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3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황혼의 저녁나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쓰는 편지

 

어둠을 딛고 걸어오는 빛에게

느티나무 가로수 연초록 새순들에게

열정을 불태우는 철쭉들에게

안개 낀 보리밭 사이로 막 피어난 유채꽃에게

봄의 함성을 지르는 온갖 새들에게

청순한 젊음을 지닌 수천만의 생명들을

하나씩 호명하며 편지를 씁니다.

 

작고 초라해 보이는 나이든 이들

잊혀 진 추억들을 꺼내어 보고

내면의 해일을 겪어내는 그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창의와 개성을 가꾸면서

의미와 가치

긴 안목의 공익에 참여하면서

높고 귀하고 변하지 않는

주님의 영의 현존아래 머물고 싶은 간망을

오랫동안 지니고 살아온 이들에게 쓰는 편지는

내 인생의 오후를 들여다보게 합니다.

 

헐겁고 편안하게

이해받고 포근하게 있고 싶은 그들과 나는

이제 친구가 되었습니다.

오랜 염원을 지니고 살아온 그들에게

갓 태어난 음악처럼 청순한 우정을 담아

쾌적한 봄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단비와 햇살이 여러 차래 노크하면

바위조차 부풀어 오르는 봄의 새벽에

내면의 충일과 공허가 공존하는 심연에서

연기처럼 소진한 시간을 돌아보며

영의 현존아래 머물러 있습니다.

 

겉은 번쩍 거리듯 하면서

속은 괴로운 소용돌이로 넘쳐있는 사람

명예는 지녔지만 사랑에 굶주린 사람

재물은 많지만 친구가 없는 사람

여러 사람과 있을 때는 용감하나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일에는 겁을 먹는 사람

 

나약하고 무력하게 짊어진 삶의 무게를

나 또한 지고 갑니다.

 

우리는 마침내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진실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도록 허용하는

겸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그리스도를 발견해야

내가 지고 가는 짐이 가벼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밤의 끄트머리에서 쓰는 편지는

황혼의 저녁나절을 보내는 이들에게서 끝을 맺습니다.

 

주님의 아들딸로서

이렇게 존재함이

그리고 그분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다시 태어나는 새 하루를 봉헌합니다.



2017. 4.19 새벽에

이기남 마르첼리노 마리아 형제 ofm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87 온유하고 겸손한 사랑을 배운 사람은 너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온유하고 겸손한 사랑을 배운 사람은 너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위로부터 사랑을 받을 때 변화가 가능합니다. 신비체험은 나를 몸소 선택하시는 하느님에 ... 이마르첼리노M 2024.05.04 122
1486 예수님과 나의 자기소개서 예수님과 나의 자기소개서   예수님의 자기소개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와서 배워라. (마태 11,28) 나는 생명의 빵이다. (요한... 이마르첼리노M 2024.04.30 31
1485 기쁨은 관계를 비추는 빛입니다. 기쁨은 관계를 비추는 빛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빛나게 해드리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내 이름을 빛나게 하는 일들을 멈춰야 합니다. 내 이름을 빛나게 하는 ... 이마르첼리노M 2024.04.25 105
1484 생명의 빵 (무상성과 보편성의 잔치) 생명의 빵 (무상성과 보편성의 잔치)   내어주는 몸과 쏟는 피로 하느님의 생명을 인간에게 주시는 무상성과 보편성의 잔치가 성체성사를 통해 양식과 음료로 주... 이마르첼리노M 2024.04.20 179
1483 여섯째 날: 당신 안에서 나오기 여섯째 날: 당신 안에서 나오기 소설가 헨리 제임스(Henry James)는 다음과 같은 권고를 하였다. “너 안에서 나와, 너 밖에 머물러라.” 당신은 자기와 자기의 문... 김상욱요셉 2024.04.18 49
1482 사랑은 약함으로 드러난 하느님의 힘 사랑은 약함으로 드러난 하느님의 힘     인간의 강함은 자만심에서 나옵니다. 인간의 자만심은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으려는 자율적인 마음과 독립적이고 통제... 이마르첼리노M 2024.04.16 117
1481 삼위일체 하느님의 샘에서 흘러나오는 자비와 선 삼위일체 하느님의 샘에서 흘러나오는 자비와 선     삼위일체 하느님! 저는 당신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창조되지 않고 모양도 없는 존재의 신비로 존재하시는 ... 이마르첼리노M 2024.04.07 183
1480 부활하신 주님의 영에 사로잡혀 아직 걸어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 부활하신 주님의 영에 사로잡혀 아직 걸어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   창조는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자 사랑의 대상이었습니다. 사랑으로 창조하신 피조물을 통... 이마르첼리노M 2024.04.02 205
1479 성삼일 사랑의 축제. 사랑은 길을 찾아냅니다.   성삼일 사랑의 축제. 사랑은 길을 찾아냅니다.   하느님 사랑의 극치 극치의 하느님 사랑   성목요일 내어주는 몸 쏟는 피 발을 씻어주는 섬김의 현장 극치의... 이마르첼리노M 2024.03.27 326
1478 온유하고 겸손하신 하느님의 여성성 온유하고 겸손하신 하느님의 여성성   너무나 많은 이들이 교회를 다니는 이유가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고 진리를 따라 살기보다는 사교클럽 삼아 다니거나 인간 ... 이마르첼리노M 2024.03.21 272
1477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보낸 슬픈 母情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보낸  슬픈 母情   1. 속마음을 비추는 벌거벗은 촛불 앞에 미사가 끝난 후 텅 빈 성당의 쓸쓸한 제대 같은 모습처럼 혼자의 고독과 여럿... 이마르첼리노M 2024.03.19 308
1476 생명의 물이 흘러가는 강가에 서서 (에제키엘 47,1-9) 생명의 물이 흘러가는 강가에 서서 (에제키엘 47,1-9)   삼위일체 하느님의 내어주는 사랑이 자비와 선으로 표현된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성전 ... 이마르첼리노M 2024.03.12 371
1475 생명의 노래 생명의 노래   준 것은 잊고  다만 받은 기쁨을 되새기며 노래하자,   이별은 잊고 언젠가 그 날의 만남, 청신한 환희를 돌아보며 노래하자,   가장 훌륭한 애정... 이마르첼리노M 2024.03.08 57
1474 예수님, 저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예수님, 저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나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은 자신이 십자가에 달리는 한이 있어도 남을 십자가에 매달기를 거부하셨습니다. 나... 이마르첼리노M 2024.03.05 111
1473 다섯째 날: 수줍어하는 수사슴을 보기 다섯째 날: 수줍어하는 수사슴을 보기 겸손은 영성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한 마리의 수줍어하는 수사슴과 같다. 당신이 자신의 선물들을 과대 혹은 과소평가하... 김상욱요셉 2024.03.05 380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