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8.05 19:39

가을 스케치 1

조회 수 2246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가을 스케치


말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얼마만큼의 침묵이며
빼어난 그림은 알맞게 자리 잡은 여백이 있다

침묵과 여백은 창조주의 언어요
아버지의 넉넉한 품
어머니의 푸근한 가슴
생명의 시원에서 태를 열게 한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어느 날
나는 내가 그려온 그림을 보았다
여름의 열을 이기고 가을의 평온에 다다르고 있는지.

침묵이 많지 않던 젊은 시절엔
가을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때는 죽음이 멀리 있어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지금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삶의 생각을 많이 한다

가을에 죽으려면 여러 가을을 아름답게 살고
더 속속들이 가을에 정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 살을 가을에게 내 주고
내 영혼도 가을 산하를 굽이굽이 넘어가려면
神이 머물 여백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어디쯤 왔나
여름을 지나 초가을의 문턱에 와 있다
여름의 열기를 찬물로 씻어내
백가지 애환을 눈 감기고
느긋하고 편안한 도취
전율이 따르지 않는 한 가닥의 향심에 머물
안정된 좌석을 마련하려 한다

해질녘 갯벌에 비치는 찬란한 광휘
하늘에 얹혀가는 구름
더 먼데로 눈길을 던지면
그 아득하고 무량한 곳에 무엇이 있을까.

불러도 또 불러도 대답이 없는 분을
다시 부르는 호명의 목소리를 하늘로 보낸다면
저기 손시렵게 새파란 하늘은 어떠한 메아리를 울려 보낼지.
내 인생의 하오에 접어들어
이젠 많지 않은 시간
낡은 기계를 정비하듯이
내 자신의 남루를 골똘하게 손보아야 겠다

수 없이 찾았건만 아직도 무량한 허망들을 살펴보아야지
느끼면 느낄수록 하늘의 음성을 내 한사코 피해 온 일이 없었나를 돌이켜 보아야지
그리고 그 까닭을 되뇌어도 보아야지

가을의 문이 열리는 곳에
제일 영롱한 내 오성의 창을 열어놓아야지
일관된 삶과 충실로 엮은 선을 표나지 않게 감추고
아버지가 주시는 기쁨의 명약으로 상처를 다독여야지

마음이 길을 열면 어디서나 함께 있고
무게도 두께도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언제나 곁에 있을 수 있다.

내가 말하는 건
반은 희구요
반은 어림집작의 몹시 조심스런 나의 믿음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어느 날엔가 낙엽이 떨어지는 작은 음향 속에
고요하고 유순하게 영면에 안기는 가을이면 좋겠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profile image
    홈페이지 보물 2015.08.18 22:12:59
    '마음이 길을 열면 어디서나 함께 있고'
    너무 멋진 표현입니다.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25 4월의 목요만남 길 몸이 가는 길이 있고 마음이 가는 길이 있습니다. 몸이 가는 길은 걸을수록 지치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멈출 때 지칩니다. 몸이 가는 길은 앞으로만 나 있지만... 골롬반선교센터 2006.03.29 7529
1324 박노해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 -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10/7~ 나눔 2010.10.03 7520
1323 여백의 효과 여백이 없는 그림 여백이 없는 삶 여백이 없는 마음 멈춤 영의 현존 안에 머물러 있음 침묵 쉼 신비 방황과 미완 단정이 아닌 의문 여백의 효과 그 빈자리... 이마르첼리노M 2013.04.24 7517
1322 목동본당 홈페이지 주소 변경 http://w&#8203;ww.djmok&#8203;dong.org대전 목동본당의 홈페이지 주소가 http://w&#8203;ww.djmok&#8203;dong.org&#8203; 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이용에 착오없... 대건 2011.11.29 7483
1321 아참안개 속에서 아침 안개 속에서 아침 안개 속의 미루나무 바람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안개 속에 사랑이라고 썼다. 초가을 한 낮의 미루나무 바람에게 한 잎 내... 이마르첼리노M 2013.02.16 7433
1320 '2008 제4회 천주교 창조보전축제 ▽ 때 : 2008년 10월 10일(금) ~ 12일(일) ▽ 곳 : 안동교구 농은 수련원 ▽ 누가 : 강과 함께 하느님의 생명을 몸과 맘으로 느끼실 분 누구나 ▽ 함께 하는 사람들 ... file 은하수의 축복 2008.10.01 7427
1319 '영성생활지도사 4기' 모집 안내 + 찬미 예수 영성생활연구소에서는 상처받은 이웃들에게 상담 도움을 제공하는 영성생활지도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아래와 같이 영성생활지도사 ... 영성생활연구소 2009.08.14 7421
1318 3월의 목요만남 †. 시작과 기대 안녕하세요. 골롬반 선교센터입니다. 봄 소식과 함께 목요만남 프로그램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첫째주에는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선... 골롬반선교센터 2006.02.28 7421
1317 고별사 박 프란치스코 형제 장례 미사 고별사 프란치스코 형제님, 6년 전 이맘때도 저는 저의 본명 축일에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안젤로 수사님을 주님께 보내드렸는데... 7 김 찬선 2008.11.28 7397
1316 종신서원식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평화와 선! 지난 6월 15일 예수성심 대축일에 홍 안젤라 자매의 종신서원식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귀한 발걸음으로 축복 가득한 ... 양평 글라라 수도원 2007.06.21 7380
1315 God said NO 나는 하느님께 나의 나쁜 습관을 없애달라고 기도했다. God said NO 나쁜 습관은 내가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네가 포기하는 것이다. 나는 하느님께 장애아를 완벽... 마중물 2006.03.23 7344
1314 12월의 엽서 / 이해인 12월의 엽서 / 이해인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 겸손한기도*^^* 2006.12.25 7333
1313 나훈아, 이미자는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http://blog.daum.net/sungsim1/155나훈아, 이미자는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들을 흉내내는 흥겨운 여흥이 함께합니다. 성심원 부활절 장기자랑 동영상이 ... 성심원소식지기 2010.04.13 7331
1312 선다싱의 일화 안드레아 2009.07.05 7318
1311 어느 수전노할아버지 일화 안드레아 2009.07.12 7286
Board Pagination ‹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