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07.03.05 09:27

정월 대 보름달

조회 수 2055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누리에 평화.

지난 주 토요일,
몇가지 일로 상경(上京)했다가
조금 늦은 시각(7시?)에 성거읍 뻐스에서 내렸다.
늘상 그렇듯이 수도원까지 30-40여분 걷는 길이지만,
성거산을 바라보며 걸어 올라가는 이 길은
늘상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옅은 안개 구름이 깔려있는 성거 마을하며
굽이굽이 곡을 이룬 성거산이 오늘따라 실루엣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그런데 한 10분쯤 걸었을까...?
우리 집, 수도원 바로 뒤 능선에서부터
굉장한 빛이 발광하기 시작-
처음엔 "저게 뭐지...?"
그러는 순식간에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
"아하, 오늘이 정월 대보름 전야인게야!"

여러가지 모양으로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대보름 달의 아름다운 자취에
가던 길 멈추고 한 30여분 넋을 잃고 바라 보았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양 팔을 펼쳐,
그렇듯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선물로 주시는
하느님께 찬탄과 감사를 드렸다.

두둥실 떠오르는 대보름달에
내 생애에 있었던 전설같은 사실들이
아슴하니 하나 둘 실타래처럼 풀어지며 떠올랐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동작동 앞 동산에 올라
횃불을 켜들고, "다님 다님, 제 소원은요..."하며
소원성취를 빌던 그 대보름 달!
잣불을 태우며 끝까지 타면 그 해 운수대통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내 잣은 끝까지 다 탈까 가득 호기어렸던 어린 눈초리.
부럼을 깨야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안난다
밤,땅콩,호도...등을 깨어먹던 화기애애한 분위기!
동네 동무들과 깡통에 불을 담아 신나게 돌리어
사뭇 위험스럽기까지 했던 장난들...!

그랬다.
정월 대 보름은 달과 함께
삶의 끈끈한 추억들이 새겨진 축제의 마당이요
온 가족이 환한 웃음을 짓는 사랑과 화합의 장이었다.

그리고 저 성거산(聖居山)에 떠오른 보름달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담아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옛날 태조가 이곳 마을을 지나칠 때,
영롱한 오색 구름이 산을 덮은 신기함에
'거룩함이 머믄 곳'이라 찬탄해 마지않아
<성거산>이라 이름지어 불렀단다.
나 또한 경탄해 마지않던 태조의 심정에 못지 않으니...!

그날 구름이 오락가락 하였어도
대보름달을 잘 볼 수 있었던 건 내겐 천행이 아닐까!
어릴적과 지금이 하나 된 시공의 초월을 맛보았으니까...
저 달을 보았음으로 내 소박한 소원들이 이미 다 이루워진거니까.
  • 박필 2007.03.05 22:58
    오, 아름다운 대보름달....어렸을 때의 쥐불놀이가 제일 생각나요...ㅎㅎ
    참으로 아름다운 기도를 하셨군요...축하...^^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정월 대 보름달 T 온누리에 평화. 지난 주 토요일, 몇가지 일로 상경(上京)했다가 조금 늦은 시각(7시?)에 성거읍 뻐스에서 내렸다. 늘상 그렇듯이 수도원까지 30-40여분 걷는 길... 1 2007.03.05 2055
454 자연- 인고(忍苦)의 경이로운 생명이여! T 평화/ 선 &quot;이젠 겨울도 다 갔고 예전에 없이 서둘러 봄이 온다&quot;고 푸념의 소리를 듣곤 했지만, 여지없이 깨뜨려진 기우(忌憂). 오후부터 시나브로 내리던 눈이 ... 3 2007.03.05 2135
453 친구가 있어 행복하지 아니한가! T 평화/ 선 천안행 지하철- 흔히 눈에 띄는 일 중에 삼삼오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서 어데론가 가시는 모습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아마도 가까운 온양이... 2 2007.03.10 2248
452 얼마나 먹거리가 없으면...!? T 온누리에 평화를... 꽃샘 추위 치고는 너무 한 요즘의 날씨. 어제는 진종일 강풍에 눈발이 흩날려 절로 움추러드는 그런 날이었다. 그래선지 여기 성거산의 짐... 2 2007.03.12 2009
451 동심이 발동하여... T 평화와 선. 얼마 전이었다. 점심을 한 후 바로 옆 능선 넘어로 산책을 나갔다. 멀리 정상에 자리잡은 레이다 기지가 한 눈에 보이고 계곡을 따라 조금만 걷다 ... 3 2007.03.19 1980
450 봄이 오는 소리 T 평화가 시냇물처럼 남녘땅 악양의 은둔소 자리를 보고 돌아왔다. 박경리씨의 토지에 나오는 고장. 가까이 섬진강변 벗꽃, 때를 맞춰 가던날 활짝 만개, 꽃 좋아... 1 2007.03.29 2131
449 사랑은 너무 아파! T 온누리에 평화가. 이렇듯 바람이 차갑고 심한 날이면 피어난 꽃들은 얼마나 추울까! 꽃샘 추위라지만 사랑을 시샘하여 불어오는 삭풍 때문. 졸졸 흐르는 계곡물... 2 2007.04.03 2434
448 할미꽃 T 온누리에 평화. 선배님들 무덤가에 할미꽃이 소복히 피고 있다. 꼭 이맘때면 피어나는 할미꽃을 만나면 정말 옛적 내 할머니를 닮은 모습에 언제나 보아도 편안... 5 2007.04.05 2456
447 약동하는 생명의 계절 T 평화가 온누리에... 요즘엔 성거산의 모든 생명들이, 어디 성거산 뿐이랴마는 마치 다투어 경쟁이나 하듯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 내 감성이 미처 붙따르지 ... 2007.05.02 1937
446 보고픈 울 엄마... T 평화/ 선 아침 식사 때, 한 형제와 노래말 이야기가 나와 &quot;형제의 18번은 무슨 노래...?&quot;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흥얼거리던 란 노래가 떠올랐... 3 2007.05.06 2303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