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59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발을 씻어주는 성사(聖事)

 

공관복음에 나오는 최후 만찬이 내어주는 몸과 쏟는 피라는 것을 드러내 준다면 백 년 후에 써졌다는 요한복음에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이야기로 나온다. 내어주는 몸과 쏟는 피의 현장에서의 구체적 진실이 발을 씻어주는 관계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발을 씻어주는 일은 일차적으로 겸손하게 내려가는 일이다. 관계의 회복은 내려가는 가난과 겸손하게 섬기는 데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가난과 겸손은 하느님의 동등성을 포기하고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과 우리 발밑에서 허리를 굽혀 손수 발을 씻어주시는 모습 속에서 볼 수 있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 상관도 없게 된다.”(요한 13,8) “네가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요한 13,14) 내어주는 몸의 진실이 관계 안에서 드러나도록 하려면 수단이 메시지와 똑같아야 한다는 말이다. 오직 사랑만이 사랑을 찾을 수 있으며 주거나 받을 수 있게 한다.

 

신앙에 대해 말하기 전에 신앙을 살아 내야 한다. 사랑을 맛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미사에 출석해서 영성체하는 것에서가 아니라 말씀과 성체의 진실을 드러내 주는 관계에서 맛보고 느낄 수 있다. 하느님을 찾는 값비싼 노력이나 사람들을 섬기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예배에만 관심을 보인다면 하느님과 상관없는사람들이 된다. 하느님의 에너지는 전염되는 에너지다. 자신의 표현과 에너지가 죽어 있으면 사랑이 전달되지 않는다. 믿음이 드러나는 관계는 계산을 멈추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계산을 하는 것은 아직 자기중심적 울타리에 갇혀 있는 것이다. 계산을 멈추는 것은 하느님 사랑에 연결되어 있을 때이다. 받은 사랑에 응답하는 사람만이 계산을 멈춘다. 은총의 질서에는 계산하지 않는 하느님이 계시다. 그분께서는 오직 주시기만 하신다.

 

우리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따라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사고방식에 따라 살아왔다. 아는 것과 진리가 같을 수는 없다. 진리는 믿음 안에 자리 잡는다. 하느님을 아는 명료함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그 명료함이 추하고 천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발을 씻어주지 못한다. 내려가기도 쉽지 않은 데다가 내려가서 만나는 것이 더럽고 냄새나는 발과 만나는 것이다. 관계에서 경험하는 다름과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을 추하고 천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조물을 개별적으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관점에서 보면 추하거나 천하거나 하찮은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이 은총이다. 추하고 천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통해 보물을 발견하는 믿음만이 중요하다. 결정적 죽음 이전에 죽어야 할 것은 윗자리에서 내려가기 싫어하는 나다. 나에게서 내가 해방되는 자유는 너를 씻어주는 자유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객관적으로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이 바로 그 일이다. 우리가 객관적으로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이미 고향에 돌아온 것이다. 우리가 받을 상속은 이미 우리의 시간에 앞서서 주어진다. 그러면 우리는 올라가고 입증하고 방어하는 대신에 하느님의 선하심을 공유하면서 하느님 나라의 삶을 지금 여기서 누릴 수 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17-28)

 

사랑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되돌려 받기를 기대하지 않게 되기까지는 사랑이 아니다. 우리가 주는 것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되돌려 받기를 원하는 순간 모든 사랑이 무너지게 된다. 이것이 변화시키는 신적 에너지의 본성이다. 눈앞의 이익만을 찾는 계산적인 정신은 그 메시지를 핵심에서 왜곡시킨다. 삼위일체로부터 분출되는 사랑의 에너지가 예수님에게로 이어져 나에게까지 왔다. 사랑의 눈길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 사랑을 전해줄 능력도 없으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사랑은 사랑에 의해서 사랑이 된다. 나에게서 너에게로 지금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사랑뿐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자신의 용서하는 마음을 전파하셨는가를 아는 길이다. 사랑만이 우리를 인도하여 관계 안에서 발을 씻어주는 일을 시작하도록 만든다. 우리의 유일한 거룩함은 자신을 내어주시는 예수 그리스도께 자신의 자유를 내어 맡겨,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발을 씻어줌으로써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이 나를 통하여 그들에게 흘러가게 하는 데 있다. 우리는 그 일을 통하여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적 생명에 참여한다. 발을 씻어주는 일이 성체성사를 관계 속에서 발생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2022. 4. 14 성목요일 새벽에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25 어느 형제에게 보낸 편지 + 평화와 선 오늘 하루도 주님과 동행하시길.. 사랑하는 형제에게.. 요즘 한참 시험공부에 성소자로써 준비를 하느라 많이 바쁘지요? 하느님께서 형제와 항상 함... 정마리아 2006.08.23 4658
1324 어느 형제에게 온 편지 ** 이 형제는 작은형제회 성소자로써 나이는 어리지만, 사부님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입니다. 저도 배울점이 많고요.. 공개 게시판이므로 이름은 밝히지 않... 정마리아 2006.08.24 5085
1323 어느 형제에게 온 편지에 대한 답신 + 평화와 선 오늘은 그다지 덥지 않아 선풍기로 버티고 있어서 기분이 좋답니다. 에어컨 틀면 돈 나가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심장이 떨리거든요. 사랑하는 ... 정마리아 2006.08.25 4379
1322 어느 형제에게 온 답장 **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함께 나누자는 의미에서 이 형제와의 주고받는 편지를 올리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 카페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중입니... 정마리아 2006.08.28 4262
1321 어느 형제에게 보낸 답장 ** 이 형제가 꼭 훌륭한 작은형제회 일꾼이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 평화와 선 사랑하는 형제, 어제는 봉사활동과 지구 행사 준비로 녹초가 되었을텐데, 1시간여... 정마리아 2006.08.28 4605
1320 아마레 앙상블 http://www.amare.org 사진크릭 ola 2006.08.31 6098
1319 소인은 이기는 것을 좋아하니 ... 남을 의식해서 사는 노예가 되지 말고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사는 마음을 배워야 마음에 자유가 있고 생각에 자유가 있으며 언행에 자유가 있는 생활을 하게 되... 1 인이 2006.09.06 7630
1318 교정복지론을 접하며 + 평화와 선 모든 형제자매님들께 평화를 빕니다. 덥다덥다.. 하던 더위는 이제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선선하다 못해 쌀쌀함이 느껴지는 가을이 왔어요. 오전에 ... 정마리아 2006.09.07 5022
1317 라 베르나 관상 기도 모임 안내 어두움을 통과하여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은 그 사람이 하는 움직임 하나 하나가 기도요, 말 하나 하나가 기도요, 생각 하나 하나가 기도요, 날 하루 하루가 기도... file 김요한 2006.09.08 5118
1316 말 없이 사랑 하라. + 평화와 선 지금 태풍이 오고 있어 전국적으로 불안한 상태입니다. 부디 최소한의 피해로 끝나길 기도 합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사랑받고 ... 정마리아 2006.09.17 4590
1315 작은형제회 성소자 어느 형제의 성소모임 후기 + 평화와 선 전 이 형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형제의 허락을 얻어 카페에 올려놓은 후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간접적이지만, 피정 모임둥 사진과 ... 정마리아 2006.09.18 9390
1314 수련 착복 축하드립니다 ^^ + 평화와 선 너무나 반가운 형제님이 보여 글을 올립니다. 지난 13일 일이 있어 수도원에 갔었는데, 새로 오신 형제님께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고, 도와 주셨는... 정마리아 2006.09.18 5625
1313 봉평에 다녀왔습니다. (아마레 앙상블) ola 2006.09.19 6141
1312 볼만한 볼거리 소개 나는 간혹 내 자신이 너무 고상하게(?) 살려다 괴상하게 (?)된 인간이란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영화에 대한 태도이다. 보통 남성이라면 가볍게 ... 이종한 2006.09.20 7583
1311 한국순교성인 축일을 축하하며 +평화 아씨시에서 인사합니다. 오늘 전세계에서 우리 한국순교성인들을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이곳에서도 특별히 아침에 우리 아시아 그룹 형제들이 ... 마중물 2006.09.20 6741
Board Pagination ‹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