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35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1)에서 이어짐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개신교에 다녔는데 개종하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다니던 교회는 너무나 종교관이 달랐기 때문에

신앙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영적인 삶 전체를 돈과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담임목사가 너무 세속적이고 힘들어서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해 교리를 열심히 받는 도중 이혼 이야기가 오갔다.

결혼한 지 6년쯤 되었는데 함께 사는 남편이 너무나 책임감도 없고

무능한데다가 빚도 많고 시댁과의 갈등을 겪고 있었으며,

걸핏하면 친정 부모님들을 욕하고 무시하는 말을 견딜 수가 없었다고 했다.

결혼 후 아이를 가지게 되었으나 잘못되어 유산하고

너무나 힘들고 어려워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결국엔 이혼하였고, 교리 수업도 중단하고 제주도에 가서

마음을 추스르고 오겠다고 했다.

그런데 눈이 잘 보이질 않아 병원에 갔는데 실명 위기라고 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신경을 너무 써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수중에 가진 돈은 점점 바닥나고, 눈은 안 보이고,

절망적인 순간 친정엄마가 떠올라 전화했으나. 더욱 상처만 받았을 뿐이었다.

네가 그렇게 살아서 그런 걸 누굴 탓하느냐?”고 상처 난 마음에 소금을 뿌렸다.

그녀는 언제부터인지 제주에서 못다 한 교리 수업을 마치고

미사에도 열심히 나가기 시작했다.

얼마 후 다시 시흥으로 올라와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났다.

정말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어디에서도 받지 못한 사랑을 하느님으로부터 받게 되었다.

하루하루를 말씀을 부여잡고 견디었다.

알바를 해서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코로나19로 직장에서 잘리고

점점 빚은 늘어나고 있었다. 아는 분의 소개로 오피스텔에 들어갔는데

집세도, 관리비도, 낼 수 없었다. 수입은 없고,

사방으로 조여 오는 빚 독촉에 시달렸다.

고립과 절망 상태는 자신을 끝없는 나락으로 내몰았다.

거기에다 그녀의 건강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B형간염 보균자이며

고혈압과 당뇨,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질병과 싸워야 했다.

복합적인 질병과 공포와 불안의 악순환으로

꽁꽁 문을 닫고 암막 커튼까지 치고 웅크리고 살았다.

밖에 나오질 못한 지 1년이 넘고,

그래서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살아갈 의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혼자서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외부와 단절된 채 유일한 소통은 나와 카톡을 주고받는 것이 전부였다.

카톡을 통해 전해오는 메시지는 점점 심각한 상황을 알리는 내용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나를 만나기를 원했다. 나는 그녀가 그렇게 심각한 상태인 줄 몰랐다.

그녀는 죽기를 작정하고 자살 시물레이션까지 해보았다고 말했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자 스스로 자살 예방센터에 전화를 해서

지금 당장 죽고 싶다고 하면서 비대면으로 상담을 주고받았다.

내가 가서 그녀를 만났을 때는 너무 불안해 보였다.

그녀는 집으로 가서 이야기하자는 나의 말에 집으로 가기를 두려워하였다.

간곡히 말리는 그녀를 설득하여 집으로 갔다.

그녀의 집에 방문했을 때 나는 큰 쇼크를 받았다.

거의 1년이 넘도록 방에서 나오지 않고 인스턴트 식품만 사다 먹으면서,

온갖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속에서 강아지와 함께 은둔하고 있었다.

그녀의 방에는 강아지의 배변과 오물, 쓰레기더미로 한 발짝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악취를 견디며 맨 먼저 허리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긴 머리를 잘라주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쓰레기를 봉투에 담고 또 담아냈다.

끝없이 나오는 쓰레기를 치우며 그녀의 마음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일단 대충 치우고 주민센터에 가서 그녀의 상태를 알리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복지사를 만났다.

복지사는 나를 친절하게 만나 주었다.

나는 복지사와 면담하면서 그녀에게도 살아 갈 길이 있다는 생각에

희망을 갖게 되었다. 우선 정신과로 가서 진료를 받고 진단서를 끊고,

수급자 신청을 위해 서류를 준비하였다.

주민센터에서 시흥시청 무한돌봄 복지센터로 연결되면서 하나씩 문제가 풀렸다.

자살 예방센터장과 시청복지사가 나와 함께 면담을 하면 좋겠다고 해서 만났다.

우리는 그녀의 상태를 점검하는 검사를 했다.

자살 위험 수치가 매우 위험한 상태라는 결과가 나왔다.

검사지수의 최고 수치가 10이라면 9가 나왔다.

복지사와 자살 예방센터장 면담 후 방치상태로 죽음만을 기다리던 자매가

다시 희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와 함께 기뻐했다.

그녀는 나의 헌신적인 돌봄이 없었더라면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자기 손으로 집안을 정리하고 빨래와 청소도 하겠다고 하면서

조금 더디더라도 매일 조금씩 해보겠노라며 나에게 감사의 카톡을 보내왔다.

나는 스스로 노력하려는 자매가 대견하고 고맙고 예뻐 보였다.

그녀의 집까지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먼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시간을 내서 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죽어가는 한 영혼을 살리는 일이었기에 기꺼이 동반하고 부축할 수 있었다.”

2021, 6, 21 데레사 수녀

  

나는 동생 수녀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

하느님께서 돌보시는 자비와 선하심에 감동과 전율을 느꼈다.

 

진리와 사랑과 아름다움은 가장 낮은 곳, 가장 연약한 곳,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변두리,

그리고 사람들이 버려진 계층이라고 부르는 이들 안에서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다.

오직 겸손하고 정직한 사람만이 하느님의 눈으로 본다.

자신의 가슴이 찢어지고 가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은 온전히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며,

하느님께 속한 사람은 어디에도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한다.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기 때문이다.

 

하느님 안에 머물러 있는 사람만이 변화된 가슴으로 샘솟는 기쁨을 누린다.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과 참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간직하고 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할 때만

주변의 관계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선함을 볼 수 있다.

안에 있어야 밖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내면의 상태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랑이 간절할 때 선함이 드러나고, 평화 가운데 있을 때 평화가 드러나며,

아름다움 속에 머물러 있을 때 아름다움은 자연스럽게 주변을 감동케 한다.

말이 아닌 삶에서 나오는 기쁨은 그렇게 안에서 일하시는 하느님을 드러나게 해준다.

더구나 내 안에 있는 자유가 네 안에 있는 자유를 구원하는 일이야말로

기쁨의 동기가 되어 사람에게 자유를 주고 허용하시는 하느님을

지금 여기서 느끼도록 돕는다. 우리 자신의 정신과 가슴, 몸과 영혼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 외에는 구원이 없다.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 선의 도구요 육화의 도구가 되는 것,

그것만이 중요하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00 2016년 포르치운쿨라 행진 (2016.7.26 화요일)   &lt; 2016 포르치운쿨라 이야기 4&gt;   * 구간: 임실군 관촌면 회문리 덕치공소 ~ 순창군 동계면 현포리 동계공소 * 행진참여인원: 30명 * 길 위의 천사: 프... 1 file 김레오나르도 2016.07.26 1495
799 2016년 포르치운쿨라 행진 (2016.07.22 금요일) &lt;2016 포르치운쿨라 행진 이야기 1&gt; 어제 저녁부터 행진은 시작되었다. 사무실 일을 헐레벌떡 처리한 후 기차를 타고 집결지인 익산역으로 오는 발걸음이 한없... 2 file 김레오나르도 2016.07.23 1463
798 프란치스코와 그의글4 4) 클라라회의 창립: 1202년 클라라는 프란치스코와 형제들이 함께 살며 설교하는 모습을 보았다. 클라라는 프란치스코와 형제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프란치스... 김상욱요셉 2015.09.06 1462
797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비어있었기에 소란하던 나는 마침내 당신으로 인해 넘쳐나서 지금 이처럼 고요합니다   나의 빈자리에 당신이 머물고 나의... 1 이마르첼리노M 2015.09.01 1456
796 가을 아침에 드리는 기도 - 이 글은 10월 어느날 아침에 쓴 글입니다. 가을 아침에 드리는 기도   차가운 냉기가 가슴속을 파고드는 아침, 홍수 같은 애통과 산사태 같은 한, 자신의 허약함을 게시판처럼 바라보는 눈, 이별... 이마르첼리노M 2015.12.11 1452
795 의인들이 갈 곳은 죽음 뿐인가?     의인들이 갈 곳은 죽음 뿐인가        뉴욕에서 95번 하이웨이를 타고 보스턴으로 향하다 29A 출구로 빠지면 2번국도 Concord Turnpike를 만난다. 이 ... 이종한요한 2015.12.09 1452
794 흐르는 물 물이 고여있으면 반듯이 썩게 마련이다. 물은 반듯이 다른곳으로 흘러가야 살수가 있고 그 자체로서 생명이 되어 다른 존재에게 생명이 되어 줄수 있게 된다. 그... 일어나는불꽃 2018.01.10 1447
793 그리움과 기다림 그리움과 기다림 남몰래 타는 불꽃 눈빛만 보아도 말이 없어도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추억 속에 피는 꽃 음악이 되고 詩가 되고 눈가에 맺힌 ... 이마르첼리노M 2014.12.09 1425
792 프란치스코와 그의 글1 프란치스칸 양성자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프란치스코의 생애와 그의 글을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프란치스코의 글은 그의 삶을 배경으로 생겨났습니다. 그것을 ... 1 김상욱요셉 2015.08.25 1412
791 추위를 타는 영혼 추위를 타는 영혼   새벽 두시 어둠의 세력과 격렬하게 싸우다가 꿈에서 깨었다   차가운 밤바람에 섞여 부는 공허 그 안에 놓아기르는 야생의 고독... 이마르첼리노M 2015.01.16 1404
790 첫 기도 첫 기도   새해 첫날 새하얀 도화지에 첫 글자 새로 시작하는 맑고 순결한 첫 시간   삶은 굉장한 감격이다 삶의 의욕은 삶의 길잡이가 된다. 첫 ... 이마르첼리노M 2015.01.01 1384
789 2016년 포르치운쿨라 행진 (2016.7.25 월요일)   &lt;2016 포르치운쿨라 이야기 3&gt;   * 구간: 진안군 데미샘 옆 두원공소~임실군 관촌면 회문리 덕치공소 * 행진참여인원: 32명 * 길 위의 천사: 강혜정 발... 3 file 김레오나르도 2016.07.25 1383
788 선교 협동 조합 발기인 대회 날짜 공지 평화를 빕니다. 이전 공지에서 선교 협동조합 발기인 대회 날짜와 시간을  확정짓지 않았고, 추후 공지해드리겠다고 하였는데 날짜와 시간이 확정되었기에 공... 김레오나르도 2019.01.18 1379
787 눈먼수도자의기도 기도가 기도를 가로막는다.  며칠전 명동성당에서 기도하고 있었는데, 어떤 온전치 못한 남자분이 혼자서 언성을 높여   말을하고 울고 성경을 큰소리로 읽고 하... 일어나는불꽃 2015.01.09 1377
786 마리 앙투와네트와 박근혜 마리 앙투와네트와 박근혜   마르코 복음에는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유독 신경을 쓰신 것이 악령에 들린 사람들을 고쳐 주셨다는 것이다. 광야에... file 이종한요한 2017.03.20 1373
Board Pagination ‹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