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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변화로 나아가게 하는 창조의 행위입니다.

 

하느님의 현존은 특정한 장소나 때에만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의 노력으로 하느님을 모실 수 있는 게 아니며 우리가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차리는 경험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허용하시듯 현재의 순간을 허용하고무상으로 주어진 그것을 즐기는 가운데 그냥 알아차릴 뿐입니다.

 

우리가 처한 이 순간에도 자신이 만든 울타리를 벗어나서 말씀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가운데 나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믿음과 그 믿음으로 인하여 비로소 눈을 뜨게 되어 우리를 감싸고 있는 하느님의 신비를 조금씩 알아차리게 됩니다. 새로운 앎 안에서 너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와 함께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게 됩니다. 꽃이 꽃으로 보이고, 나무가 나무로 보이고,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이 저마다 창조주를 노래하는 예술의 극치를 보게 됩니다. 하느님이 여기에 있고 저기에는 없다고 말하는 종교의 가르침은 이단에 가깝습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제한하는 것은 사람이 만든 인과 응보적인 가치체계에서 나오기 때문이며, 그분은 인과응보에 갇혀계실 분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새로움과 가능성 안에 계십니다.

 

새로움과 가능성은 회개하는 이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하느님의 가난과 하느님의 겸손하심을 배워 나에게서 내가 해방되는 법을 터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영의 현존을 알아차리는 일상의 관계들 안에서 내가 나에게서 벗어나도록 돕습니다. 내어주는 몸과 쏟는 피의 현장에서 경험하는 신비가 바로 신앙의 신비로 드러납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바꾸자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이 나를 바꾸시도록 해드리는 일입니다. 신비는 하느님이 나를 바꾸시게 할 때만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기도할 때 나의 뜻을 하느님이 들어 주시도록 기도합니다. 무수한 기도 지향이 이를 증명합니다. 묵주기도를 비롯하여 다양한 기도문을 바치는 이유가 하느님과 거래하듯 이만큼 바쳤으니 이만큼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친 대가가 없으면 기진합니다. 얼마를 바쳐야 들어주실 겁니까? 하고 하루를 기도로만 채워도 얻지 못하는 이유는 하느님께서는 나의 업적과 공로에 대한 보상으로 뭔가를 주시거나 안 주시는 분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뜻을 알기 위해 하는 것이며 하느님이 나를 바꾸도록 변화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기도합니다. 내 자유와 내 의지를 주님께 온전히 내어드려야 주님께서 일하실 수 있습니다. 도구적 존재라는 인식의 기초 위에 백기를 들고 항복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느님으로부터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가를 알면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받은 사랑에 대한 응답이 아니고서는 내 자유를 내어드리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의 흐름에 참여하는 선을 행하기까지 나를 변화의 길로 안내합니다. 변화에까지 이르지 못하는 기도는 아직도 하느님께서 마음을 바꿔 내 기도를 들어주시라고만 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기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배운 것을 지우기가 우선 할 일입니다. 신앙의 출발선에서 처음부터 배워온 앎은 위로부터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나로부터 시작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인과응보의 논리를 배웠고 그 논리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과응보로부터 얻은 앎을 지워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인식을 상상조차 못 할 만큼 초월해 계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도 안에서 아무것도 움켜잡지 않고, 성급히 판단하기를 거절하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시선으로 조용히 관계를 바라보며, 깨어있는 가운데 부정적인 생각과 느낌을 걸러내야 합니다. 너무나 많은 내가 들어가 있다면 주님의 영을 받아들일 내면의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우리 자신의 집착을 느슨하게 풀어주어 영의 인도를 받게 합니다.

 

기도가 자기 포기라는 가난에 이르지 못하면 자아도취와 우월감에 중독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기도가 선을 선택하게 했어도 선택에 따른 결단과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아직 기도에서 멀리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책임을 지는 모험을 감당해야 합니다. 기도는 자기 포기라는 가난에서 출발하여 선을 선택하고, 결단하고, 책임을 지기까지 나를 변화로 나아가게 합니다.

 

기도는 책임 있는 모험을 통해 그리스도를 닮고 따르게 합니다. 그 모험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창조가 관계 안에 형성될 것입니다. 하느님과 내가 공동으로 이루는 이 창조는 나의 자유를 내어드리는 투항과 개인의 책임 사이에서 자기 생명을 내어주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알게 하고 새로운 앎이 나를 변화시킵니다. 기도는 변화로 나아가게 하는 창조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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