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58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영혼을 연주하는 악기

 

사람의 감관은 하나의 악기다.

낱낱의 진동을 정밀히 받아 울리는 악기,

예민하고 예민하여 실바람 한 오리에도 소리 내는 악기,

늙지도 잠들지도 못하며 곤두서는 내 감성이여,

 

어설픈 글과 어설픈 음악

그리고 어설픈 재능으로 만지작거리며 영혼의 음률을 연주하는 악기,

 

술이 익듯이 어둠 속에서 지루한 발효를 거쳐야 맛을 낼 수 있다.

고뇌의 피가 아른아른 투명한 증류수가 되기까지

시간의 저류에 살을 대고 엎드려서

어설픈 노출의 감출 수 없는 살결을 드러내며

오늘도 한가락의 선율을 뽑아낸다.

 

내 정신은 명암의 회전을 거듭하여 아프고 시릴 때

몸을 가늠하는 일조차 실없이 어려워 하늘로 두 손을 모은다.

한 모금의 자비가 내 영혼을 일렁이며 지나간 뒤에야

조용한 평화가 졸음처럼 나른하게 찾아온다.

 

건반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은 가슴속의 언어를 음악으로 바꾼다.

아픔과 슬픔, 시린 가슴 열어

심연으로 내려갔다가 맑게 갠 날씨처럼 밝고

기운차게 차올랐다가 또 다시 평온한 들녘으로 가라앉는다.

음의 높낮이와 여럿의 화음들이 성당의 어둑한 조명 아래

기도가 되어 하늘로 울려 퍼진다..

내 심신과 오성의 감관을 모두 열어 혼신을 다하는 이 연주를 언제 마칠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하루하루의 시간이 축복으로 다가오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렇다 나는 혼신을 다 할 뿐이다.

게으른 육신은 땀 흘리기를 싫어하지만

영혼과 육신을 길들이시는 부활하신 분의 영이 함께 계시니

엄마 곁에 노는 어린 아이처럼 초조할 것도, 두려울 것도, 불안해 할 것도 없다.

오늘도 그분 곁에서 내 놀이에 빠지고 싶다.

전신으로 연주하는 놀이를 좋아하실 거라는 믿음으로...

 

새해 새날이 밝아오는 아침,

투명한 악기처럼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고 싶은 소망을 그분 앞에 내어놓는다.

연주자는 내가 아니다.

나는 악기일 뿐이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0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힘의 원천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힘의 원천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려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정신이... 이마르첼리노M 2023.08.20 281
499 마음 바꾸기 마음 바꾸기   나는 회개했다는 표시로 행위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겨왔다. 좋아하던 어떤 것을 사순절 동안 끊거나 절제하거나 했다. 단식과 기도와 자선... 이마르첼리노M 2020.02.25 363
498 마음 마음 닫힌 마음 닫은 마음 열린 마음 여는 마음 열고 닫는 사이 서리 내린 머리 2 이마르첼리노 2010.10.31 5303
497 마므레 참 나무 곁에서(창세기 18,1-8) +그리스도의 평화         주님의 세천사는 마므레의 참나무 곁에(창세기 18,1) 있다가   아브라함이 그것을 보고서는 마치   종이 주인을 섬기듯한 ... 김기환베드로M. 2013.06.28 5399
496 마리아의 원죄없으신 잉태에 대한 복자 둔스 스코투스의 논증 복자 둔스 스코투스의 마리아의 원죄없으신 잉태 설명 1. 성 보나벤투라의 추론 (1) 보나벤투라는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와 관련하여 교회 안에 전해내... 1 고 바오로 2010.12.08 13351
495 마리아의 원죄없으신 잉태에 대한 복자 둔스 스코투스의 논증 지난 6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제15차 프란치스칸 영성 학술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마지막날 &quot;스코투스 사상 안에서의 사랑과 자유&quot;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질... 고파울로 2013.06.15 5739
494 마리아 엘리사벧을 만나심... 사랑해 2006.12.27 5387
493 마리 앙투와네트와 박근혜 마리 앙투와네트와 박근혜   마르코 복음에는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유독 신경을 쓰신 것이 악령에 들린 사람들을 고쳐 주셨다는 것이다. 광야에... file 이종한요한 2017.03.20 1373
492 라베르나의 성금요일 오후 라 베르나의 성금요일 오후   라 베르나와 골고타 언덕 석양에 물든 십자가 골고타의 예수께서 거기 계셨다. 오후 3시 수난전례 못 박히신 ... 이마르첼리노M 2014.04.18 3520
491 라베르나 프란치스칸 관상 기도 모임 안내 태어난 인간은 누구나 세월과 함께 늙어 병들어 죽기 마련이다. 이름하여 생로병사(生老病死)에서 예외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수 천년을 두고 변함없이 진행되... 관리형제 2007.02.24 5215
490 라베르나 관상기도모임 T. 평화와 선 나는 이렇게 그냥 완전하다. 문제는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나의 것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씨시 프란치스코의 “가난”은 우리를 ... 이재성 보나벤두라 2006.06.08 6702
489 라 베르나의 성금요일 오후 라 베르나의 성금요일 오후 라 베르나와 골고타 언덕 석양에 물든 십자가 골고타의 예수께서 거기 계셨다. 오후 3시 수난전례 못 박히신 몸에 입을 맞추며 돌아... 이마르첼리노 2011.04.22 4215
488 라 베르나 프란치스칸 관상기도 모임 안내 T. 평화와 선 한국에서와는 달리 유럽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중의 하나는 수백마리의 양들이 들판에서 풀을 뜯는 정경이리라. 하늘을 바라보는 양은 거의 한 마리... 관리형제 2007.05.21 5061
487 라 베르나 관상기도 모임안내 라베르나 프란치스칸 관상 기도 모임 안내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늘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늘 행복하다. 주님을 모시고 살면, 그 주님께서는 늘 나를 바... 김요한 2006.11.27 5871
486 라 베르나 관상 기도 모임 안내 어두움을 통과하여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은 그 사람이 하는 움직임 하나 하나가 기도요, 말 하나 하나가 기도요, 생각 하나 하나가 기도요, 날 하루 하루가 기도... file 김요한 2006.09.08 5119
Board Pagination ‹ Prev 1 ...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