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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21:54

소나무 예찬

조회 수 2986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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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 선

아마도 소나무에 대한 애정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곳 성거산에 내려와 살기부터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리.
예전엔 어딜 가나 어렵지 않게 만나서였는지
그저 무심코 지나치기가 일수였었다.
소나무에 대한 애정 때문에라도
어쩌면 성거산은 내 인생에 있어서,
(벌써 만 5년을 향하고 있으니...)
깊어질데로 깊어진 제2의 고향이 아닐런가 싶다.

틈만 나면 나무 전지용 가위와 톱을 들고
수도원 주변 숲 속에 산재되어 있는 소나무,
오늘도 그 주변을 맴돌다,
묘지 앞에 자라고 있는 잘 생긴 소나무를 키가 닿는데만
일부 전지해 주기로 맘 먹었다.
짐작컨데 노송(老松: 세월의 오래됨에 따라 老松-枯松-神松이라 하던가?)에는 못미칠망정,
수령 50-70년은 족히 되었을(숲 속 곳곳에 비슷한 또래의 소나무들이
즐비한 이곳) 거목으로 자라고 있어
올려다 보니 그 우람함에 절로 찬탄이 가진다.

특히 다른 또래 소나무들과는 달리
천가지 만가지로 자라는 가지중에 하단 부분
땅을 향해 뻗어 사쁜히 기는 듯한 가지들(일명, 처진소나무)의 형상은,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마치 고전 춤사위를 방불케 하는
그런 아름다운 자태려니 못내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함에랴!

소나무와 관련된 우리 나라 민간 전례의 사례들도 많다.
아기를 낳은 집에선 으례히 솔가지를 줄에 엮어 잡인의 출입을
금하는 표지로 썻는가 하면,
어릴적 장독대 장을 담근 단지에도 솔가지로 금줄을 처놓는 걸
많이 보아 왔다.
성삼문의 그 유명한 시귀엔 소나무의 기상과 절개를 담아,
"이 몸이 죽고 죽어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라고 읊지 않았던가!
가지가 땅에 떨어질 듯 자라 낙락장송(落落長松)이라 하나보다.
사시사철 늘 푸르른 가지를 유지하고 있어,
계절의 변화에 초연하고 한결같은 모습 또한
우리가 닮아야 할 높은 기상의 표상이겠다.

내 방엔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소나무를
사진 앵글에 담아 걸어 놓았다.
바로 옆 능선 너머 아무도 볼 수 없는 곳,
커다란 암반을 안고 깍아지를 듯한 벼랑 위에 자라고 있는
비송(秘松) 한 그루가 있어,
그 선명한 거북이 등짝같은 줄기하며
얼마나 멋진지, '성거산 정일품 소나무'란 애칭까지 붙혀줬다.
가끔 오는 손님 중에서도
관심과 보는 눈이 있는 사람에게만 안내해 주기도 하니,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는 나 만의 비밀 친구만 같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순수한 모습을 담고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나 보다.

갖가지 천태만상의 소나무들이 숨쉬고 있는 성거산!
특히 성모상 뒤로 휘돌아 올라가는 '십자가 길'의
멋들어진 자태를 뽑내는 소나무들은,
천흥리 저수지 쪽의 확 트인 전망을 산수화처럼 수놓게 하고 있어
붓이라도 놀리고픈 화가의 심정이 되게 한다.

한겨울 눈이라도 내리면 환상적인 소나무 눈꽃송이를
그 어디에서 볼 수 있을겐가.
봄, 이맘때 또한 매년 태어나는 어린 소나무들을 대할 때면
천진난만한 아가들의 옹아리라도 들어주 듯
보듬어 주는 가 하면,
어데서 막걸리라도 생기면 몰래 꿍쳐 놓았다가
갸들의 간식거리로 부어주 곤 한다.
(막걸리엔 소나무를 잘 자라게 하는 성분이 있어...)

아마도 성거산에 피정이나 손님으로 와도
곳곳에 서려 있는 이런 소나무들과의 만남이 없으면,
정작 진면모를 알지 못한채 그냥 수박 겉핡기식으로 왔다 갈 뿐.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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