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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6 21:23

소풍같은 성지순례길

조회 수 1412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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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자비


  금년 말까지 주어진 '안식년'을 기해 참으로 많은 국내 성지순례를 다녔다.

지금까지는 주로 멀지않은 경기도 일대를 순례하여지만, 얼마 전부터는 제법 멀리 제주도와 전주등 그 근방을 찾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순례의 여정중에 있는 것이 나의 요즘이다.


  하기사 '순례'의 궁극 목적은 하늘 나라에 있는 것이니, 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가 순례의 여정이 아니겠는가.

  다만 조금 다른 것은 순교성인들과 같은 고난의 길이 아니라, 힘이 좀 들 때가 있더라도 마냥 소풍만 같은 즐거운 순례행각

이려니, 먼 과거 구라파에서 흔히 있었던 성지를 향한 고난의 순례 행렬과는 많이 다를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각기 다른 순례지에 목적을 두고 참으로 많은 곳을 다녔으니, 일일이 그 기억을 짧은 지면에 다 옮길 수는 없을지언정

몇군데 특기할만한 곳만 추렴해 보겠다.


  가장 강렬하게 지워지지 않는 최근 다녀 온 '둔토리 서 루도비코 성인의 은신처'!

  청계산의 한 자락인 국사봉 정상(540m)을 향해 계속 급경사진 상향길을 오르다보니, 정상 가까이 우측으로 가라는 허술한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26세의 새파란 불란서인 선교사, 성 루도비코가 모진 박해를 피해 은신했던 동굴이 나왔다. 

  지금도 짐승들 만이 오갈 것 같은 깊숙한 산 속이려니 박해 당시의 그곳은 얼마나 깊은 곳이었을꼬!  그런 그곳에서 은신하면서 국사봉의 급경사 내리막 길을 따라 하우현 공소로 교우들에게 성사를 주기 위하여 수시로 오가셨을 성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뿐이랴!  당시 무서운 박해의 회오리바람을 감내해야 했던 조마조마한 마음을 어찌 이 글로 다 표현해 낼 수 있으랴!  국사봉에서 빤히 내려다 보며 하우현 성당을 향한 만만찮은 급경사 하향길에서도 성사에 목마른 교우들을 생각하며 성인은 얼마나 마음 아팠을꼬!  아마도 그 파아란 이국의 새파란 눈망울에 비쳐진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현현으로 눈물이 다반사로 그렁그렁하셨으리라.  국내에 잠입하신지 10개월 만에 붙잡혔으니, 교우들과 소통하는 언어는 가능했을까? 아마도 교우들에게 배운 몇 마디 외에는 바디 랭귀위지로 겨우 통했으리라.  또한 전혀 다른 음식으로 과연 무얼 어떻게 드셨을지?  새까만 밤 짐승 소리만 들렸을 깊은 산 속 바위 동굴에서의 밤잠 또한 얼마나 차가왔고 무서웠을꼬!  총총한 별을 헤이는 밤이면 동굴에서 바위를 배개삼아 누우셨을테니, 천사들이라도 보살펴 드렸을까?  


    당시 불란서에서 대서양의 여러 나라를 돌고 돌아서 오는 뱃길도 분명 순항 만은 아니었을진저, 바스크(스페인)에서 온 선교사들의 몇 십년 전 얘기를 들어보면, 한 달 보름 정도 걸려서야 한국이라는 땅을 밟을 수 있었다 하지 않았는가.  하면 당시 성인의 뱃길은 적어도 2개월 이상의 순탄치않은 항해를 거쳐서야 이 작은 동방의 나라에 도착하셨으리라.  선교사의 발을 디딜 애시당초부터 순교의 각오가 아니었면 도저히 상상도 못할 험난한 여정이 아니었겠는가.

 

  고려가 멸망하면서 국사봉 자락으로 은신한 어느 선비가 그곳 산 봉우리를 나라를 그리워하는 애뜻한 마음으로 봉우리 이름을 국사봉(國思峰)이라 했던가!  루도비코 성인을 생각하면 오히려 천사봉(天思峰)이라 명명해야 옳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성인의 혼신을 다했을 짧은 생애가 오로지 하느님 생각으로 절절하셨을테니까.


  국사봉을 오르내린 내 잠시의 땀방울은 평화로운 현세에 소풍이라도 간 듯, 바위에 걸터앉아 준비해간 간단한 샌드위치로 요기를

채웠다.  간간히 뿌릴 듯 말 듯하던 빗방울도 이내 사라지고 시원한 산바람을 느끼며 필시 성인이 거쳐가셨을 하우현 마을을 향해 다시금 급경사 하향길을 재촉하였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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