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21.03.13 05:50

꽃들은 울지 않는다.

조회 수 5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꽃들은 울지 않는다.

 

봄의 전령사 복수초와 산수유

찬 서리 맞으며 피어난 매화가

뽀얀 얼굴에 엷은 연두로 색조 화장하고 나와 벌들을 유혹한다.

목련이 가슴을 열고 하얀 살을 드러내는 밤

아침이 되면 이슬에 젖은 수선화가 방끗 웃으며 인사를 건네겠지

갓 태어난 병아리처럼 부드럽고 고운 개나리

연분홍 치마에 노랑 저고리를 입고 마중 나온 진달래와 팬지

봄의 함성, 꽃들의 합창,

코로나의 공포 속에서도 여지없이 꽃은 핀다.

 

꽃들은 울지 않는다.

슬픈 건 인간이다.

터무니없이 불공평하고

탐욕과 폭력을 저지르는 만행이 지구촌 곳곳에서 자행되기 때문이다.

 

봄비가 내리는 건 하느님의 눈물인가?

인간의 슬픔을 보고 계신 하느님의 슬픔,

갖가지 애환과 고통과 고난 속에서 몸부림치는 인간의 처참한 비극을 바라보시는 아버지,

연민과 자비가 만나 눈물이 강을 이룬다.

생명을 돌보시는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이가 겪는 아픔을 견디신다.

인간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눈물을 뺄 수 있을까?

 

슬픔은 혼자 짊어질 수 없다.

모든 슬픔과 고난을 하느님의 슬픔으로 이해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하느님과 나, 너와 나, 모든 피조물과 나 사이에 공유하는 슬픔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논리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 않지만,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슬픔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 슬픔과 더불어 슬픔을 통과해 가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고난을 견디는 유일한 길도 고난을 홀로 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내가 영웅적으로 고난을 홀로 지려고 할 때, 고난을 부인하거나 척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고난이 우리를 부드럽게 만드는 교훈을 배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슬픔과 고난은 홀로 질 수 없는 짐이다.

봄비 내리는 밤에 만물을 깨워 생명의 호흡을 되찾아 주시는 아버지께서

슬픔과 고난을 홀로 지라고 내버려 두실 분이 아니시다.

봄꽃이 만발하는 계절에 내 안에 필 봉오리는 무엇인가?

슬픔과 고난 중에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일을 찾아보자

아버지를 대신해서


꽃들은 울지 않는다.

아버지와 내가 네 곁에 있기 때문이며

너와 함께 짐을 지려고 손을 내밀기 때문이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5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이 만드는 변화들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이 만드는 변화들   1. 멈춤 통제와 조종 의존하게 만들던 거짓 사랑, 자신을 의롭게 하려고 스스로 부과한 희생   2. 대면 ... 이마르첼리노M 2020.04.03 425
334 어느 죄인이 드린 기도 어느 죄인이 드린 기도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가 당신을 불쌍히 여기고 있나이다.   어둠을 숨기느라 빛을 이용하다가 억압과 결핍을 들키... 이마르첼리노M 2020.04.02 424
333 조건 없는 사랑이 가르쳐준 삶 조건 없는 사랑이 가르쳐준 삶   나는 상선벌악의 교리를 배우면서 자랐고 수도원에 입회했다. 젊은 시절에 나는 하느님이 주신 재능으로 많은 일을 해왔다... 이마르첼리노M 2020.03.20 424
332 죽음을길들이기 죽음을 길들이기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랑의 대상이 된 이들이 아직 붙잡지 못한 것과 변화시키지 못한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들이 두... 이마르첼리노M 2019.10.06 423
331 부재의 신비 부재의 신비   내가 그분을 붙잡았다고 느끼면 그분은 더 멀어지고   내면의 소란을 잠재우려고 하면 소리로 가득 찬 나를 본다.   내가 앞으로... 이마르첼리노M 2020.11.25 422
330 부활의 증인들이 모인 교회에서 부활의 증인들이 모인 교회에서   자기 사랑으로 시작해서 공동체적 사랑을 거쳐 보편적 사랑에 이르는 점진적 사랑 우리가 가야 할 여정의 목표다.  ... 1 이마르첼리노M 2021.04.15 421
329 아침 아침은 때가되어 밝아오는것이 아니라 어두운밤과 고요한새벽을 지나올때 그제서야 밝아올수가 있는것이다. 어떠한날의 아침도 어두움을 거치지 않고서는 날이 밝... file 일어나는불꽃 2019.12.14 421
328 회개(회심)의 성찰 1 회개(회심)의 성찰 1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마르1,16)   사순절을 눈앞에 두고 회개한다는 것이 무... 이마르첼리노M 2020.02.24 419
327 주님이 태어나시는 땅 주님이 태어나시는 땅   왕이 되려는 갈망을 넘어 스스로 왕이 되어 왕권을 넘보는 이들을 가차 없이 죽이는 문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왕들이 되어 왕들의 전... 이마르첼리노M 2022.12.24 418
326 정동 이야기 (8) 정동 수도원 이야기 (8)  아름다운 기억 그동안 정동 수도원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치면서 프란치스칸 영향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게 되었는데 그중... 이종한요한 2022.01.15 418
325 성사(聖事), 자연 안에서 경탄하는 신비 성사(聖事), 자연 안에서 경탄하는 신비   자연 안에서 오래 침묵할 줄 아는 사람은 자연 안에서 경탄한다. 자연과 하나 되어 자연의 한 부분으로 피조물을 ... 이마르첼리노M 2021.08.12 418
324 기쁨 (축성생활의 날에) 기쁨 1   새벽에 잠깨면 벌써 술렁이는 마음 연한 슬픔이 연초록 끝에 이슬처럼 달려있다.   어디서 온 것일까 누구에게 온 것일까   ... 이마르첼리노M 2021.02.02 418
323 연약하고 무력한 두 손으로 연약하고 무력한 두 손으로   나의 우물은 깊다. 그러나 밖에서 물을 찾는 건 갈증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나에게 하신 일은 내면의 양... 이마르첼리노M 2020.12.02 416
322 도망치는 사람들 도망치는 사람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오른손이 오그라든 남자(루가 6,6-11)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자신... 이마르첼리노M 2019.09.28 416
321 네 안에 살기 위해서 네 안에 살기 위해서   예수께서는 폭력이 구원한다는 거짓말 대신에 사랑이 구원한다고 가르치셨다.   죽은 이들을 구원하는 교회에서 살아있는 이... 이마르첼리노M 2019.09.23 415
Board Pagination ‹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