되었다.

 

비극적인 경이로움에 동의하면서 눈을 뜨게 되었다.

강렬한 빛에 눈이 멀었으나

감당할 만한 빛에 의해 눈을 뜨게 된 것이다.

 

나를 쓰라리게 했던 패배의 위협들,

나를 세상의 중심에 두려던 시도를 멈추면서

죽기 전의 죽음은 창조 때의 순수한 양심에 빛을 비추시는 분을 알아보게 하였다.

성령과 영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문은 내적인 현존과 신적인 신비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무질서와 불완전을 통합하는 영성,

죄를 포함하는 영성,

어둠을 밝히는 영성,

죽음에서 생명으로 부활하는 영성이

하느님의 사랑에서 출발한다는 진리를 발견한 것이다.

 

옳고 그름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사랑이 문제였다.

오직 사랑만이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

옳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성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온유하고 부드럽고 겸손한 사랑에 호소했어야 했다.

 

거룩한 가짜들이 죄와 실패의 원인을 나에게 뒤집어씌우고

배반과 험담과 공포에 찬 지옥으로 끌어들여

자아도취에 중독되어 앞을 분간하지 못할 때

나는 예수께서 보여주신 수난의 사랑과 육화의 겸손에 빠진 프란치스코의 안내를 받아

황송하옵게도 자신의 전부를 내어 주시는 분을 만났다.

 

가난과 작음과 단순성 안에서

온유하고 겸손한 사랑을 만나 사랑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깨끗하고 정직한 존재론적인 성찰이 가면을 쓴 천사를 물리치도록 이끌어 주었다.

겉치레와 화려한 치장으로 만든 가면, 가짜들의 천국에서 즐기던 가면이었다.

그것은 거저 주시는 은총을 종교적 행위를 통해 가로막았던

눈에 보이는 것들로 짜 맞추는 가짜들의 믿음이었다.

 

하느님 나라의 여덟 가지 행복은 무질서처럼 보이는 것들을 통합시키는 영성이다.

무상으로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누구나 보편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만드는 영성이다.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현실에 대한 정직성으로 깨닫게 되는 은총이었다.

 

신앙은 복종이 아니라 관계적 삶이다.

하느님의 숨겨진 본질과 사랑의 가장 신비스러운 손길이

나를 통하여 너에게 조건 없이 전달되는 선의 구체적 행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자신에 대하여 생각하며 자신의 반응을 살피고

자신에 대하여 말하는 피상적인 가 아니라

창조 때부터 순수로 지어내신 의 가장 연약함을 통해서 그분은 일하신다.

약함을 통해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은 그렇게 관계적 사랑으로 이끌어 주신다.

관계적 마찰에 감염되지 않고 내적인 고요와 평화를 유지하는 사랑은

아버지의 품에서 나오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십계명은 나의 전반기 인생에 필요했다.

삶의 충동과 통제와 억제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기 인생을 사는 나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여덟 가지 행복은 가짜 자기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없어도

순수한 은총과 풍요로운 세상을 지금 여기서 누리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역설에 담긴 하느님의 자비와 선과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사도 바오로의 회심 축일에

저마다 회심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7 인생의 역사, 역사의 인생 인생의 역사, 역사의 인생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quot; (마태 18,2)   어미의 품에... 이마르첼리노M 2019.08.30 445
» 사도 바오로의 회심 축일에 사도 바오로의 회심 축일에   나는 모난 돌이었으나 부딪고 깨어지고 깎이다 보니 반짝이는 조약돌처럼 되어 가고 있다.   나는 내가 살고 싶어 하는... 이마르첼리노M 2022.01.25 444
375 일상적인 죽음에서 부활하는 생명으로 일상적인 죽음에서 부활하는 생명으로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코16,15) 사람들에게만 선포하는 복음이 아니... 이마르첼리노M 2021.04.16 444
374 그물을 버리는 어부들 그물을 버리는 어부들   사랑과 안정의 토대를 주는 가족 그 안정을 넘어설 때 하느님과의 연결을 찾는다. 그러나 안정을 주지도 않고 하느님과의 연결도 ... 이마르첼리노M 2019.11.04 444
373 복된 죄인들 복된 죄인들   우리는 죄인들이다. 절망과 어둠으로 향하는 죄인들이 아니라 죄에서 구원되리라는 희망을 지닌 죄인들이다. 하느님의 자비 아래에 있는... 이마르첼리노M 2019.10.28 444
372 정동 수도원 이야기(2) 정동수도원 이야기 계속 건축이란 엄청난 도박에 속하는 것인데, 아직 언어도 배우지 못한 그 분이 이 정도 정확한 판단력으로 공사를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 이종한요한 2021.10.10 443
371 자신을 내어주면서도 자신을 잊어버리는 기쁨 자신을 내어주면서도 자신을 잊어버리는 기쁨   나를 나에게서 벗어나게 하는 초월 그 초월이 주는 해방의 자유를 경험하게 하고 관계 안에서 내어주는 능... 이마르첼리노M 2020.08.27 443
370 점진적 변화의 과정 2 점진적 변화의 과정 2 내적 변화는 영의 현존과 은총에 온전히 내어 맡기는 일이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려고 하느님을 찾으면 불가능하다. 나의 수고와 노... 이마르첼리노M 2020.05.26 442
369 지옥으로 가는 길 지옥으로 가는 길   중년기 이후에 나타나는 자만심은 자기에게만 함몰되어 젊은 시절에 성취한 좋은 열매들을 망쳐놓는다. 은퇴자금을 마련하고, 자기에... 이마르첼리노M 2019.09.19 442
368 놀이에 빠진 아이의 기쁨 놀이에 빠진 아이의 기쁨   하느님 나라의 제자가 행동하는 방식은 복음에서 영감을 받아 하느님의 통치에 자신을 내어드리는 가운데 아무런 안내자도 없... 이마르첼리노M 2021.06.09 441
367 야생화 작고 보잘것 없는 야생화가 다른 꽃들보다 더 아름답다 장소 구분없이 어떠한 꽃이든 잡초든 나무든 상관없이 어디에서나 한데 어울리면서 자랑하지도 않고 드러... 일어나는불꽃 2020.03.22 441
366 회개 (속죄양을 만들기를 멈추는 것) 회개 (속죄양을 만들기를 멈추는 것)   떠넘기려는 마음이 만든 속죄양 인간의 역사는 속죄양을 만드는 역사였다. 자신의 죄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해서 ... 이마르첼리노M 2021.02.21 440
365 사순절에 꼭 해봐야 하는 질문 ( 1/2페이지) 사순절에 꼭 해봐야 하는 질문 ( 1/2페이지)   예수께서는 왜? 십자가에서 처형되셨으며 그 죽음의 의미와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 질문 앞에 있는 사람은 ... 이마르첼리노M 2021.02.19 440
364 내가 사라진 들녘에는 곡식이 풍성하다. 내가 사라진 들녘에는 곡식이 풍성하다.     죄는 습관의 노예 최상의 좋은 것을 얻으려면 덜 좋은 것을 놓아야 한다.   진실은 단순하고 아름답... 이마르첼리노M 2020.03.21 440
363 목표가 사라진 들녘에는 거둘 것이 없다. 목표가 사라진 들녘에는 거둘 것이 없다.   가치의 무게를 달고 공로의 자로 재는 하느님, 빈틈없는 정의를 요구하고 엘리트만을 사랑하는 하느님, 승자와... 이마르첼리노M 2019.08.31 439
Board Pagination ‹ Prev 1 ...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