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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수도원 이야기 : 아폴리나리스 신부님 (5)



그분이 방인 회원 양성에 대해 보인 태도와 관심은 참으로 예언적이었다. 오늘에 비해 삼분의 일도 되지 않는 관구 규모였지만 그분은 회원 양성에 대해 오늘 우리들의 현실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태도를 보이셨다 현대에 있어 장상은 양성 담당자에게 맡기고 그를 통해 동정을 확인하는게 관례이나 신부님은 달랐다.


당시만 해도 우리 관구의 수도원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분은 특별한 예외가 없으면 항상 주말에 성북동에 오셔셔 같이 식사하시고 학생들의 공동 휴식에도 참여하셨다.


우리말을 하시지도 못하고 학생들은 영어를 잘 할 수 없으니 처음에는 학생들이 긴장했으나 신부님이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그분의 인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손주와 할아버지의 만남처럼 몇 마디의 영어로서도 서로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어 토요일이 되면 관구장님의 방문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또 당시는 세상이 다 그렇듯 수도원 역시 겨울 난방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보다 보일러 파손을 막기 위한 수준이라 젊은 사람이지만 썰렁했는데, 관구장이 오시는 날은 난방이 좀 넉넉히 했기에 관구장 방문의 기쁨이 배가 했다.


신부님은 성소에 대한 관심을 머리나 입으로 하시지 않고 온몸으로 표현하셨다. 그분은 소신학생 하나도 정성껏 잘 대하셔서 소신학교 입학식 하는 날은 꼭 입학식에 참석해서 격려를 하시고 신학교 교장에게도 인사하실 만큼 세련된 교양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분은 달변이나 웅변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게 아니라 철저한 확인 행정의 태도로, 말과 행동이 일관하는 태도로,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고 또 장상으로서 권위를 보이면서 요즘 주야로 외치는 참 봉사자의 모습을 보였다.


신부님은 탁월한 행정가이기 이전 한 인간으로서 너무도 세련되고 따스한 인품을 지닌 분이어서 추기경부터 늙은 아낙네까지 누구나 따뜻이 대하실 수 있었고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지혜롭게 통역을 이용하시기도 하고 뭣보다 그분의 따스한 인품이 사람들을 평화롭게 했기에 신부님 주위엔 항상 평안한 표정의 사람들이 모이곤 했다.


보통 큰 일을 한다는 인물들에게 자주 볼 수 있는 몸에 밴 거창한 구호나 실천도 없는 말장난 수준의 허구적 삶의 태도로 포장하고 일상적인 처신은 소홀히 해서 이중 인격의 모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신부님은 큰일은 큰일대로, 작은 일은 작은 일대로 충실하셔서 조화로운 완벽함을 보이셨다.


신부님의 사무실 비품 중에 일생에 기억될 소품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편지 무게를 달기 위한 저울이었다.


당시 편지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미농지에 복사지를 사용해서 타이핑한 것인데, 이것도 타이핑 한 후 저울에 올려 무게를 달아 무게를 줄이기 위해 조그만 여백도 다 가위질 한 다음 무게를 달아 발송하곤 하셨다.


우리 문화라면 대단한 노랭이의 대명사이겠으나 그분은 너무도 자연스러우면서도 대범하게 이 저울을 이용하셨다.


신학원이 세워지면서 문제된 것이 양성비이다. 그때 한국 여건에 국내 은인을 구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라 외국 은인을 구해야 하는데 신부님은 장상으로서 이 역할을 충실이 하셨다. 본인에게는 이태리 계통의 미국 은인 한분을 소개해주셔셔 그분에게 편지를 쓰고 답장과 후원금이 오면 무척 기뻐하시며 알려 주셨다. 새로 시작되는 관구의 기틀을 이런 방법으로 메워 관구가 튼실하게 되도록 배려하셨다.


그분은 자신의 수도생활의 경륜과 이해를 바탕으로 아직 교회 안에서 수도생활이 정착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주셨으며, 특히 공의회가 끝난 후 특히 남자 수도회에 있을 수 있는 혼란을 미리 예견하시고 정확한 의견을 표시함으로서 수도 공동체가 겪어야 할 혼란을 미리 막아주셨다.


어느날 신부님이 영자 신문을 들고 오셔서 어느 수도회 서양인 장상이 쓴 글을 보여 주시면서  의견을 물으셨다.


그 내용인 즉 지금 한국 교회는 새 시대를 맞았는데, 한국 수도회에 외국인 장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식민지 사고방식이며 발전에 방해가 되기에 이유 없이 빨리 방인들에게 수도회를 물려주고 떠나는 것이 바로 이 시대에 해야 할 서양 수도자들의 역할이라는 것이었다.


그분은 어린 나에게 그 신부의 견해에 대한 의견을 진지하게 물으신 후 그에게 따끔한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그 장상이 신부님의 의견에 좌우될만한 머리가 아니었기에 영자 신문에서에서 주장한 자기 생각대로 한국 회원들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떠났다.


이후 이 수도회는 설익은 밥 같은 꼴이 되어 보기 딱한 일들이 줄을 잇게 되었다. 그 장상이 떠나면서 양성이 덜된 수사들은 그 수도원 관할에 있던 파출소에 애물단지가 되었다.


이 파출소는 만취 상태에서 통금 위반을 한 수사들을 보호해야 하는 어이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그분은 당시 경륜도 깊지 못한 한국 수도회가 받아 들여야 할 공의회 충격을 참으로 복음적 신중성으로 받아들임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많은 시도로 한국 수도생활을 도우셨다.

장상으로 임무가 끝난 후 몇 년을 정동에 사시면서 아시아 프란치스칸 역사 특히 파키스탄 인도네시아의 역사를 정리하시면서 사셨다. 아름답게 사신 분은 장상직이 끝난 후 일반 수도자의 삶을 사는 모습도 더 아름다운 법인데 신부님은 이면에서도 여유로우시고 향기로우셨다.


임종하시기 얼마동안을 그분의 옆방에서 지내게 되어 신부님의 향기로운 멋진 삶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늦도록 불이 켜져 있는 날 문을 두드려 맥주나 주스를 한잔 드리면 그렇게 기뻐하시고 반가워하셨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삶을 사셨던 노인의 여유로운 덕담을 들려주셨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때 들었던 덕담이 생각난다.


그분은 나이가 들면 밤에 불면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는데 이때 가장 좋은 수면제는 독서라고 하셨다. 헌데 책 중에서도 성서나 교회 서적이 수면제로서 최고의 효과가 있다고 하셨다. 이런 책과 함께 당신이 전공하신 철학책을 보면 너무 재미가 없어 즉시 잠에 떨어지게 된다는 농담을 하셨다.


아들이나 손주와 같은 어린 본인에게 이런 농담을 할 수 있는 그분의 모습은 나이가 들수록 더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위선이나 허식으로 영글어진 판에 박은 교훈처럼 남기는 늙은 수도자 보다 이분처럼 자기의 있는 것을 정직하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나이 든 수도자의 태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분을 기억하면서 더욱 느끼게 된다.


그분은 오늘도 세계 뉴스를 듣기에 가장 좋은 뉴스윅과 타임지를 계속 정독하시면서 시대착오적인 늙은이가 되지 않도록 죽는 순간까지 노력하셨다.


그분의 임종도 바로 이런 습관으로 시작되었다. 어느 가을  정기적으로 오던 잡지가 오지 않으니 저녁 식사를 마치신 그분은 광화문 지역에 잡지를 구하려 나갔다가 수도원 계단에서 넘어지셨다. 안타깝게도 당시 그 근처엔 아무도 없었기에 얼마 후 신부님을 병원으로 모시게 되고 얼마 후 돌아가셨다.


아시아 프란치스칸 관구 정착에 500년이 걸린 것을 그분은 우리 관구를 통해 50년으로 바꾼게 그분의 혜안에서 영글은 것이며 우리의 자랑이고 책임이다.


지난번 관구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우리들에게 전임 마이클 총장이 보낸 서한에서 우리 관구의 역사가 보여준 위상을 발견 했을 때 우리의 모습이 쇄신될 수 있다는 참으로 좋은 점을 충고하고 지적해 주셨다.


한국 관구 형제들은 이웃 관구 형제들과 다른 면이 있으니 이점을 항상 새기며 살아달라는 충고였다. 마이클 총장이 한국 관구의 형제들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책임을 의식해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로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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