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495 추천 수 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얘(게)야, 어디라고 겁도 없이 땡볕에 여기 나와 있는 거니?"

 

  해녀 아줌마, 할머니들과 헤어진 직후 화순이라는 마을을 향해 땡볕 속 해변가 차도를 따라 걷던 중이었다.  대로 포장도로에서 손바닥보다 좀 큰 게와 만났다.

  바다와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까지, 게다가 "차에 치면 어쩔려고 그렇듯 나와 있을꼬...?"  안스러움에 게에게 말을 건네니, 약간 붉은 색을 띈 그 커단 집게를 쫙 벌리며 자못 방어 자세인 거다.  아마도 자신을 해치려는 존재로 여겼나보다.  워낙 덩치가 큰 녀석이라 집게 발에 물릴까봐 등산용 지팡이로 건드려 바다 쪽으로 밀어넣으려 했지만, 더욱 화를 내는 자세로 꼼짝하지 않는 그 자세가 매우 재밋고 흥미로왔다.

 

 "땡볕이건 찻길이건 내 맘인디...갈 길이나 갈 것이지 왜 시비를 건다요?"

 

 "얘야, 내 널 잡아먹으려 이러는 거 아니니 어여 네 집 저 바다로 들어가거라, 잉!" 랬더니,

그 왕망울 같은 눈을 굴리며 공격 자세이던 집게 발을 금방 풀으며  온순한 자세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천천히 바다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

 

  "암, 그래야지...!  잘 가그레이...다시는 차도로 나오지 말고...쌩쌩 달리는 차에 치이면 큰일이니까..."

 

  그렇게 게와 헤어지고 갈 길을 재촉하니, 참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랬다.  새벽녘 깅바닥에 나와있는 지렁이들을 수없이 풀섶으로 넣어주거나 간혹 어미와 떨어져 길바닥에

나앉은 새새끼를 잘 보살펴준 적은 있어도, 바다 게와의 이런 해후는 처음이었다.  

 

                            *     *     *

 

  족제비를 만난 건 매일 살다시피하는 정원에서였다.  물론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작년 텃밭에서 내 앞을 여유만만히 지나가는 녀석을 목격해,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었다.

 

  밖으로 나 있는 광 앞에, 직경 15Cm 크기로 사이가 제법 떨어진 물받이 홈통이 있다.  그 홈통에 머리를 쏘옥 내밀고는 빤히 바라보는 거였다.

 

  "어...?  너 작년에 본 그 족제비 아니니?  오랫만이다.  그런데 참, 귀엽게 생겼구나!  그래 잘 지냈니?"

  "저는요, 이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자주 뵈어 오랬만이 아니거든요.  근데 짐 뭐하셔요?"

  "보다시피 고춧대를 찾고있거든..."

 

  그러는 찰라 홈통 속으로 머리를 감추었다가, 다시 나타내어 보이더니, 이러는 거였다.

 

  "아저씨, 저 옆 소나무 가지 속에 직박구리가 둥지를 틀어놓고 요즘 새끼를 깐 것 보셨나요?"

 

  "엉-!  알고있다마다.  아침이면 어미들이 먹을 것 물어나르느라 몹씨 분주하더구나.  그건 그렇고 너

저 녀석들 절대 건드리지 말그라, 알았제?  

 

  "아휴, 아저씨두!...제가 쥐나 잡아먹지 저 높은 곳엘 어케 올라가나요?  길고양이면 모를까...?"

 

  그러더니 다시 머리를 감추었다.  혹시나 해 휘파람을 불어 다시 불러 보았다.

세번째로 고 귀여운 머리를 또 내밀고는, "왜요...?

 

  "기념으로 널 사진에 담으면 좋겠구만, 기다릴 수 있겠니?"

 

  "전 지금 바쁘거든요.  직박구리만 새끼가 있는 게 아니라, 저도 아이들이 있거든요.  갸들 키우느라 한가할 새가 없는 거지요.  걍 빠이빠이할게요.  안녕!!!" 

    

  • 元燦韓 2015.07.06 08:21
    내 어릴적 동네앞 개울에서 송사리 쫓차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서 70을 훌떡 넘어 80을 향해 그 옛날개울물 흐르듯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네요..
  • 김맛세오 2015.07.09 11:28
    T 그 무심한 세월의 흐름 속엔 힘든 일도 있으셨겠지만, 아름다운 추억도 많으실 테죠?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하늘 나라가 가까이..." 산다는 것의 의미

    T 평화를 빌며...     최근 산청, 성심원에서 3일간의 연수가 있어 다녀왔다.   3일 내내 그곳은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으로 시원한 해갈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다녀 온 시간과 길이 마치 성심원 앞을 유유히 흐르는 경호강과 파노라마 ...
    Date2015.07.09 By김맛세오 Reply0 Views1614
    Read More
  2. No Image

    올레길에서의 바닷 '게'와 정원에서 만난 '족제비'

    T 평화와 선     "얘(게)야, 어디라고 겁도 없이 땡볕에 여기 나와 있는 거니?"     해녀 아줌마, 할머니들과 헤어진 직후 화순이라는 마을을 향해 땡볕 속 해변가 차도를 따라 걷던 중이었다.  대로 포장도로에서 손바닥보다 좀 큰 게와 만났다.   바다...
    Date2015.07.05 By김맛세오 Reply2 Views1495
    Read More
  3. No Image

    "육지 것들...!" (올레길에서의 느낌)

    T 평화와 선   우선 제주 사람들을 폄하하려고 이 글을 올리는 게 아님을...     애초에 피정 목적으로 '평화'에 목적을 두고 걷기피정을 시작하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일 테지만, 특히 세월호 희생자들과 강정마을의 평화를 염두에 둔 것.     ...
    Date2015.06.15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90
    Read More
  4. No Image

    올레길에서의 인연...^^

    T 온 누리에 평화   걷기피정을 작정하고 지난 5월 26일∼6월 2일까지의 제주 올레길을 택한 일은 내 인생여정에서 참으로 잘 했다 싶어 조금도 후회가 없다. 하루 꼬박 6∼7시간씩 일주일간 걸으면서 기도와 묵상 안에 침잠하면서 걸었던 그 길이, 특히 제...
    Date2015.06.08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74
    Read More
  5. No Image

    두 동창 녀석들

    T 평화와 선     지난 주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두 소식을 접했다.     그 하나는 흑석동에서 3년간 덕수상고를 함께 다닌 동창 친구 녀석이 일찍 하늘나라로 갔다는 비보(悲報)였고, 다른 하나는 초교 동창으로서 2년 전인가 암말기의 진단을 받아 죽음의...
    Date2015.05.25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33
    Read More
  6. No Image

    임자 잘 만난 채송화들...

    T 온 누리에 평화     채송화씨를 보셨나요?     먼지만큼 너무 작아, 요것을 심으면 도대체 싹이 나오기나 할껀가 의심스러울 정도죠.   작년에 채송화씨를 사다가 화분에다 고운 흙을 채워 정성들여 싹을 틔운 것이 몇 그루 잘 자라 예쁜 꽃을 잘 보았...
    Date2015.05.11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29
    Read More
  7. No Image

    엄마의 달, 5월이면...

    T 평화와 선     화창한 5월이면 뇌리에 떠지는 것들이 많다.  특히 엄마와 관련된... 1년 열 두달에 어쩌면 이렇듯 따뜻하고 폭은하며 화창한 5월을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셨을꼬!     곧 있으면 하이얀 아까시아 꽃이 온 천지에 반발해 그야말로 코끝 향...
    Date2015.05.01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79
    Read More
  8. No Image

    천인공명(天人共鳴), 천인공노(天人共怒)!

    T 온 누리에 평화     태종 때의 일입니다.  정확히 1405년 5월...   때아닌 집중 홍우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습니다.  그 와중에 쌀을 가득싣고 강을 건너던 배가 그만  급물살에 타고있던 1,000여명의 인부와  엄청난 양의 쌀이 폭싹 휩쓸려버렸습니다....
    Date2015.04.14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79
    Read More
  9. No Image

    노루귀와 크로커스

    T 누리에 평화!   꽃샘추위에도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 와 봄이 짙어가고 있다. 아마도 저 아래 남쪽 제주도엔 유채꽃이 한창이겠고, 광양  매화마을이나 그쪽 동네엔 매화가 한창 벙글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봄이 무르익어감을 실감할 게다.   정동...
    Date2015.03.17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58
    Read More
  10. No Image

    '만주벌판....'과는 전혀 다른 좋은 추억들

    T 온 누리에 평화     공부들 하시느라 어려웠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잊혀졌던 그 반대의 옛 일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한동안 과외를 했지요. 너나없이 넉넉지 않았던 그 시절에, 엄마는 제가 원하는 거면 다 해...
    Date2015.03.09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96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