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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2.12.12 15:59

하느님의 어릿광대

조회 수 3441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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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 선

 

프란치스코 성인을 눈여겨 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당시 유행했던 <음유시인>들의 노래를 즐겨 흥얼거렸다는 것.

두 나뭇가지를 집어들고 바이얼린 켜는 흉내를 내면서 말입니다.

 

시적 감수성이 뛰어난 성인의 마지막 작품인 <태양의 노래>를 음미해 보면,

눈의 계속적인 통증과 함께 소경이 된 상태였고 신비스런 오상(五傷)으로 손,발,옆구리에서 흘러내린 피하며

극심한 소화불량으로 거의 음식을 들지 못하는...어찌 보면 산 채로 겪는 극심한 육체적 순교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런가운데 지은 것이 바로 <태양의 노래>였으니, 그야말로 고통 중에 하느님께 모든 피조물에 대한

찬미와 감사를 드린 기쁨의 극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나 어릿광대와 같은 넘치는 영감의 끼를 감추지 못,

<태양의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인간적인 아이러니를 초월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하느님 사랑에로의 <우주적인 화합>이요 통합이었으니,

평소 형제들과 함께 대중을 상대로 복음을 설교할 때나 노래를 부를 때마다,

        "여러분, 이에 대한 보수를 주십시오.  여러분이 회개하는 보수를 말입니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성인하면, 십자가의 성 요한과 같이 자연이나 세상 일체에 대한 관심을 떨쳐버리고

신적 체험에 이르는 것이 통례였습니다만,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연을 통해, 자연 속에서 하느님을 노래하였으니 그에게-

 

        태양이 형제였고 달은 누님이었으며

        사나운 늑대가 형제였고 귀뚜라미는 친근한 누님이었습니다.

        하늘 까마득히 떠 있는 종달새가 형제였고 지렁이며 궁뱅이,...들조차도 모두가

        한 가족 안의 형제 자매들이었으니까요.

 

하느님과 자연을 그렇듯 구분하지 않고 한 가족의 형제 자매로 여겼다는 것은,

어찌보면 범신론같지만,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의미에서

만물을 근본적인 하나의 하느님 사랑 안에서 하나라는 깨달음의 인식에서였으니,

 있는 그대로의 실재성을 하느님 안에 단순한 사랑으로 통합시켜버린

놀라운 신비가였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어느날 있었던 <맛세오와의 일화>도 같은 맥락이지요.

두 갈래 길이 나와 어느 길로 들어서야 할 지 갈피를 못잡을 때,

그가 택한 것은 바로 하느님의 뜻에 의지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맛세오 형제로하여금 유치한 어린애들처럼 뺑뺑이를 돌려 마지막 멈추게 된 방향으로,

 

         "형제여, 바로 이쪽이니, 어여 갑시다."

 

과연 하느님의 어릿광대다운 소이가 아니겠습니까.

 

또  아씨시의 '구이도' 주교와 행정 장관과의 불화 소식을 들은 성인은,

<태양의 노래>에 이런 소절을 덧붙혀 당사자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었지요.

 

         "당신 사랑 까닭에 서로 용서하며

          온갖 비굴함과 고통을 견디는 이들을 통해

          주여, 찬미받으소서!

          끝까지 인내하는 이들이여, 복되다 할 것이니

          지극히 높으신 주님께로부터

          영원한 면류관을 받으리로소이다."

 

서로가 미움으로 옹골져있던 두 사람은,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용서와 평화의 일치를 비는 성인의 간절함을

족히 헤아렸고, 급기야는 회심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 포옹을 했다지요.

 

하느님의 음유시인이요 어릿광대에 의한 <태양의 노래>는

과연 "중세 이래로 가장 아름다운 종교시!"라는 격찬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어릿광대>란,

하느님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치스럽거나 유치한 노릇이라도 기쁘게 기꺼이 실천한 광대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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