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1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가 그대들에게...


  정원에 피어나고 있는 꽃 사진을 앵글에 담으려니

  유난히 할머니, 엄마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늘 초봄이면 텃밭의 흔한 꽃들이지만 할머니는 요런저런 꽃씨들을 뿌리셨다.

     "할머니, 요건 무슨 씨예요?  조건 백일홍 씨라고요? 빨강이 예뻐요, 노랑이 예뻐요?  채송화 씨는 왜 이케 작아요?

     뒤켵의 복숭아 꽃도 곧 발그스레 피겠지요?  앵두는 언제쯤 익나요?..."

  궁금한 게 너무도 많아 끊임없이 질문하는 손자에게, 할머닌 그때마다 주름지신 웃음 꽃으로 한번도 귀찮은 기색없이

답변을 잘 해 주셨다.  그때의 피어오르는 영상들은 모두가 공통점이 있는데, 늘상 기다려야 나타나시는 엄마처럼

무언가 가득한 그리움들.  온 누리가 연초록으로 변할 대자연의 변화에, 어쩌면 꼬맹이의 작은 가슴에도 그렇듯 연한 초록빛 물감이 자꾸만 자꾸만 채색되어 가는 것이다.  

  뒷 산 산새들도 어디선가 겨우내 자던 잠을 깨우고 고요하기만 하던 정적을 이따금 깨뜨리면,

     "할머니, 왜 새들은 겨우내 어디에 있다가 봄이 되면 나타나는 거지요?"

     "인석아, 겨울엔 추워서 잠을 자야 했거던.  이제 따사한 봄이니까 소풍나오기 시작한 거구."


  자연의 모든 것은 그렇게 아잇적부터 특별한 감수성으로 다가왔고, 그 시절부터 무한한 경외심으로 익어갔나 보다.



  엄마에 대해선 어땠을까?  엄마는 직장에 다니시어 저녘 땅거미질 무렵에야 볼 수 있었고 다음날 새벽이면 출근하셔야 했던 고로...

  그래선지 밤의 잠자리, 엄마의 가슴은 늘 고사리 손의 전부일 수 밖에.

      "오늘 낮에 뭐하고 놀았니?"

      "응, 할머니하고 화단 가꾸었어요.  뿌린 씨들은 몇 밤을 지나야 세상에 나오나요?  얼릉 보고픈데...!"


  그런 엄마는 쉬시는 주일이면, 부지런하시어 고단하신 기색도 없이 새벽부터 대청소며 밀린 집 안의 큰 일들로 온통

발칵 뒤집어 놓곤 하셨으니, 모든 엄마들이 다 그런줄 알았다.

  저녘 퇴근 시간이면, 늘상 고개를 치어들고 멀리 고갯길을 이제나 저제나 나타나시려나 학수고대하던 내 모습!

그래선지 지금도 꿈 속에 엄마의 존재는 매양 그리움, 기다림의 연속이어서 제대로 맘 편히 만나지는 법이 없다.           


  아까시아 향기가 짙어질 이맘때면, 솔솔 한강변에서 밀려오는 할머니, 엄마의 그윽한 향그러움!

  어쩌면 두 분은 내 삶에 속한 전부였기에, 곁에 있는 자체가 행복이었으리.

     

  어버이 날인 오늘, 이렇듯 정원에 눈길을 보내노라니 늘상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들이며 한 땀 한 땀 손길이 간 꽃들이 화사한 요정처럼 할머니와 엄마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속삭여 준다.  그리고 흙이나 작고 큰 돌맹이와 바위들이 서로를

나누는 깊은 우정이며, 흙 속의 지렁이들도 때를 만나 꼼틀거리는 양이 그렇게 미더울 수가 없어, 도심 속 시골스러움이 잘 어우러진 기적이 아닌가 싶어진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신성한 믿음이 이 작은 정원에 가득찬 모습!


  아득한 기억 속에 되살아 오는 어릴적 회상에 대한 다양한 영상들!  어른들의 사랑으로 더없이 폭은했던고향과 어린 시절!  마치 시간을 잊은 채 조용히 마주해 있는 멧비둘기 한쌍과 까치도 좀체로 자리를 뜨지않으려는 마냥 한가한 지금의 모습.  어쩌면 먼 과거일지라도 현재와의 사이에 내 자신을 의식할 수 있는 시간은, 한바탕 꿈을 꾸는 꿈처럼 놀랄만큼 짧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할머니와 엄마의 존재가 늘 곁에 계시는 건 아닐까.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4 포르치운쿨라 행진 11일째 소식 나눔 도보순례11일째ᆢ 순례목적ᆢ기억과 회개 순례구간ᆢ곡성 석곡성당~구례(산동공소) 1회 황정민 수사님 어머님께서 선교사로 계신 공소에서 내 집... file 홈지기 2015.07.28 1875
453 포르치운쿨라 행진 10일째 소식 나눔 순례목적ᆢ기억과 회개 순례구간ᆢ보성녹차마루~곡성 석곡성당 어제는 보성 성당에서 우리 순례단을 거절한 까닭에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땀으로 범벅이 된 스물... file 홈지기 2015.07.27 1952
452 포도철과 보나의 어머니 T 온누리에 평화 '성거읍' 하면 거봉으로 유명- 이맘 때 포도철이 오면, 청포도와 거봉이 그야말로 주저리 주저리 열리는 신나는 고장이라. 무엇보다도 큰이모(부... 2010.08.31 2439
451 평화, 정의가 싹트는 세상 T 평화가 시냇물처럼... 어쩌다 성거산 길을 오르내리노라면, 눈이 쌓이고 삭풍이 불어대는 골짜기에 언제나 그렇듯 얼음 속으로 흐르는 예사로운 시냇물 소리는 ... 2 2009.12.31 2057
450 평창동 수도원에서의 생활 T 평화와 선 평창동 수도원은 북한산, 보현봉 자락에 위치하여 정동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공기가 맑아 좋은 곳이다. 한가지 예로서- 정동에서 지냈을 땐, 수도... 김맛세오 2019.12.11 1091
449 팔당- 성묘가는 길 T 평화/선 엊그제, 모처럼 성거산을 내려가는 새벽(6시가 좀 못된 시각) 맑은 하늘에 북두칠성이 자못 선명해 길을 가르키는 나침반 같다. 옅은 새벽 안개를 모락... 2009.10.03 2357
448 파도바 안토니오 성인 축일에... T 평화와 자비   예전에 하루 날을 잡아 로마에서 북동 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파도바에 순례한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인상깊었던 점은, 파도바라는 ... 김맛세오 2016.06.13 3186
447 특별한 성탄 선물 T 평화가 강물처럼... 2주간의 외유를 마치고 엊그제 다시 성거산 제 자리로 돌아왔다. 우편함엔 오무수 신부님이 보내 주신 책자와 또 다른 소포가 기다리고 있... 1 2009.12.22 2406
446 텃밭 가꾸기 T 평화의 세상 정동으로 옮겨 온 이후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이 정원의 잔디밭입니다. 잔디만 심어 놓고는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터라 풀들이 제 세상 만나 잔디... 김맛세오 2012.06.19 3278
445 타박타박...나의 길 T 평화와 자비   시간만 나면 워낙 걷기를 좋아하니 이런 생각도 해 본다.   하기사 <안식년>을 지내기로 허락을 받은 올 해엔, 국내 전국 둘레길이며 성지... 김맛세오 2016.01.13 1336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