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5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내 인생의 후반기 설계

 

1. 허물 많은 나를 받아들이고 용서하기

올해는 내 나이 만 65세가 되는 해이다.

국가가 인정하는 노인이 된다는 것을 기점으로

후반기 인생의 첫 출발의 기회로 삼아 전반기의 삶을 돌아보려 한다.

 

인간은 의미를 찾고 창조하는 존재라는 것을 빅터 프랭클로부터 배웠다.

전반기의 경험 속에서 깊은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미래의 의미를 살아야 할 영성의 내용이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다.

 

전반기 인생의 여러 굴곡과 상처들,

거부당하고 배척당한 부분들,

한 번도 기회를 얻지 못하고 낙오한 나,

실패와 좌절과 절망의 그늘에서 신음하던 나,

완전치 못하고 추락한 나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런 나를 내가 용서할 때 비로소 다른 사람을 용서할 수 있기 때문이며

과거의 흔적이 현재의 나에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도록 선을 그을 수 있기 때문이고

그렇게 하지 않을 때 나는 그 짐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탓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허용하고 놓아주고 모성으로 품어주기

나이만 먹은 늙은이로 전락하고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어른 대접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다른 이들도 존중하고 대접할 줄 모른다는 사실이 명료해졌다.

자유와 관대함의 기회를 놓친 것은 과거의 흔적을 그냥 묻어두고

시간이 되면 해결되겠지 하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태도 때문일 것이다.

 

어린이의 단순함이 어른의 단순함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복잡함을 통과해야 한다.

지혜는 선물이지만 복잡한 경험을 통해 얻게 되며 성장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지혜를 동반하지 않는 단순함은 어리석은 바보로 끝나고 만다.

 

나에게서 바깥의 적들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나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라면 허용하고 바라보는 것이 좋고

그것들을 무시하고 손을 떼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들과 싸워서 이길 필요도 없고 거기에 에너지를 소모할 만한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세상의 악하고 어리석은 것들을 상대하여 싸우기보다

매일 매일 나타나는 내면의 적들을 물리치는 데 더욱 치중하는 것이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많은 시간 기도 안에서 분별의 나날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남들과 다른 것에서 존재의 기쁨을 찾던 것이

이제는 남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더 큰 기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말 없는 말로 조용한 평화를 선포하는 것이

많은 말로 설교하는 것보다 유익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말수가 적어졌다.

자신을 돋보이도록 증명하려 애쓰는 것보다

말없이 사랑하고 소리 내지 않고 참여하는 실천이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었다.

 

나는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노인들을 만났다.

그들 안에는 고요하고 온화한 평화와 단순함이 얼굴과 눈과 입에 담겨있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챙기고 먹이려는 의지가 배어있었다.

단순하고 소박하고 정직한 사람들 안에 계신 성령께서 그들과 함께 일하고 계셨다.

거칠고 딱딱한 손에 든 낡은 묵주는 하느님께 의존하는 그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표상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그분들 중 한 사람이었다.

내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은 가르침이 아니라 모범이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교리를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에 열네 명의 가족들 안에서 보여준 모범은 내 신앙에 밑거름이 되었다.

그분은 55세의 나이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분은 나를 낳은 어머니셨으나 어른으로 남아계신다.

후반기의 출발선에서 어른으로 남아계신 어머니를 떠 올리며

누군가를 위한 모성적 사랑으로 내 인생의 후반기를 설계해 본다.

이 시대는 어머니의 품이 그리운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2019, 8,31

원불교 선방에서 월피정 중에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5 너울 나무뒤에 가려진 빛 가려진 나무뒤에 참 빛이 비추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나무뒤로 돌아서기만 하면 참된 빛을 볼수가 있다. 우리도 이와같다. 세상 모든 사람... 일어나는불꽃 2013.10.28 4494
574 메아리가 없는 메아리 3  +그리스도의 평화           우리동기들은 교육기 때 등산을 하면서   목표지점에 도달하려고 하다가   길을 잘못들어서 다시 ... 일어나는불꽃 2013.10.19 4697
573 고독한 밤에 고독한 밤에 모두가 잠이 든 시간 홀로 있기위해 일어났다. 고독한 시간이야말로 만사를 있는 그대로 보는 시간이다. 고독이란 외로움이 아니다. 외로움은 혼자 ... 이마르첼리노M 2013.10.10 4825
572 참으로 감사합니다. 평화와 선! (Pax et Bonum)   오늘은 성 프란치스코 성인의 축일 늦은 밤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쭉 살펴보며 마음에 스며드... Chlazaro 2013.10.07 5539
571 사랑은 보는 것을 갈망한다. 사랑은 보는 것을 갈망한다. 사랑이 깊을수록 보고 싶은 마음도 깊다. 바라보고 들어보고 만져보고 맡아보고 맛보고 느껴보고 싶어진다. 성프란치스코도 사랑... 이마르첼리노M 2013.10.06 5323
570 마음의 처방전 평화와 선! 사람과의 관계안에서 쉽지만은 않은 복음적 생활... 작음의 영성을 두고 집중하고 실천하려 애씁니다.  요사이 눈에 들어오는 책 -완덕의 거울 에... HOPE오이 2013.10.05 4970
569 오묘 +그리스도의 평화     수련소 뒷마당   이제 어느덧 가을이라   낙엽이 제법 많이 쌓인다   언제 한번 날 잡아서 뒷마당 전체를   한번 싹 쓸었는데 ... 일어나는불꽃 2013.09.24 4747
568 "프란치스코, 가서 나의 집을 고쳐라!" 평화와 선!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다녀온 신자가 기념품으로 사다 준 상본이다. 내가 아씨시의 성... 2 신대건안드레아 2013.09.22 8016
567 가을 아침에 쓰는 편지 가을 아침에 쓰는 편지 그대는 이제 나에게 있어 가까운 벗들을 함께 부르는 대명사가 된듯합니다. 지금은 내 인생의 가을 쯤 인가요? 아직도 못 다한 말들이 내 ... 이마르첼리노M 2013.09.22 5837
566 강도당한 사람의 이웃이 되어주기 평화와 선! 거두절미하고 올립니다. 강도당한 사람 곁을 그냥 지나쳤던 레위인 사제가 예수님의 길과는 다르지요? 사마리아 사람만이 그 사람의 이웃이 되... 유프란치스코 2013.09.08 4657
565 안식일의 주인은? 콜버그라는 심리학자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도덕적으로 성숙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분하였습니다. 그는 단순히 사람들이 얼마만큼 규칙과 법을 잘 지키... 김상욱요셉 2013.09.07 4903
564 존재의 마지막 친구에게 존재의 마지막 친구에게 초가을 밤 가을 편지를 씁니다. 존재의 마지막 친구여! 공감이 물여울을 타고 흐르고 서로 전도되는 감관을 가진 그대와 맥과 호흡을 함... 이마르첼리노M 2013.09.04 5006
563 메아리가 없는 메아리 2 +그리스도의 평화       우리는 산을 바라보고   좋은 경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그것보다도 우리가 등... 일어나는불꽃 2013.09.03 4541
562 명칭 유감   가평 꽃동네에서 년피정을 한 후, 인근에 있는 성공회 프란치스칸 공동체를 다녀왔다 그 공동체의 창설 20주년이었고 공교롭게 즈음해서 성공회 프란치스칸... 이종한요한 2013.08.25 5538
561 메아리가 없는 메아리 1 +그리스도의 평화     산이라고 하는 곳에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예나 지금이나 구약이나 신약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은 우리가 배워야 ... 일어나는불꽃 2013.08.11 5735
Board Pagination ‹ Prev 1 ...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