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1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평소와는 달리 인왕산행 산책 코스를, 산 중턱쯤의 경비처소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잡았다.  바로 옆 성곽이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한 폭의 멋진 그림이어서, 한 컷의 사진을 담고 나무 계단을 밟고 아래로 내야가야 하는 곳이 나온다.  그런데 마침 노오란 길 고양이가 내가 내려가야 할 계단 중간쯤에서 세상 편안 자세로 늘어지게 쉬고 있는게 아닌가.  가까이 나를 쳐다보면서 그 자태가 자리를 뜰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 고양이야, 내 너를 그냥 무시하고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그리도 편안한 자세로 쉬고 있는 너를  함부로 대하는 건 예의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진로를 바꾸어 경비실이 있는 경북궁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고양이'하면 사실 난 어릴 적에 무척 좋아했었는데 언제부턴가부터 싫어하게 되었다.  사연인 즉은, 그토록 애지중지 새끼 때부터 길러오던 중고양이로부터 안고있던 손등을 무자비하게 할키고 뜯겨 수십년간 큰 흉터를 지니고 살아야 했다.  개였다면 그토록 사랑하는 주인에게 그랬을까?  늘 고양이는 개와 달라 얼마나 이기적인지...하는 그때의 안좋은 경험이 떠오르게 되니 말이다.

  그래도 집고양이이건 길고양이이건, 미워서 쫒거나 학대하는 법은 없고, 곁에 와도 그냥 내버려두곤 한다.  늘 정원에 마주치는 여러 길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아 모습을 보일 때라도 싫어하거나 쫒아버릴 기색없이 그냥 편안하게 지켜볼 뿐이니, 그 녀석들 역시 나를 경원시하는 태도는 전혀 없이 자연스럽게 지내고 있다.                

 

  그날 인왕산에서 마주친 길고양이를 피해 방향을 틀어 경복궁 쪽으로 내려오면서, 오래 뵙지 못해 인사를 드릴겸 '마르샤 자매님'을 뵐겸 광화문의 '폴란드 도자기' 가계로 발길을 돌렸다.  아들이 혼자 지키고 있었고, 엄마 아빠는 외출중이시지만 곧 돌아오신단다.  그러는중 곧 전화가...뭐가 통한건지, 곧 오신다면서 기다리라신다. 10분도 채안되어 나타나신 두 분- 무교동의 공보관에 다녀오시는 길이라며, 맛있는 고급 빙수 2개를 얻어 오셨다.  목마르기도 했지만 그 빙수 맛이 꿀맛이었다.  빙수를 먹으면서 길고양이 생각으로 웃음이 났다.  고양이를 무시해 그냥 직진을 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터인데..."고양이야, 참으로 고맙구나!  네가 아니더면 오늘 이런 일이 안일어났을 텐데 말이다."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의 고사성어이지만 늘 마음에 담아 둔 글귀가 떠오른다.

'적덕자 필유경(積德者 必有慶)'이라, "작고 크건 덕을 쌓는 이에겐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난다."라는 말씀 말이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5 정월 대 보름달 T 온누리에 평화. 지난 주 토요일, 몇가지 일로 상경(上京)했다가 조금 늦은 시각(7시?)에 성거읍 뻐스에서 내렸다. 늘상 그렇듯이 수도원까지 30-40여분 걷는 길... 1 2007.03.05 2055
454 자연- 인고(忍苦)의 경이로운 생명이여! T 평화/ 선 "이젠 겨울도 다 갔고 예전에 없이 서둘러 봄이 온다"고 푸념의 소리를 듣곤 했지만, 여지없이 깨뜨려진 기우(忌憂). 오후부터 시나브로 내리던 눈이 ... 3 2007.03.05 2135
453 친구가 있어 행복하지 아니한가! T 평화/ 선 천안행 지하철- 흔히 눈에 띄는 일 중에 삼삼오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서 어데론가 가시는 모습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아마도 가까운 온양이... 2 2007.03.10 2248
452 얼마나 먹거리가 없으면...!? T 온누리에 평화를... 꽃샘 추위 치고는 너무 한 요즘의 날씨. 어제는 진종일 강풍에 눈발이 흩날려 절로 움추러드는 그런 날이었다. 그래선지 여기 성거산의 짐... 2 2007.03.12 2009
451 동심이 발동하여... T 평화와 선. 얼마 전이었다. 점심을 한 후 바로 옆 능선 넘어로 산책을 나갔다. 멀리 정상에 자리잡은 레이다 기지가 한 눈에 보이고 계곡을 따라 조금만 걷다 ... 3 2007.03.19 1980
450 봄이 오는 소리 T 평화가 시냇물처럼 남녘땅 악양의 은둔소 자리를 보고 돌아왔다. 박경리씨의 토지에 나오는 고장. 가까이 섬진강변 벗꽃, 때를 맞춰 가던날 활짝 만개, 꽃 좋아... 1 2007.03.29 2131
449 사랑은 너무 아파! T 온누리에 평화가. 이렇듯 바람이 차갑고 심한 날이면 피어난 꽃들은 얼마나 추울까! 꽃샘 추위라지만 사랑을 시샘하여 불어오는 삭풍 때문. 졸졸 흐르는 계곡물... 2 2007.04.03 2434
448 할미꽃 T 온누리에 평화. 선배님들 무덤가에 할미꽃이 소복히 피고 있다. 꼭 이맘때면 피어나는 할미꽃을 만나면 정말 옛적 내 할머니를 닮은 모습에 언제나 보아도 편안... 5 2007.04.05 2456
447 약동하는 생명의 계절 T 평화가 온누리에... 요즘엔 성거산의 모든 생명들이, 어디 성거산 뿐이랴마는 마치 다투어 경쟁이나 하듯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 내 감성이 미처 붙따르지 ... 2007.05.02 1937
446 보고픈 울 엄마... T 평화/ 선 아침 식사 때, 한 형제와 노래말 이야기가 나와 "형제의 18번은 무슨 노래...?"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흥얼거리던 란 노래가 떠올랐... 3 2007.05.06 2303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