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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평화

 

   이글은 황종렬 박사님께서<공동선> 2009년 5,6월호에 기재하신 글입니다.

 

 

“화분 그리스도론”을 아시나요?

 

그의 모습이 사람 같지 않게 망가지고 그의 자태가 인간 같지 않게 망가져 많은 이들이 그를 보고 질겁하였다. (이사야서 52장 14절)

 

  올해 수도자신학원에서 생태영성을 강의하면서 더욱 더 새롭게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살림 안에서 존재하는 모든것이 서로 바닥이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흙이 온 존재의 바닥입니다. 물이 온 생명의 바닥이고, 숨을 가능하게 하는 공기가 온 생명의 바닥입니다. 이 흙과 물과 공기를 있게 하시는, 이것들의 바닥이신 하느님은 더 보이지 않게 더 가난한 방식으로 바닥의 바닥에서 바닥의 바닥으로 우리를 있게 하고 살게 하십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강도만나 다 죽어가던 그 사람의 눈길로 온 생명, 온 존재를 만나는 이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수도자신학원에서 생태영성을 통하여 깨닫는 또 다른 축복이 있습니다. 그것은 신학의 장벽이 무너져 내리고 삼라만상에서 배우면서 교수와 학생의 경계도 완전히 해체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생태영성에서는 하느님의 살림이 원래 그런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살리고 세웁니다. 바닥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배우는 사람들이 가르치는 사람을 하느님의 다스림 안에서 서게 하고, 가르치는 일을 한다는 사람은 배운다는 사람들이 그분 안에서 서는 데 동반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 수사님이 허브와 화분에 관하여 나누어 주신 내용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우선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허브 농장에 처음 들렀을 때 ...그 안에는 허브 농장을 구경하러 온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 수많은 허브들이 가득 차 있었구요. 사람들은 허브의 향과 멋과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허브를 감상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답니다.

 

“이 허브가 아름답고 좋은 향기를 내고, 사람들한테 유용하게 쓰이지만 이렇게 자랄 수가 있는 것은 그것을 키워주는 흙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흙이 있기 위해서는 그것을 담아 주는 화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수사님은 “사람들이 ... 허브만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가치 있고, 허브만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허브를 자라게 한 화분의 소중함과 가치는 잊고 있었”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허브의 바닥 흙을 거쳐서 흙의 바닥 화분에 이르게 된 것인데요, 당시 수사님의 눈에 비친 화분들은 보잘것없어 보이기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허브의 화분들은 깨어진 것도 있었고, 별 무늬도 없고, 흙이 묻어 있어서 더러워 보이고,, 등등...정작 허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가장 보잘 것 없어 보였고, 가장 가치 있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다시 이런 화분들을 그리스도와 연결짓기에 이릅니다. “그리스도의 삶과 화분의 모습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심지어 동일하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면서 이렇게 진술합니다. “당시 유다인들과 로마인들이 예수님께 취하셨던 행동은 무관심과 모욕, 그리고 멸시 ... 그것도 모자라서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죽이기까지 하였던 예수님의 삶이 아무 보잘 것 없는 화분의 모습과 흡사했던 것이었습니다.”

 

  사진: 이종수

 

말하자면, 수사님은 허브 농장 체험을 통해서 화분 그리스도론을 펼쳐가게 된 것인데요, 허브와 함께 열어간 바닥 그리스도론의 결론이 이렇습니다.

 

“화분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나서는 우리 수도자의 삶과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보잘것없는 화분처럼 세상에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을 하면서도 정말 작은 자가 되어서 살아가는 것, 비록 그렇게 했을 때 사람들로 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수사님은 여기에 이어서 다시 중요한 진술을 하십니다. 생태영성을 하다 보니 신학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신학이라고 하는 것은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사람이 외국에 유학 가서 비싼 돈 들여 가면서 수 많은 세월이 흘러 노력한 끝에 유명한 신학대학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밟고 되는 것이 신학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의 생각은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신학을 배우는 것은 아무나 배울 수가 있는 것이고 책을 통해서 배우는 신학만이 아니라, 깨어진 화분, 흙이 묻어 있는 더러운 화분, 아무 모양도 없는 질그릇 같은 그러한 화분을 통해서도 신학을 배우고, 그리스도를 배우고, 진리를 깨닫고, 수도자의 삶을 배울 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성경을 통해서는 물론이고 하느님의 창조라고 하는, 지구라고 하는, 우주라고 하는 하느님의 계시를 통해서 역시 누구나 자기의 삶의 자리에서 충만하게 신학을 할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생태영성을 통해서 이제 강의실 안에서 하는 공부의 틀을 훌쩍 뛰어넘어서 버린 것입니다.

 

   하느님의 온 창조물이 서로 살림의 길을 주고받는 것, 이것이야말로 신학의 참 이유이고 목표이며, 이것이야말로 제가 생태영성을 통해서 신학적으로 발생시키고 싶은 궁극 목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생태영성은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 안에서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그 자유를 우리 함께 충만하게 나누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디 우리 교회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저 온 생태 바닥들을 타고 하느님의 영 안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생태영성을 사는 축복을 한껏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생태란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자기 전달에 대한 응답이라는 것, 하느님이 우리의 집이 되어 주심에 대한 증거이며 찬양이라는 것을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보다 더 충만하고 아름답게 체험하고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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