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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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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할머니께 영원한 안식을...

  '쥴리아 할머니' 하면 내 인생 여정에서 만난 각별한 분으로 기억된다.
  흔히들 할머니를 '쥴리아 여사'라 칭했고, 3-4년 부터 성탄 카드를 보내드려도 전혀 응답이 없어 아마도 연세가 많으시니 돌아가셨을런지도 모르겠네...맘 속으로만 가끔 할머니 생각을  하곤 했었다.그러던중 우연히 <페북>을 통해  얼마 전 하와이에서 영면하셨다는 사실을 알았다. 

  할머니와의 만남 인연은 십 몇 년 전, 저녁 광화문 쪽으로의 산책길에서였다.
  한 손에 지팡이를 집으신 채 하염없이 허공을 응시하며 서 계신 파란 눈의 할머니를 뵙고는, "어찌 모습이 저리도 처량하실꼬!" 심상찮아 보여, 그래도 조금 한다는 영어 실력으로 "무슨 사연이 많으신가봐요?" 라고 물었다. 그래서 알고보니, 할머니가 바로 이씨 조선 왕가의 마지막 적자, 이구씨 부인이라는 것과 방자 여사와 함께 낙선재에서 지내셨던 마지막 며느리였다는 것...등 파란만장의 세월을 보내신 이런저런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알게 된 할머니는 내가 정동, 작은 형제회 수도원에 몸 담고 있는 수도자 신분임에 반가와 하셨음은 물론 미국 국적으로 하와이에서 지내고계셨고, 가끔 한국이 그리워 오실 때엔 바로 옆 정동 아파트에 머무르시면서 자주 아침 미사에 나오셨다.

  그런 인연으로 어쩌다 만나면 몹씨 반가와하시던 할머니!  임시 거처하시던 아파트엘 가 보면 차를 끓여주시며 여러 지난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들려 주시는 거였다.  그러던중 몇 년 전, 이구씨가 일본에서 영면, 종묘에서 장례식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할머니는 이구씨의 조강지처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장례식 동안 종묘 건너 편 세운상가에서 건네다 보시며 하염없이 눈물을 흠치셨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런 서글픈 사연에 대한 내용을 우리 수도원 관구 홈페이지에 짧막한 글을 두어번 올렸다.
  정작 할머니는 남편인 이구씨나 조선 왕조에 대한 부정적인 말씀은 한 마디도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왕가 며느리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지니신 분이었다. 

  그런데 내 글에 대한 어카 심정을 가진 어느 여인 독자 하나가 밤낮없이 전화를 하며 그런 내용에 대한 항의로 물고 늘어지는 게 아닌가!  그런 게 바로 말로만 듣던 스토커였다.  하도 화가 나, 그 글들을 삭제해 버릴테니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 하면서 이내 지워버렸다.  그랬더니 "서울에 가면 한 턱 쏘겠다." 하길래, "한 턱이고 두 턱이고 만나고싶지도 않으니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하며 끊은 게 마지막 대화였다.  아마도 그 여인 깐엔, 왜 이씨 왕조 가문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실었는가 하는 항의에서 그랬을 테니 그 후손의 한 사람이 아니었을까싶다.

  할머니와 약속이 되어 양양 글라라 수녀원 축성식에 참석했던 일 -작년에 작고하신 다이엔 미국 수녀님과 친분이 계셨기에- 이며, 돌아오는 길에 주문진 근교 시골에 들러 당신 화폭에 담을 소재를 사진에 담기도 하고 어느 화가들과 음악가들이 어울려 지내는 집에 들러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할머니는 그림을 썩 잘 그리시는 취미 생활을 하시는 분이라, 한국 정서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리셨다. 
  주문진 항구에 들러 곧 많은 대게를 사셨는데, 당신 자신을 위함이 아닌 정동 형제들을 위해 들려주신 것 또한 잊을 수 없는 감사! 

  성거산에서 지낼 적엔, 할머니는 잘 아시는 장애 운전사- 예전 낙선재에서 지내실 때부터 장애 아이들에게 수예나 여러가지 기술을 가르치셨단다- 를 앞세워 나를 찾아 주셨는데, 네이비에만 의존 넘어 성지로 잘못 가시어 전화를 하신 적이 있다.  그 때도 얼마나 성격이 긍정적이셨던지 짜증이나 불평보다는 오히려  "맛세오, 덕분에 이렇듯 아름다운 성지에도 와 보네!" 하시며 기뻐해 하셨다.

  그랬다.  좀 서운한 것은, 돌아가시기 전 진작에 할머니가 지내시는 하와이로 찾아 뵈어 드렸더라면...하는 아쉬움!  오늘 아침 미사와 기도에 할머니를 기억해 드리며, 이런저런 할머니와의 추억들을 되새겨 보았다.  나의 엄마와 같은 해,1923년생이시니 꼭 94세.  다행히 다음 주 토요일에 몇몇 지인들이 모여 정동 수도원에서 연미사를 올려 드린다니 참석해야겠다.
  한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신 쥴리아 할머니, 비록 멀고 먼 하와이 바닷가에 뿌려지신 시신이지만, 한평생 한국 땅에 편히 묻히시기를 원하셨던 당신 원의대로 영령 만은 저희들과 함께 계시리라 믿지요.  사랑하는 쥴리아 할머니...영원한 안식을 주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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