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8725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도원 안에서의 틀에 박힌 생활로는 뚫고 들어가기 힘든 세계를
수영이라는 운동이 열어주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수영이 몸에 익으면서
부드러운 물 속에서 물의 그 감촉을 즐기고 있다.

요즘 며칠 사이에는 수영을 하면서 잉어가 된 느낌이다.
간혹 호수나 강가에서 유유히 노니는 잉어들을 보게 되는데,
그 때마다 늘
무심의 세계에서 꼬리 흔듦도 없이
신선같이 고요히 유영하는 그들의 모습이
나의 수도 생활의 이상처럼 여겨졌었는데,
수영을 하며 내가 잉어가 된 것이다.

어제는 그런 기분에 미친 듯 수영을 하다
홀연히 잉어가 된 느낌으로 수영을 마치게 되었다.
그런 느낌 속에서 수영장을 나서니,
공기 중에서도 잉어처럼 걷게 되었고,
발자욱을 옮길 때마다 발 밑에서 뽀드득 밟히는 눈의 진동이
다리를 타고 온몸으로 흘러들어
한없이 자유롭고 고요한 신비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인왕산이 어제의 인왕산이 아니었다.
하늘이 새로웠고,
광화문 거리의 빌딩들조차 새로웠다.
세상이 다시 창조된 것 같았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이틀 전 금요일 밤,
늦게 수영을 마치고 탈의실 밖으로 나오니,
관리 아저씨가 정수기 옆에서
쓰레기통의 검은색 비닐봉지를 교체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귀찮고 하기 싫기만 한 일을
묵묵히 하시는 그분이
‘쓰레기를 치우시는 그리스도’로 비쳤다.
장-프랑소와 밀레가 관상한 ‘이삭줍는 그리스도’가
생생하게 현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 참 훌륭한 일을 하시네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인사에
아저씨는 순진한 소년처럼 행복해하셨다.
어제 아침에도 덕수초등학교 수영장에서 잉어처럼 수영을 하고
샤워실로 들어서자
뒤따라 들어온 어떤 아저씨가
바닥에 떨어진 비누 조각을 집어
수영복을 빨았다.
내 집 물건을 다루듯 비누를 아끼는 그 아저씨의 모습에서도
남들이 버린 조각 비누로 빨래하시는 그리스도를 관상할 수 있었다.
“버려진 비누 조각으로 빨래를 하시니,
참으로 훌륭하십니다”라는 나의 인사에
그 아저씨도 참으로 흐뭇해 하셨다.

작은 사건을 통해 내 안에 육화하시고 나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너무도 찬란한 보석이었다.

성탄 대축일 아침에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봄나무 2012.06.04 11:51:23
    생활속에서~~하느님의 현존을 느끼시는 신부님의 영성의 신비에 놀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
    홈페이지 썬샤인 2012.06.04 11:51:23
    신부님* 반갑습니다.
    지난 얼례회에서
    관상의신비, 관상의필요성, 관상의은총에 대해서
    편하게 설명 해주셔서 계속 생각 중이었는데
    어설프지만
    실천해 보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5 거룩한 슬픔은 최고의 걸작, 거룩한 슬픔은 최고의 걸작,   억압된 눈물이 흥건하여 강을 이루고 억압된 분노가 땅을 적시던 젊은 날들의 회상 아무 데서나 울 수 없는 참담함 차라리... 이마르첼리노M 2019.09.09 507
484 점진적 변화의 과정 1 점진적 변화의 과정 1   변화하는 삶은 닮아가는 삶이다. 하느님은 나와 협력하기를 원하고 나도 하느님과 협력하기를 원할 때 변화가 이루어진다.   ... 이마르첼리노M 2020.05.26 506
483 하느님께 자유를 드려라 하느님께 자유를 드려라   세례를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라고 배우지만 대부분은 실제로 그것을 믿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공적을 쌓아서 하느님의... 이마르첼리노M 2019.10.03 506
482 기쁨을 깨우는 소리 기쁨을 깨우는 소리   뭉게구름이 피어나고 쓰르라미가 노래하는 아침 밤새도록 합창하던 귀뚜라미도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산새들의 합창이 시작되었다. ... 이마르첼리노M 2020.09.15 503
481 나를 변화케 하는 것은? 나를 변화케 하는 것은?   나를 변화케 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만남이다. 너와 나 사이에 있는 하느님의 현존 그 하느님은 만남의 구체적 현실이다. 그... 1 이마르첼리노M 2019.08.10 503
480 우리가 기도하는 것은? 우리가 기도하는 것은?   “구하면 받고, 찾으면 얻고,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마태 7,7) “너희는 기도할 때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 구하기도 전에 벌... 이마르첼리노M 2020.06.12 502
479 추석 달처럼 추석 달처럼   코스모스는 나를 부르고 밤송이들은 몸을 풀었다.   저녁 햇살을 온몸에 받은 벼들이 벌이는 금빛 축제 대추나무엔 사랑이 익고 사과... 이마르첼리노M 2020.10.01 501
478 답을 찾는 세상에서 찾은 답을 지우기 답을 찾는 세상에서 찾은 답을 지우기   하느님의 초대는 우리의 선택에 자유를 부여하신다. 삼위일체의 하느님의 위격적 사랑에 참여하도록 권유하셨지 명... 1 이마르첼리노M 2019.08.21 500
477 9. 영적 슬픔에서 지혜를 캐기 9. 영적 슬픔에서 지혜를 캐기 작가 하버트 조지 윌슨은 자신을 불행한 이라고 묘사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는 주기적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 김상욱요셉 2023.09.18 499
476 경이로움 내 책상앞에 놓인 행운목잎사귀가 햇볕이 들어오는 쪽방향으로 기울어져있다. 비록 말못하고 표현못하는 식물이라도 자기한테 좋은것은 뭔줄 아는가보다. 행여라... 일어나는불꽃 2020.06.04 499
475 숨겨진 에너지를 찾아라, 너도 할 수 있다. 숨겨진 에너지를 찾아라, 너도 할 수 있다.   성과 지향적인 문화 속에서는 노예로 살아가기 쉽다. 분주한 생활방식, 지나친 경쟁, 출세 제일주의가 그렇게... 이마르첼리노M 2020.05.22 499
474 코로나가 준 여백 코로나가 준 여백   내가 운전대를 잡고 내가 경영하던 삶, 그렇게 살다가는 미래가 없다고 하시면서 주님께서 자리를 양보하라고 하신다.   미세먼... 이마르첼리노M 2020.05.28 498
473 신앙은 의지의 굴복이며 간절한 갈망의 꽃이다. 신앙은 의지의 굴복이며 간절한 갈망의 꽃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 이마르첼리노M 2020.06.04 497
472 존재의 겟세마니 존재의 겟세마니   겟세마니에서 홀로 기도하시는 예수님처럼 혼자서 가야 하는 길 반응도 갈채도 찬사도 없는 침묵과 은둔의 장소 고독한 기도와 간절... 이마르첼리노M 2020.04.08 496
471 무엇에 죽어야 하는가? 무엇에 죽어야 하는가?   십자가에 달려 죽어야만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거짓된 나이다.   그것 없이는 도저히 살 수 ... 이마르첼리노M 2019.08.01 496
Board Pagination ‹ Prev 1 ...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