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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연주하는 악기

 

사람의 감관은 하나의 악기다.

낱낱의 진동을 정밀히 받아 울리는 악기,

예민하고 예민하여 실바람 한 오리에도 소리 내는 악기,

늙지도 잠들지도 못하며 곤두서는 내 감성이여,

 

어설픈 글과 어설픈 음악

그리고 어설픈 재능으로 만지작거리며 영혼의 음률을 연주하는 악기,

 

술이 익듯이 어둠 속에서 지루한 발효를 거쳐야 맛을 낼 수 있다.

고뇌의 피가 아른아른 투명한 증류수가 되기까지

시간의 저류에 살을 대고 엎드려서

어설픈 노출의 감출 수 없는 살결을 드러내며

오늘도 한가락의 선율을 뽑아낸다.

 

내 정신은 명암의 회전을 거듭하여 아프고 시릴 때

몸을 가늠하는 일조차 실없이 어려워 하늘로 두 손을 모은다.

한 모금의 자비가 내 영혼을 일렁이며 지나간 뒤에야

조용한 평화가 졸음처럼 나른하게 찾아온다.

 

건반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은 가슴속의 언어를 음악으로 바꾼다.

아픔과 슬픔, 시린 가슴 열어

심연으로 내려갔다가 맑게 갠 날씨처럼 밝고

기운차게 차올랐다가 또 다시 평온한 들녘으로 가라앉는다.

음의 높낮이와 여럿의 화음들이 성당의 어둑한 조명 아래

기도가 되어 하늘로 울려 퍼진다..

내 심신과 오성의 감관을 모두 열어 혼신을 다하는 이 연주를 언제 마칠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하루하루의 시간이 축복으로 다가오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렇다 나는 혼신을 다 할 뿐이다.

게으른 육신은 땀 흘리기를 싫어하지만

영혼과 육신을 길들이시는 부활하신 분의 영이 함께 계시니

엄마 곁에 노는 어린 아이처럼 초조할 것도, 두려울 것도, 불안해 할 것도 없다.

오늘도 그분 곁에서 내 놀이에 빠지고 싶다.

전신으로 연주하는 놀이를 좋아하실 거라는 믿음으로...

 

새해 새날이 밝아오는 아침,

투명한 악기처럼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고 싶은 소망을 그분 앞에 내어놓는다.

연주자는 내가 아니다.

나는 악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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