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8.05 19:39

가을 스케치 1

조회 수 2245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가을 스케치


말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얼마만큼의 침묵이며
빼어난 그림은 알맞게 자리 잡은 여백이 있다

침묵과 여백은 창조주의 언어요
아버지의 넉넉한 품
어머니의 푸근한 가슴
생명의 시원에서 태를 열게 한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어느 날
나는 내가 그려온 그림을 보았다
여름의 열을 이기고 가을의 평온에 다다르고 있는지.

침묵이 많지 않던 젊은 시절엔
가을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때는 죽음이 멀리 있어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지금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삶의 생각을 많이 한다

가을에 죽으려면 여러 가을을 아름답게 살고
더 속속들이 가을에 정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 살을 가을에게 내 주고
내 영혼도 가을 산하를 굽이굽이 넘어가려면
神이 머물 여백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어디쯤 왔나
여름을 지나 초가을의 문턱에 와 있다
여름의 열기를 찬물로 씻어내
백가지 애환을 눈 감기고
느긋하고 편안한 도취
전율이 따르지 않는 한 가닥의 향심에 머물
안정된 좌석을 마련하려 한다

해질녘 갯벌에 비치는 찬란한 광휘
하늘에 얹혀가는 구름
더 먼데로 눈길을 던지면
그 아득하고 무량한 곳에 무엇이 있을까.

불러도 또 불러도 대답이 없는 분을
다시 부르는 호명의 목소리를 하늘로 보낸다면
저기 손시렵게 새파란 하늘은 어떠한 메아리를 울려 보낼지.
내 인생의 하오에 접어들어
이젠 많지 않은 시간
낡은 기계를 정비하듯이
내 자신의 남루를 골똘하게 손보아야 겠다

수 없이 찾았건만 아직도 무량한 허망들을 살펴보아야지
느끼면 느낄수록 하늘의 음성을 내 한사코 피해 온 일이 없었나를 돌이켜 보아야지
그리고 그 까닭을 되뇌어도 보아야지

가을의 문이 열리는 곳에
제일 영롱한 내 오성의 창을 열어놓아야지
일관된 삶과 충실로 엮은 선을 표나지 않게 감추고
아버지가 주시는 기쁨의 명약으로 상처를 다독여야지

마음이 길을 열면 어디서나 함께 있고
무게도 두께도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언제나 곁에 있을 수 있다.

내가 말하는 건
반은 희구요
반은 어림집작의 몹시 조심스런 나의 믿음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어느 날엔가 낙엽이 떨어지는 작은 음향 속에
고요하고 유순하게 영면에 안기는 가을이면 좋겠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profile image
    홈페이지 보물 2015.08.18 22:12:59
    '마음이 길을 열면 어디서나 함께 있고'
    너무 멋진 표현입니다.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50 내어주고 품어 안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성적 힘 내어주고 품어 안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성적 힘   내가 지난날의 내 믿음을 성찰하는 가운데 발견한 것은 하느님을 권력을 지닌 힘으로, 지배하는 전능으로 이... 이마르첼리노M 2023.01.11 304
1349 성탄과 공현의 신비 ( 관계 안에서 안전과 온화함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 ) 성탄과 공현의 신비 ( 관계 안에서 안전과 온화함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 )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말씀의 잉태 소식을 들은 마리아는 자신의 자유를 하... 1 이마르첼리노M 2023.01.05 385
1348 새해의 기도 새해의 기도   새해 새날의 첫 시간 주님이 주신 생명으로 살아 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나를 사로잡았던 일들로부터 나를 빼내 주시고 성령 안에서 저를 다... 이마르첼리노M 2023.01.01 256
1347 주님이 태어나시는 땅 주님이 태어나시는 땅   왕이 되려는 갈망을 넘어 스스로 왕이 되어 왕권을 넘보는 이들을 가차 없이 죽이는 문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왕들이 되어 왕들의 전... 이마르첼리노M 2022.12.24 416
1346 희망을 일깨우는 생명의 바람 희망을 일깨우는 생명의 바람   나는 교리를 배울 때 대신덕(對神德)이라고 하는 하느님께 대한 덕으로 믿음, 희망, 사랑에 대해 배웠다. 내 인생의 신앙 여정에... 이마르첼리노M 2022.12.19 427
1345 창조된 존재에 생명이 흐르게 하는 선 창조된 존재에 생명이 흐르게 하는 선   내 존재의 뿌리는 사랑에 찬 하느님의 완전한 자유와 의지에 따라 창조되었다. 자신을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선에 참여하... 이마르첼리노M 2022.12.10 639
1344 내어주는 만큼 배우는 진리 내어주는 만큼 배우는 진리   삼위일체 하느님은 신적 생명에 참여하도록 우리를 매력으로 끌어들였다. 선과 자비라는 매력에 이끌린 사람은 관계 속에 선을 행... 이마르첼리노M 2022.12.09 236
1343 여기에 초막 셋을 지을까요? 여기에 초막 셋을 지을까요?   삼위일체 생명을 알고 경험하도록 울타리를 개방하시는 하느님 용서가 자리 잡은 땅에서 내어주는 몸과 쏟아내는 피로 자라나는 생... 이마르첼리노M 2022.12.05 293
1342 계명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계명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과응보와 상선벌악의 신앙구조는 율법준수에 따른 사후 처벌과 보상이라는 틀에 하느님을 가두고 인간을 가둡니다. 그... 이마르첼리노M 2022.12.04 625
1341 신적 생명에 연결된 자유 신적 생명에 연결된 자유     하느님의 가난과 자기 비움을 배워야 나 자신을 온전하고 겸손하게 하느님께 내어 맡길 수 있다. (필립 2,6-12) 선은 위험을 감수... 이마르첼리노M 2022.11.20 275
1340 종돌이 악양 수도원에서 나의 소임은경리 외에 기도할 때 종치는 것이다.악양 수도원에서 2년가까이 종을치면서 종에 대한 배움이 있었음을.사람이 종을 치고 종에서 소... 일어나는불꽃 2022.10.30 393
1339 낫기를 원하느냐? 낫기를 원하느냐?   예수께서는 38년 동안이나 앉은뱅이로 살아온 병자에게 다가가 “낫기를 원하느냐?”(요한 5,1-6) 하고 물으십니다.   우리는 저마다 힘이 있... 1 이마르첼리노M 2022.10.21 530
1338 변화를 허용하는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내면의 불안을 내어 맡겨라 나에게 있어 성장과 변화의 길로 나를 안내하는 깨달음은 단순하고 유약하게 표현되는 내면의 불안을 주님께 내어 맡기려는 가운데 ... 1 이마르첼리노M 2022.10.16 328
1337 흐름이 있는 곳에 생명이 존재한다. 흐름이 있는 곳에 생명이 존재한다.   흐름이 있는 곳에 생명이 존재한다.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내리는 물, 그 물이 닿는 곳마다 생명이 존재한다.” (에제키엘 ... 1 이마르첼리노M 2022.10.08 711
1336 거룩함의 진실 거룩함의 진실   나는 내 안에 계신 하느님을 반사해 줄 깨끗하게 닦인 내면의 거울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왜냐하면 그 거울이 내 삶의 중심이며, 하... 1 이마르첼리노M 2022.09.29 457
Board Pagination ‹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99 Next ›
/ 9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